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투자와 집중 투자

어느 마을에 아들 둘을 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 큰 아들은 우산 장수였고, 작은 아들은 짚신 장수였다. 할머니는 비가 오면 짚신 장사를 하는 아들 걱정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고, 날이 개면 우산을 파는 아들이 장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얼굴이 울상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이것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할머니에게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날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할머니, 비가 오면 우산 장사를 하는 큰 아들이 큰돈을 벌게 되니까 좋지요? 그리고 날이 개면 이번에는 짚신 장사를 하는 작은 아들이 큰돈을 벌게 될 테니 이 또한 좋은 일이잖아요?”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그 이후부터는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싱글벙글 웃고 다녔다고 한다.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온통 암울하게 보이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전혀 다르게 세상이 보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이야기 한 토막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막상 자신의 일에는 위의 할머니와 같은 부정적인 사고에 빠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생각만 바꾸면 되는 쉬운 일을 자신의 경우에는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그러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것은 한마디로 욕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과도한 기대치 때문이다. 두 아들 모두 동시에 큰돈을 벌어야 한다는 기대치에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니까 언제나 걱정이 많다. 막상 그 기대치를 낮추니 세상이 달라 보였던 것이다.이 할머니의 이야기는 분산 투자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투자 격언이 있듯이 분산 투자의 장점은 투자 위험의 분산에 있지만, 단점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에는 무리라는 점이다.연간 누적수익률이 30%인 A라는 투자처와 마이너스 10%인 B라는 투자처에 고르게 분산 투자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10%에 이르기 때문에 나쁜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B에 투자했던 자금을 A에 투자했더라면 투자 수익률이 10%가 아니라 30%로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한다. 더 나아가 B에 투자할 것을 조언하거나 말리지 않은 주변 사람 탓을 하는 사람까지 있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아들을 둔 할머니의 모습인 것이다.그러면 A와 B에 고르게 투자하는 분산 투자와 두개의 투자처 중 한 곳에만 투자하는 집중 투자 중 어느 것이 더 수익률이 높을까. 앞의 예에서 2억 원이라는 투자금을 A와 B에 고르게 투자했다면 2000만 원의 수익을 거둔 반면, A라는 투자처에 집중 투자했다면 6000만 원의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집중 투자가 분산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아 보인다. 그러면 분산 투자가 어리석은 일일까.그렇지는 않다. 6000만 원의 수익은 A라는 투자처에 집중 투자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결과를 보고 과거의 행동을 결정지었다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라면 로또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투자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수익률을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당첨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의 입장까지 고려하면 기대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투자했을 당시에는 A가 투자 수익이 좋을지, B가 투자 수익이 좋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만약 A가 아니라 B라는 투자처에 2억 원을 투자했다면 이익은커녕 2000만 원의 투자 손실만 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집중 투자의 기대 수익률은 평균 2000만 원(A 투자 시 6000만 원, B 투자 시 마이너스 2000만 원)으로 분산 투자의 기대 수익률과 정확히 같다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투자자의 경우 분산 투자보다는 집중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야구 경기에서 홈런 한방으로 일거에 역전시키는 경기에 더 많은 환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이는 짧은 시간 내에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국민성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성향이 나타나곤 한다.투자 자금을 한곳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도 한다. 소위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다. 앞에서 들었던 예에서 A와 B에 고르게 투자한 사람은 2000만 원의 투자 수익을 거둔 반면, A에만 집중 투자한 사람은 6000만 원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때 연리 7%로 2억 원을 대출 받아 그것마저 A라는 곳에 투자했다면 금융비용 1400만 원을 제외한 투자 수익은 4600만 원으로 총투자 수익금은 1억600만 원에 이른다. 분산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 2000만 원이나 자기자본만을 A투자처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 6000만 원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지렛대 효과라고 한다.주식이나 부동산이나 상승기에는 적은 돈을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서점에 가면 이런 유의 재테크 서적이 인기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로 선호하는 기법이 바로 지렛대 효과다. 대세 상승기에는 어떤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두어도 오르기만 하니 지렛대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지만 요즘과 같은 침체기에는 독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지렛대 효과다.앞의 예에서 A라는 종목에 투자하지 않고 하락한 B종목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자기 돈 2억 원의 투자 손실은 2000만 원이고, 추가로 대출받아 투자한 2억 원에 대한 손실 2000만 원과 금융비용 1400만 원을 합하면 손실액은 54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결국 분산 투자건, 집중 투자건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한 투자건 기대 수익률은 모두 같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다만 대세 상승기에는 수익이 날 확률이 높으므로 집중 투자, 그중에서도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집중 투자가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고, 요즘과 같은 침체기나 대세 하락기에는 분산 투자가 그나마 손실을 줄이는 투자 방법이 되는 것이다.그러면 분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 펀드에 몰려 있는 돈을 일부 꺼내 브릭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분산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또는 큰 아파트를 팔아서 소형 오피스텔 여러 채를 사는 것이 분산 투자일까. 분산 투자의 기본은 위험을 분산하는데 있다.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종목이라도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지만 종목이 비슷할 때는 같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진정한 의미의 분산 투자라고 할 수 없다.진정한 분산 투자라면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요즘과 같은 때는 대출을 끼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있는 자산을 다 현금화해 금융회사에 예치해 놓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닌 것이다. 금리 인하나 유동성 증가에 의한 돈 가치 하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분산 투자는 화끈한 한방을 바라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투자방법론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자산을 지키고 기회가 왔을 때 집중적으로 투자할 여력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투자 전략이다.할머니가 생각을 바꾸면서 행복한 날을 살게 된 것을 잊지 말자. 살다보면 비가 오는 날도 있고, 맑은 날도 있는 법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팔고, 맑게 갠 날에는 짚신을 파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