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뜻밖의 재미에 즐거웠다. 그동안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아쉬운 건 ‘쿨’하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유쾌하게 흘러가다가도 후반부에 가면 늘 눈물을 쥐어짜거나 굳이 ‘반전’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등 뒷맛이 별로 깔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과속스캔들’은 그런 점에서 무척 자유롭다. 출생의 비밀, 부모와 자식 간의 애증, 엇갈리는 애정 등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영리하게 비켜간다.한때 아이돌 스타였던 남현수(차태현 분)는 이제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됐지만 어쨌건 라디오 DJ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하루도 빠짐없이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 분)이 어느 날 느닷없이 그를 찾아온다. 현수가 중학교 시절 동네 누나와 불장난 같은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정남 역시 사춘기에 아이를 낳아 손자 기동(왕석현 분)까지 딸려 있는 상태.그렇게 ‘과속’으로 인해 일찍 자식을 갖게 된 삼대(三代)가 한 집안에 머무르게 된다. 그 와중에 정남은 재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라디오 공개 프로그램에서 인기 가수로 발돋움한다. 그런데 현수는 정남을 흠모하는 또 다른 남자 상윤(임지규 분)에게 정남과 함께 있는 사진까지 찍혀 스캔들이 일어나게 된다. 모든 것을 고백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영화 속 현수가 ‘한물 간’ 스타라는 사실은 현재의 차태현과 엮여 흥미롭다. 차태현과 성지루가 한때 같은 그룹 멤버였다는 사실 그 자체도 폭소감이다. 실제로 차태현 그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것 같은 현수 캐릭터는 그래서 생생하게 다가온다. 손찌검 일보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아이를 싫어하고,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스꽝스러운 소심남인 현수 캐릭터를 만난 차태현은 코믹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한다.무엇보다 차태현 그 이상의 웃음을 안겨주는 아역 ‘기동’도 주목할 만하다. 이전까지 연예계 경력이 없던 기동 역의 왕석현은 거의 삶의 희로애락을 다 경험한 것 같은 애늙은이 표정으로 큰 웃음을 선사한다.감독: 강형철 / 주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황우슬혜 / 개봉: 12월 4일 / 분량: 108분 / 등급: 12세 관람가조선시대, 한양 중심에 자리한 기방 명월향에 평양 기생학교 최우수 졸업생 설지(김옥빈 분)가 스카우트되면서 마포 건달 천둥(이정재 분)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잘못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186 대 1 결투의 주인공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 분)이 자리하고 있다. 천둥은 생각 없이 휘두른 주먹 한방으로 뜻하지 않게 조선 주먹계의 명가 양주파 두목 짝귀를 쓰러뜨리면서 만득과 피할 수 없는 라이벌 구도를 이루게 된다.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공포 스릴러 ‘쏘우’ 시리즈 5편. 서로를 모르는 5명의 사람들이 차례차례 깨어난다. 한 방에 갇힌 그들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직쏘(토빈 벨 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트랩은 1가지, 그러나 모두가 연결돼 있다. 빠져나갈 수 있는 열쇠는 5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모두 다르다. 게임의 룰은 ‘함께 풀어라!’.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모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게임이 시작된다.‘더 셀’을 만든 타셈 싱의 2번째 작품. 영화의 목소리가 없던 시대, 기차에서 뛰어내려 말에 타는 액션 장면을 촬영하다 사고를 당한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 분)는 하반신이 마비돼 LA의 한 병원에 입원한다. 영어가 서툰 다섯 살짜리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 분)와 함께 병원에 있으면서, 삶의 의욕을 잃은 로이는 소녀를 옛날이야기로 꾀어 치사량의 모르핀을 훔치도록 시킨다. 그 옛날이야기와 함께 환상적인 이미지의 향연이 펼쳐진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