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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을 하면, 특히 경제팀을 바꾸면 우리 경제는 좋아질까. 그렇다고 강조하는 이도 있고 이 상황에서 장관 한두 명, 혹은 몇 명 바꾼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경제 위기의 골이 워낙 깊어서일까. “그래도 바꾸어 보면 무슨 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좀 더 크게 들리는 듯하다.사실 경제팀에 대한 교체 여론은 꽤 오래된 것이다. 상반기 촛불 시위 때부터 일부 비치더니 MB 정부의 첫 개각인 7·7 개각쯤에도 나왔다. 그러다가 9월 위기설을 넘어서고 10월부터 글로벌 금융 위기의 쓰나미에 휩쓸리면서는 아예 연말 개각설로 나돌았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진원지는 대개 여야 정치권이다. 야당은 원래 정부에 반대하는 곳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여당까지 뒤에서 슬며시 내각을 흔드는 것도 한국적 정치 풍토다. 여기에는 행정부가 잘못해 여권의 지지율을 까먹는다는 현실적 불만도 있지만 현역 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입각하고 싶은 의욕 때문에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연말 개각설이 간헐적으로 나오더니 정작 연말이 되자 이번에는 내년 2월 개각설이 들리면서 무게도 실린다. 2월은 MB 정부 출범 1주년이니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점칠 수 있는 개각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 논리나 단순한 전망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다. 물론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장관 한 명 바꿔서 나라가 잘 되면 매일 바꾸겠지만…”이라며 여론과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고 수그러들면 여론이 아니다. 인사권자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할수록, 잦은 개각의 폐단을 설명하면 할수록 더한 생명력으로 커져가는 것이 개각이라는 한국 정치의 화두다.분위기를 쇄신하고, 정부 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향상되는 계기가 된다면 개각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신뢰의 문제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장관들이 주눅 들어 있더라. 특히 국회에만 오면 위축되는 국무위원들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것인가. 청와대 고위급 참모들도 그렇다. 대통령을 겁내기만 하고 그 앞에 서면 말도 못하는 수석이라면 무엇을 추진하겠나.” 고위 공직자들에게서 신뢰와 자신감, 소신과 추진력은 모두 같은 축에서 움직인다.그런 까닭에서인가.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진행 중인 장관 등 대통령의 고위급 참모진에 대한 평가 작업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민간 컨설팅 전문 기관인 W사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조사는 12월 20일께 끝날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개각이 있다면 연말보다는 내년 2월 쪽에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이 같은 인사 시스템에 관심이 더 큰 이유는 이런 방식이 결국 각 부·처·청 등 공직 사회 전체에 퍼지게 마련인데다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 등 범 공공부문으로도 점차 파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장관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개월에 불과했다. 또 다른 분석 자료를 보면 전두환 정권에서 김대중 정권까지 4개 정부에서 모두 381명의 장관이 근무했는데 평균 재임 기간은 13.3개월이었다.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짧아진 점도 주목된다. 전두환 정권 17.8개월, 노태우 13.0개월, 김영삼 11.7개월, 김대중 10.8개월, 이런 식이다. 임기는 없지만 ‘어차피 장관 임기는 1년’이라는 관가의 이야기는 이래서 나왔다.그 어느 대통령도 장관을 조기에 바꾸겠다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인사 검증이 잘못돼 부적격자가 기용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등용됐으며 국면 전환용 개각이 필요했던 것이다. 역대 장관 10명 중 7명이 국면 전환 논리로 교체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한국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렇다면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이 여기에 기여했다는 얘기인가. 잦은 개각, 손쉬운 장관 교체가 경제와 민생에 좋을지 나쁠지 판단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다만 우리 국민들의 성격이 급한 편인데다 변화를 좋아하는 듯하고, 최근 들어 장관들의 수명이 짧아지는 추세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래저래 잘 풀리지 않는 경제, 주전 선수 교체가 마지막 수단인가.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