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중국 펀드
2007년 큰 수익을 안겨주었던 중국 펀드가 신용 경색 및 경기 둔화 우려로 연초 대비 52%(2008년 12월 8일 기준) 급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 중국 펀드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여전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으로 러시아 펀드가 마이너스 20%, 브라질 펀드와 인도 펀드는 각각 마이너스 4%를 기록했지만 중국 펀드는 홀로 13% 상승하며 다른 해외 주식형 펀드와 디커플링(탈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자금 흐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5일부터 12월 3일까지 한 달 동안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이 인도와 중남미 지역은 5000만 달러와 3억6000만 달러 유출된 반면 범중화권 지역으로는 6억5000만 달러가 유입됐다. 한 달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천덕꾸러기 처지였던 중국 펀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 자체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2007년 들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하면서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중국 거시경제의 선행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저조하다. 지난 9월 51.2에서 10월 44.6을 기록하더니 11월에는 38.8을 기록하며 2005년 조사를 실시한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생산, 신규 수주, 수출 주문은 7포인트 넘게 하락했고 수출 주문은 12.4포인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문의 하락은 제조업이 위축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수치다. 10월 산업 생산 증가율은 8.2%에 그쳤다. 이처럼 산업 생산 활동 부진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수출과 수입의 증가세도 크게 둔화됐다. 2007년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25.7%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10월엔 전년 동월 대비 19.2%를 기록하며 하락하고 있다. 수입 증가율은 15.6%로 전월보다 5.7%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중국의 수출 및 수입 감소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국과 유럽 등의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고 이로 인해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며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다.위안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2월 1일 달러 대비 위안화가 전일 대비 0.73% 급등한 6.8842위안을 기록했다(위안화 가치 하락). 이는 하루 변동 폭 0.5%를 뛰어넘는 비정상적인 급등이었고 그 후 4일 연속 가격 제한 폭까지 상승했다.지난 11월 11일 위안화 환율과 관련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위안화 절하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그러나 위안화 급락은 수출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무역 마찰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만일 정부 지원으로 결정될 경우 보호무역주의 강화 분위기가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철강, 섬유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이 일어나긴 했지만 크게 부각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수출 경기 부양을 위해 본격적인 환율 통제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 미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글로벌 경기가 장기 침체로 빠지는 최악의 국면도 도래할 수 있다.중국의 부동산 침체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지난 10월 선전 지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6% 급락했다. 중국 리서치 회사인 WIND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 상장된 부동산 업체의 주택 재고를 금액으로 환산한 값이 4000억 위안(800조 원)을 상회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주택 재고가 늘어나면 향후 주택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게 되고 그 결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중국의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외화보유액은 2조 달러(9월 기준)에 육박하고 10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치인 35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10월 무역수지의 흑자는 수출과 수입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더 둔화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역수지 흑자는 여전히 중국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2008년 상반기 8%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10월 4%로 크게 하락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금융 정책을 사용하기가 보다 수월해졌다. 물론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중국의 소매 판매가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이에 따라 실물경기가 아직 위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고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경착륙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전체적으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크게 나아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서 공격적인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을 쏟아내며 경기 부양을 꾀하고 있다. 과거 경기 대공황 때도 그랬고 일본 부동산 버블 때도 그랬지만 금융 및 재정 정책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러나 사후에 그 사건을 되짚어 보면 ‘얼마나 적시에 대처했나’가 관건이다.물론 중국의 금융 및 재정 정책이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일어났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시기상조다. 그러나 경기 둔화에 대한 대처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때보다 빠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먼저 지난 11월 26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3.6%에서 2.52%로, 6.66%에서 5.58%로 1.08%포인트 인하했다. 이 같은 큰 폭의 금리 인하는 2000년대 들어 처음 있는 파격적인 조치였다.중국의 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리 인하 공조에 동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수출과 부동산 경기 둔화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도 있다. 물론 예금금리가 2.52%까지 내려가 향후 금융 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지긴 했지만 최근 3개월간 4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경기 부양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금융 정책보다 빠르게 지난 11월 5일에 4조 위안의 대규모 재정 정책을 발표했으며 12월 1일에는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이 발표됐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이 중 70%를 향후 2년 동안 인프라 건설과 재해 복구 사업에, 나머지 30%는 보급형 주택 건설과 농촌 인프라 개선, 환경 위생 시설 정비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단기적인 부양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장의 안정을 노리는 동시에 도시와 농촌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결국 최근 한 달 사이의 변화는 경제 펀더멘털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의 위기를 읽고 그에 대한 시그널을 정확하게 보내자 시장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며 중국 펀드의 반등 계기가 된 것이다.석 달 전쯤 필자는 브릭스 펀드를 4개의 개별 국가로 가입했다면 비중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점차적으로 중국 비중 확대, 인도와 브라질 유지, 러시아 비중 축소라는 의견을 밝혔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해외 펀드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비중 확대라는 견해는 그대로다. 그러나 언제나 상기해야 할 점은 한 지역에만 집중 투자하는 방법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높은 투자자는 지금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수 있는 시기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