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학 펀드 투자 전략

올 들어 국내외 주식시장이 동반 조정을 보이면서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 부진의 여파가 금융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는 데다 올림픽 이후 중국 경기 둔화 우려까지 맞물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함에 따라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황이며 시장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투자(Alternative Investments) 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대안 투자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 이외의 금융 상품을 통칭하는 것이다.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그중에서 2007년 이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주가연계펀드(ELF)와 금융공학 펀드다. 두 상품 모두 미리 정해 놓은 상품 구조에 따라 펀드의 수익률이 달성되는 구조화 상품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운용 스타일은 다르다.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은 수학 및 공학적인 분석 도구를 이용해 금융시장(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현물시장 및 이에 대한 파생상품 시장)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정의할 수 있다. 금융공학은 1972년에 발표된 블랙-숄즈의 ‘옵션가격결정모형’을 전기로 크게 성장했고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치면서 금융시장 성장에 기여해 왔다.이런 관점에서 광의의 금융공학 펀드는 기초자산(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움직임을 금융공학적인 모델과 접목해 시장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미리 정해 놓은 수익 구조의 달성을 추구하는 펀드 유형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는 ELF를 포함해 보험형(Portfolio Insurance) 펀드, 시장 중립형 펀드 등 다양한 펀드들이 있다.이처럼 금융공학적 기법을 활용하는 펀드들이 많이 있지만, 보다 협의의 금융공학 펀드는 델타 헤징 시스템을 활용해 특정 수익 구조를 달성하는 운용 전략을 가진 펀드를 의미한다. 운용사들이 설계한 금융공학 시스템을 활용한 구조화된 상품이라고도 한다.델타 헤징 시스템에 의한 전략이란 일정 조건 이상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고, 조건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매수하는 등 시스템에 의해 기계적으로 운용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이것이 협의의 금융공학 펀드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공학 펀드는 주식시장이 변동성이 높으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횡보 장세에서 목표 수익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이처럼 구조화된 펀드 유형으로 가장 유사한 상품이 ELF(ELS)다. ELF와 금융공학 펀드는 모두 지수가 일정 범위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금융공학 펀드가 ELF의 수익 구조를 복제한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두 유형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 방식의 차이로 볼 수 있다. ELF(ELS)는 주로 외국계 발행사에서 일정한 수익 구조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운용하며 이에 따라 정해진 수익 구조가 시장 흐름에 따라 확정된다. 이에 비해 금융공학 펀드는 운용사의 자체 델타 헤징 시스템을 통해 직접 운용하므로 실적배당형 상품의 성격이 내포돼 있다.금융공학 펀드가 ELF와 비교되는 가장 큰 장점은 높은 환금성과 절세 효과가 될 것이다. ELS는 전체 수익에 대해 이자소득으로 간주돼 15.4%의 세금이 과세되지만 금융공학 펀드는 주식과 파생상품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고 채권 및 유동성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과 주식 보유로 인한 배당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므로 절세 효과가 크다. 따라서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자와 같은 고액 자산가에게는 비슷한 수익 구조라고 해도 절세 효과 때문에 ELF에 비해 금융공학 펀드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한편 환금성 면에서 대부분의 ELS 편입 펀드의 경우 만기 전 환매 시 원금 기준으로 통상 5~7% 수준의 높은 환매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중도 자금 인출에 부담이 많지만 금융공학 펀드는 중도 환매에 따른 환매 수수료 부담이 낮다.금융공학 펀드가 장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선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기대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LS의 경우 조기 상환 조건을 만족하면 확정 쿠폰을 지급하지만 금융공학 펀드는 실적 배당 상품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즉, 가능성은 낮지만 시스템에 의해 주식 포트폴리오 및 지수선물 매매로 델타 헤징을 실행하기 때문에 주식 포트폴리오의 추적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펀드가 원금 보존 경계 수준에서 등락을 보일 경우 많은 헤징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델타 헤징 기법에 의해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변동성과 주가의 등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3분기와 같이 주가가 추세적으로 급락하는 경우에는 수익률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이러한 금융공학 펀드의 리스크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 펀드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인 투자자보다는 다소간의 위험 요인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ELF와 마찬가지로 금융공학 펀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지수가 추세적으로 급락할 경우인데, 2008년 9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면서 일부 금융공학 펀드들의 최근 수익률이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역발상적인 측면에서 볼 때 주식시장이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보인 상황이어서 금융공학 펀드의 리스크 요인인 원금 손실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진입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금융공학 펀드에 투자할 때 중요한 점은 당해 펀드의 특징과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국내에 출시된 금융공학 펀드들은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수익 구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각 펀드의 특성을 인지한다면 주가가 일정 부분 하락하더라도 변동성 위험을 회피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김대열·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 youl1004@hanadae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