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VS 창업…‘수제 요리 주점’ VS ‘자연주의 테마 주점’

요즘 주점 시장에서는 술 한잔하면서 식사도 겸할 수 있는 퓨전 요리 주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주머니가 가벼워진 고객들이 술만을 위한 안주보다는 술과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실속형 요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가 높아진 만큼 다양한 형태의 주점들이 등장해 경쟁 또한 치열하다. 게다가 대체로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점포들이 많아 차별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이러한 퓨전 요리 주점 시장에서 ‘수제(手製)’와 ‘자연주의’라는 차별성을 내세워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있다. 수제 요리 주점 ‘주모리(www.ju mori.co.kr)’와 자연주의 테마 주점 ‘천둥(www.cheondung.com)’이다. 서울 공릉동 산업대 인근에서 수제 요리 주점 ‘주모리’를 운영하고 있는 박점률(51) 사장은 노래방을 운영하다 매출 부진으로 폐업하고, 다음 창업 아이템으로 주모리를 선택해 재기에 성공했다.박 사장의 아이템 선택 기준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운영이 어렵지 않은지, 시장 내 경쟁 정도는 어떠한지 등이었다. 마침 주모리가 눈에 들어왔다.“수제 요리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품질을 높인 요리를 내세운 것이 특이했죠. 게다가 20대에서부터 50대 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테리어도 좋았어요.”그렇다고 덥석 계약한 것은 아니었다. 몇 군데 가맹점을 돌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정했다. 지난 5월 105㎡(옛 32평) 규모의 점포를 2억2000만 원(점포비 포함)을 들여 개업했다.주모리는 이제 공릉동에서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인근 산업대 학생들을 비롯해 직장인들이 몰려들면서 매일 밤 북적이고 있다.운영상 어려움은 크지 않다. 본사가 중앙집중식 물류 공급으로 모든 메뉴의 맛과 품질을 표준화하고 체계화된 조리 매뉴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주방 운영의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조리바이저’로 불리는 전문 슈퍼바이저가 매월 2회 이상 매장을 방문해 지속적인 지원 및 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2회 신메뉴 출시로 메뉴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무엇보다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수제 요리다. 냉동이나 가공식품을 배제하고 손으로 직접 만드는 요리를 원칙으로 고객들에게 건강, 맛,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멜라민 파동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면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 삼아 점포를 찾는 가족들도 많다. 이 덕분에 점포 문을 연 지 7개월 남짓 된 요즘 월평균 3500만 원 매출에 110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자연을 소재로 한 테마 주점 ‘천둥(www.cheon dung.com)’을 운영하는 최신주(30) 사장은 주부 창업자로 시작해 어엿한 프랜차이즈 회사를 만들어 낸 새내기 최고경영자(CEO)다.“경기가 나빠지면서 남편이 하는 인테리어 사업이 어려워졌어요. 매달 가져다주는 생활비마저 들쑥날쑥하기 일쑤였죠. 결혼 전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아이가 더 크기 전에 경제적 안정을 이루겠다고 생각하고 창업을 결심했어요.”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와 함께 갔던 생맥주 전문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보통 도심 상권에는 주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식사하면서 간단히 맥주 한잔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나 같은 주부들을 배려한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기존 주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자연’이라는 테마를 도입했다. 지난 2월 장사가 잘 안 돼 권리금이 없는 297㎡(옛 90평) 점포를 임대, 점포의 벽면에 인공 폭포를 설치하고 내부에 개울을 만들어 물고기들도 노닐게 만들었다. 그리고 개울 위로는 구름다리를 설치하고 야자수와 나무를 심었다. 천장에는 나무와 잎으로 치장하고 천둥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등을 더해 마치 야외로 소풍을 나온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했다.도심 속 자연이라는 테마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색다른 휴식처가 되고 있다. 오픈하자마자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도심 속에서도 나들이 기분으로 식사와 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제대로 어필한 셈이다.메뉴도 패밀리레스토랑 메뉴에서부터 퓨전, 한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한자리에서 식사와 술을 해결함으로써 외식비용을 절감하려는 요즘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다. 이러한 차별화 요소 덕분에 요즘 같은 불황에도 월평균 8000만 원 매출에 350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창업비용은 점포 보증금과 인테리어, 각종 집기 등을 포함해 총 4억 원 정도가 들었다.최근 최 사장은 사업자 등록을 하고 프랜차이즈 본사 사무실을 열었다. 자신과 같은 주부 창업자를 위한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부들이 창업을 통해 자아성취를 하고 경제적 안정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주점은 음식점과 더불어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창업 아이템 중 하나다. 우선 수요층이 넓다. 또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 여파도 적다. 경기가 좋으면 좋아서 술을 마시고, 나쁘면 나빠서 술을 찾기 때문이다. 특별한 운영 노하우를 요구하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또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점을 창업할 때는 최근의 트렌드와 소비자의 기호, 상권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차별화된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특히 퓨전 요리 주점은 유행을 타고 비슷한 형태의 경쟁점들이 많이 나타난다. ‘수제 요리’ ‘자연주의’처럼 차별화된 콘셉트로 고객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전략이 필요하다.수제 요리 주점은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도심 상권은 물론 주택가와 같은 동네 상권에서도 잘 어울린다. 또한 자연주의 테마 주점은 역세권 번화가나 대학가 등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대형 점포로 꾸민다면 외곽 상권 출점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다만 초보 창업자가 주점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적성, 체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취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인 만큼 남다른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하며 새벽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체력도 필요하다.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 kbo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