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지난해 외국계 100대 기업 선정 당시 1위를 차지했던 한국씨티은행은 올해는 2위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순위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산 규모와 영업수익(매출액)에서 한국SC제일은행에 뒤졌지만 순이익은 1위에 올랐다. 그만큼 내실 경영에 힘썼다는 얘기다.특히 요즘 같은 세계적 금융 위기에서 한국씨티은행은 흔들리지 않는 견실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수장들이 모두 몸을 사리고 있는 요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금융 위기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는 씨티그룹이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본사 경영진과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더 이상의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직접적인 원인은 장기간의 저인플레와 고성장과정 속에 오버레버리지(over leverage: 적은 힘으로 큰 힘을 내는 지렛대처럼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신용 창출로 인해 레버리지 효과가 정상을 벗어난 것)되면서 나타난 것입니다.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일종의 ‘탐욕과 망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과거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사이클이 왔을 때 경쟁적으로 탐욕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오버레버리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과정에서 금융 경색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원지는 미국과 영국처럼 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한 곳입니다. 전 세계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발원지에서 강력한 조치가 나와야 합니다.또 금융 위기가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실물경제를 뜻함)까지 전이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미국을 이끌어갈 버락 오바마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금융 위기가 글로벌로 번진 상황이니만큼 국제적 공조, 세계적 기구의 역할도 필요합니다.국내 경제 지표나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과거에도 세계경제와의 커플링·디커플링 논쟁이 있었습니다만, 실물경제는 다소간의 디커플링이 가능할지 몰라도 금융은 커플링을 피할 수 없고 더욱 동조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의 공조가 필요합니다, 선제적 대응이 사후 대응보다 나을 것입니다. 금융이 항상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이에 대해 인식과 실체와는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씨티그룹의 신용 등급은 더블에이(S&P: AA-, 피치:A+)로 자본력, 유동성 면에서 건실함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으로 우려가 커진 것 같습니다. 11월 24일 미국 정부의 지원 발표 전에도 이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Tier1) 비율이 10.4%로 높았어요. 여기에 미국 정부가 200억 달러를 추가로 자본 투자하고 약 306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자산을 지급보증하기로 해 200억 달러의 자본 추가 효과도 얻게 됐습니다. 그 결과 자기자본비율은 14.8%까지 높아질 전망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수익 모델도 상업은행(commercial bank ing), 소매은행(consumer banking), 투자은행(invest banking)이 고루 섞여 있는데 이는 1998년 씨티그룹 출범 때부터 금융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출발한 유니버설 뱅킹 모델입니다. 또 세계 106개 국가에 지점을 두면서 지역적 포트폴리오가 다양합니다. 이런 씨티그룹의 사업 모델은 이번 위기를 넘기며 다시 한번 검증이 될 것입니다.‘한국 법인은 상관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올 하반기의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씨티은행은 3분기 당기순이익 940억 원, 3분기까지의 누적순이익은 3510억 원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것이지만 타 은행들이 16~40%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입니다. 1회성 수익 요인을 제외하면 오히려 5.8% 증가한 실적입니다.다른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은 상반기 3.07%에서 3분기 3.33%로 높아져 9월 말까지 총 3.16%의 순이자마진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업계 최고입니다.자본충실도를 보면 바젤Ⅰ 기준으로 봤을 때 자기자본비율이 9.75%로 업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업계 평균은 8.2%에 그칩니다. 외화 유동성 부문에서는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 없어 반납했습니다.올 한 해 동안 수신은 지속적으로 늘어 1조9000억 원이 증가했지만 여신은 그다지 늘지 않았습니다. 은행 업계 자산은 지난 5년 동안 40% 이상 늘 정도로 증가했지만 우리는 자산 최적화에 집중하다 보니 외형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최근 문제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인수 금융, 중소 건설사 대출 등의 문제가 없습니다.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법적으로도 국내에서 해외로 자산이 유출될 수 없도록 림(rim: 경계선) 프로텍션이 돼 있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은 대주주인 미국 씨티은행과 법인이 독립돼 있고 재무 건정성과 경영 건전성도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문제가 없습니다.금융계 자체가 지속적으로 인력 효율화를 추구해야 하는 구조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발적인 명퇴 형식을 추구하고 있는데, 지난해 10년 이상의 근속자 133명에 대해 특별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올해도 불가피하게 인력 효율화를 위한 희망 퇴직을 시행할 것입니다.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업계에 쏠림 현상이 생겨도 안전판 역할을 하겠습니다. 선진 금융 기법이라며 갑자기 불티나게 팔리는 상품이 있다면 이는 잘못된 금융상품일 가능성이 큰 것 아닙니까. 무엇보다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글로벌 은행으로서의 장점을 발휘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블루오션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경기가 좋고 크레디트(credit) 환경이 좋을 때는 차별화가 어렵지만 상황이 나쁠 때는 더 차별화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개인 금융에서 한 예를 들면 해외 이주 시에 현지에서 카드 발급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이럴 때 국내에서 씨티카드 사용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는 현지에서 바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씨티카드는 국내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해외 서비스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훨씬 높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로 해외 진출 시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씨티은행에 대한 인식과 기대에 걸맞은 글로벌 금융 기업의 역할을 하겠습니다.1953년생. 76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81년 미 노스웨스턴대 MBA 졸업. 씨티은행 서울지점 입행. 86년 씨티그룹 한국 자금담당 총괄이사. 87년 씨티그룹 한국 투자금융 그룹 대표. 98년 씨티그룹 한국 소비자금융 그룹 대표 및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2001년 한미은행장. 2004년 한국씨티은행장(현).정리 =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대담 = 김상헌 취재편집부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