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전쟁-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세계’

‘형제여, 당신은 멕시코인입니다.’2003년 멕시코의 농민들은 한국의 한 농민을 두고 ‘당신은 멕시코인’이라며 슬퍼했다. 그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의 장관급 회담이 진행되던 멕시코의 칸쿤에서 자살한 고 이경해 씨에 대한 애도였다. 농민 운동가였던 이 씨는 ‘세계무역기구가 농민을 죽인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몰락의 길을 걸은 멕시코 농민들에게 이 씨의 죽음은 형제의 불행과 다르지 않았다.‘식량전쟁-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세계’는 세계 식량 문제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친다. 식량 생산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곡물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뭔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는데도 과체중 인구(9억 명)가 역사상 처음으로 기아 인구(8억 명)보다 많아진 이유는 또 뭔지, 잘사는 나라건 못사는 나라건 저소득 농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유는 뭔지 등 식량과 관련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분석한다.먼저 세계 식량 시장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부터 따져본다. 농민도 소비자도 아닌 식품 유통 업체와 가공 업체가 식량의 질과 양을 결정한다고 책은 단언한다. 농민과 소비자가 자신들이 재배할 곡물과 소비할 식량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이 제한적인 선택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비만과 당뇨병 등 영양 관련 질병에 시달리게 됐다. 식품 업체들이 비만을 부추기는 ‘당분’을 수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남용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는 개발도상국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선진국에서도 저소득층의 비만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세계화는 이런 식의 모순적이고 파렴치한 식품 유통 관행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땅에서 난 다양하고 건강에 이로운 음식이 아니라 화학 처리된 채로 바다를 건너온 ‘불량식품’을 점점 더 많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농민들이 파산에 내몰리고 있지만 부득이한 ‘희생’이라고 치부하고 만다.저자의 발길과 눈길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상을 직접 챙기는 활동가의 땀 냄새와 역사를 되새기는 학자의 면밀함이 결합하며 ‘불편한 진실’을 일깨운다.● 라즈 파텔 지음/유지훈 옮김/영림카디널/512쪽/1만5000원경제·경영 베스트셀러(12. 4~12.10)1.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2. SERI 전망 2009/권순우·전영재 등 지음/삼성경제연구소/1만8000원3. 제7의 감각/윌리엄 더건 지음/윤미나 옮김/비즈니스맵/1만3000원4. 화폐전쟁/쑹훙빙 지음/차혜정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2만5000원5.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유수연 지음/위즈덤하우스/1만 원6. 공황 전야/서지우 지음/지안출판사/1만4000원7.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박경철 지음/리더스북/496쪽/2만 원8.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2/박경철 지음/리더스북/2만 원9.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리오 휴버먼 지음/장상환 옮김/책벌레/1만3000원10. 에너지 버스/존 고든 지음/유영만·이수경 옮김/쌤앤파커스/1만 원(집계: YES24)박영숙·제롬 글렌·테드 고든 지음/교보문고/264쪽/1만3000원세계 비정부기구(NGO)들이 주축이 된 유엔협회세계연맹과 미래 싱크탱크인 유엔미래포럼이 1997년 이후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다. 이번 한국판 보고서엔 특별히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가 참여, 2018년 한국의 미래를 전망했다. 보고서는 2011년 세계경제가 다소 호전되다가 다시 나빠진 후 2020년 무렵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기후변화, 인구와 자원 등 미래를 결정지을 15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이성로 지음/해남/376쪽/2만5000원평등사회를 위해 세워졌으나 불평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극단적인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북한의 실상을 파헤친다. 정권 수립기, 김일성 집권기, 1994년까지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공동 집권기,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 집권기 등 4기로 나눠 불평등의 심화 과정을 살핀다.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북한군이 체제 전환의 전위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밥 우드워드·스콧 암스트롱 지음/안경환 옮김/라이프맵/896쪽/4만5000원미국 연방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판결 과정을 담았다. 헌법 정신의 발전 외에 어떤 것도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원칙을 지독히 지켜낸 기록이다. 판결 중에는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적지 않다. 사형제도의 폐지 문제, 음란물에 대한 판단, 흑백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최현 지음/책세상/140쪽/8500원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30개의 개념을 선정, 이 개념들의 역사와 사회적 실천적 함의를 분석하는 ‘비타 악티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인권의 개념이 탄생한 배경과 당시의 의미를 시작으로 시대적으로 변천해 가는 인권의 개념을 추적했다. 인권은 시민권과 결합해야 세계와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