금 펀드, 다시 ‘금값’

2008년 상반기 대안 투자로 주목을 받으면서 급등한 금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 사이 금 가격이 15%나 상승하며 온스당 850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또한 다른 원자재와 달리 금은 경기에 덜 민감한 데다 안전 자산의 성격도 지니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그러나 2008년 6월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 가격 역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이 언제나 안전한 자산인 것은 아니다. 금 역시 투자 자산 중의 하나이며 가격에 대한 리스크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금 펀드의 투자 방법은 실물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것에 국한돼 있지 않다. 금 관련 파생상품 펀드, 금 관련 기업에 관한 펀드 등 다양한 투자처가 있다. 따라서 금에 투자할 때 어떤 식으로 투자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금 투자를 하기 전에 먼저 금값의 상승 요인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2008년 상반기의 금 가격 급등 배경은 최근의 상승과는 약간 다르다.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과 달러에 대해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반기에는 인플레이션, 하반기에는 달러와의 상관성이 금값을 끌어올린 주요인이었다.2007년 말부터 금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미국발 신용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요를 일으키고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금이 가지고 있는 안전성과 가치 불변의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역사적으로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거나 자연재해의 발생, 금융시장 위기로 자산 가격이 폭락했던 시기에 금값은 안전 자산 선호를 반영해 상승세를 보였다.또한 이러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곳이 바로 원자재 시장이었고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금 가격의 상승이 지속됐다. 유가(WTI 선물 기준)는 2008년 상반기 45%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했고 곡물 가격도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산량으로 재고 감소가 이어지며 전년 대비 옥수수 59%, 대두 41% 상승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이로 인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및 식량 안보 위협이 점증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까지 떠오르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의 거침없는 상승 기저에는 신용 위기가 이머징 경제의 성장세를 꺾을 만큼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고 경제성장에 따라 원자재 수요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금의 투자 매력도가 더욱 높아졌고 금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이, 금의 가치는 장기간에 걸쳐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금은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었다.최근의 금값 상승은 상반기와 다른 모습이다. 일단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 시기다. 2008년 상반기 고점을 찍은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고 각국의 물가상승률도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무엇이 금 가격을 다시 상승 추세로 반전시켰을까. 달러가 답이다.달러 인덱스는 지난 10월 고점을 찍은 후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에 다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달러의 화폐가치가 하락해 구매력이 감소하는 시기에는 구매력 보전을 위해 화폐가치 변동과 상관성이 낮은 자산의 매력이 높아진다. 향후에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더욱 약화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유동성 공급을 위한 또 다른 금융 정책이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달러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이끌며 금 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그렇다면 금 관련 투자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전통적인 투자법은 골드바(금괴)를 사서 보관하는 것이다. 은행이나 귀금속 상가에서 개인이 직접 금괴를 구입할 수 있지만 보관하기도 어렵고 환율 리스크도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골드바를 매매할 때 비용이 적지 않다. 일단 매입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비롯해 거래 수수료 등 12~15%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팔 때도 수수료가 2~5% 부과된다. 소액 투자자가 차익 목적을 위해 금 실물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따라서 일부 은행에서 판매하는 적립식·매매식 금 투자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금 투자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더 나은 방법이다. 2~3% 정도의 매매 수수료를 제외하면 투자 수익에도 세금이 붙지 않고 중도 해지에 대한 페널티도 없다. 추후에 금을 실물로 가져가지 않으면 별도의 세금이 없고 실물로 가져갈 경우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면 된다.금 관련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금 가격이 오르면 금을 다루는 기업의 주가도 오르기 때문에 금 관련 기업 펀드의 수익률도 좋아진다. 그러나 이들 펀드들은 금 실물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섹터 펀드이고 이 펀드들의 성과가 반드시 금 가격과 연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마지막으로 금 관련 파생상품 펀드가 있다. 이 펀드는 금 선물에 투자하거나 국제 금 현물 거래 시 기준가격으로 사용되는 ‘런던 금 가격(London Gold PM Fix Price)’의 수익률과 연계된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해 기초 자산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직접 금 실물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물 가격과 연계돼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위험이 크다.현재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파생상품 펀드보다 훨씬 양호하다. 최근 1개월 수익률(2008년 12월 15일 기준)이 금 관련 펀드는 24~28%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파생상품 펀드는 11~13%로 금 관련 펀드의 수익률에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최근 호전된 글로벌 증시가 금 관련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 수익률은 파생상품 펀드가 8~12%(금 관련 펀드 4%)로 앞선다. 따라서 금 펀드에 투자할 때는 이 두 종류의 펀드 모두 관심을 가지고 추이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한편 해외에는 금 가격 지수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증권시장에 상장돼 개인들도 금 투자가 보다 쉬워졌지만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향후 금 관련 ETF가 도입돼 지금보다 더욱 다양하게 금에 대해 투자할 길이 열려야 할 것이다.금 관련 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달러화 추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향후 금 가격은 달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택 경기나 글로벌 경제 상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적어도 달러의 추이는 숙지하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금 관련 펀드는 대안 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 여건상 금 투자의 매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원자재와 같이 가격 변동성이나 환 리스크가 크고 외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대체 투자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금값이 글로벌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낮은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변동성을 지니고 있어 분산 차원에서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를 넘지 않는 비중으로 최소 1년 이상 투자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