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주식형 펀드 투자 전략

8월 국내 주식시장은 27일 현재 코스피지수가 전월 말 대비 6.5%, 코스닥지수는 1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0.4% 상승하며 한·미 간 다른 모습(디커플링·decoupling)이 연출됐다. 특히 달러가 강세로 반전된 7월 15일 이후 글로벌 증시의 탈동조화 구도가 명확하게 전개됐다. 물론 달러 강세 반전은 원유 시장에서의 투기적 자금을 이탈시키는 동시에 미국 금융주의 급등을 촉발하며 글로벌 증시 반등의 계기가 됐다.달러 강세는 근본적으로 유로와 일본 경제의 상대적 약화에 기인했고, 일부 이머징 리스크 회피 욕구도 반영돼 있었다. 따라서 원유에 베팅했던 투기성 자금이 달러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미국 시장은 혜택을 봤지만 이머징 마켓은 소외되며 디커플링 장세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머징 마켓에 속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투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탈동조화의 본질은 달러 강세와 이머징 리스크다. 원유와 유로화에 베팅했던 투기성 자금들이 달러화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이머징 리스크가 부각되며 ‘달러 매수 대 이머징 매도’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시장의 핵심 변수가 미국 신용 위기와 유가였다면 앞으로는 경상수지 악화 등과 같은 이머징 경제의 펀더멘털 리스크가 가중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문제는 이러한 이머징 경제에 드리운 암운이 단기간 내 걷히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머징 리스크의 본질은 고유가나 강달러와 같은 일시적 요인이 아닌 신용과 경기 사이클의 하락 반전이라는 순환적 요인에 있다. 여기에 수년간 경기 부양적 정책 기조의 대가인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구조적 요인도 가세하고 있다. 한번 하락 전환한 사이클이 다시 돌아서기 위해서는 직전 호황기에 누적된 부실 요인이 해소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경착륙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형 펀드 수익률 반전의 핵심 계기를 유가 또는 달러화의 변화에서 찾기는 어려우며, 약세장의 마무리는 신용과 경기 사이클의 바닥 시그널에서 찾아야 한다.한국 경제도 이머징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9월 주식형 펀드 투자 전략에서도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 기업의 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상승 모멘텀 부재에 따른 기간 조정 압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형 펀드의 적극적 비중 확대 전략을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다.국내 투자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내년 상반기까지 내수 경기 하강이 전망되고 중국 등 이머징 경제의 동반 성장 둔화로 수출 여건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며 부분적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달러 유동성도 악화되며 외환시장이 불안하다. 고금리에 대출 상환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가 불안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머징 경제의 약한 고리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이것이 최근 급격한 원화 절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9월 중(또는 10월까지) 시장 영향력이 가장 큰 단일 변수는 미국 신용시장이다.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3분기 금융 회사 실적이 발표된다. 3개월 단위로 되풀이돼 온 금융 불안 시즌이 또 한 번 시작된다. 상업용 모기지(CMBS), 소비자신용(크레디트카드 및 신용 대출), 차입 매수(LBO) 관련 대출 등 추가적인 부실 요인에 대한 상각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2008년 3분기에 손실이 끝난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대형 금융 회사의 파산 압력도 위험 요인이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 업체는 공적 구제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금융 회사들이 구제 대상은 아닐 것이다. 민간 매각 또는 자금 조달을 통한 자력 생존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책 당국의 판단에 따라 사활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력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는 리먼브러더스 등 몇몇 대형 금융 회사의 사활이 관건이 될 것이다.따라서 신용 위기는 중·단기 시각을 달리해 생각해야 한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파산이든 공적 구제든 시장 충격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수개월을 끌어 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주식형 펀드에 우호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중기적 관점에서는 신용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식형 펀드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9월이나 10월이 신용 위기의 막바지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본격적인 신용 팽창 국면으로 회귀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역사적으로 낮아진 리스크 프리미엄의 제자리 찾기 과정이 필요하고, 은행권 신용 부실이 보험, 캐피털, 소비자 신용 등 금융 섹터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8월과 마찬가지로 9월 역시 힘든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따라서 9월 초에 집중된 각 재료를 역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10일 전후 6조 원 규모의 외국인 채권 만기가 예정돼 있고 11일 선물옵션 동시 만기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모두 트리플 약세(주식, 채권,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재료다. 9월 중순 이후 시작되는 8월 결산 미국 금융 회사의 실적 발표도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이러한 이벤트 이후에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해소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당분간 추세 회복의 기대가 낮아 짧은 순환매 대응이 이론적인 주식형 펀드 투자 전략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가 1개월이내 환매 시 이익금의 50% 이상을 환매 수수료로 부담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지난 2분기, 환율 상승에 의한 수출주 강세 모멘텀은 정책 당국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 대한 반응이었다. 반면 현재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에 의한 것이다. 이는 이머징 경제의 성장 둔화(수출 수요의 감소)를 반영하고 있고, 다른 경쟁 국가의 통화가치도 동반 절하되면서 가격 경쟁력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2분기와 같은 정보기술(IT) 펀드의 강세가 재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연말을 염두에 두고 배당주 펀드를 중심으로 거치식이 아닌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길 권한다.연초부터 주식형 펀드의 시련이 지속되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환매도 나오는 모습이다. 그러나 비중을 낮추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유자금은 언제든지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위험을 약간 부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투자 방법이다. 지수형 ELS 대부분의 원금 보장 구간이 코스피지수의 70%이므로 현재 1500을 하회하는 코스피지수가 1000대까지 하락하지 않는다면 손실을 보지 않으므로 투자할 만한 상품이라고 생각된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