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K
SK텔레콤도 베트남(위), 중국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21세기 세계 시장은 국내외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져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하며 글로벌라이제이션 추진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해야 합니다.”지난 1월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SK’를 재차 강조했다. 사내 방송을 통해서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세계 시장의 3대 흐름으로 지적하며 반드시 ‘글로벌 SK’에 성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최 회장이 최근 들어 유난히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앞세우는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어느 기업에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당면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SK처럼 오랫동안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의 경우라면 그 절박성은 더하다. 더욱이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들의 경우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최 회장은 취임과 함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해 왔다. 그 결과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1997년 23%이던 수출 비중이 33.3%로 늘었고 올해는 36.6%로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기간 주력 제조 계열사의 수출은 30%에서 56%대로 올라섰다. 8개국 30개이던 해외 지사와 법인은 36개국 230여 개로 크게 늘었다. ‘글로벌 SK’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SK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은 중국이다. 최 회장도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중국 시장은 더 이상 다른 시장이 아니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라이제이션 추진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략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SK는 중국 시장에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성과가 눈에 띈다.먼저 현지 사업 조직에 변화를 주고 있다. 사업 조직을 별도 법인화하거나 아예 지주회사를 차려 독립 경영을 통한 성과의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도 ‘본사’와 ‘현지법인’을 구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현지 법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SK에너지는 최근 ‘아·태 지역 메이저 플레이어 도약’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 걸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사업 부문 내에 하위 조직으로 있던 중국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중국 시장을 해외 시장이 아닌 국내 시장의 연장선상에서 육성하겠다는 의미다.전형적인 내수 기업인 SK텔레콤도 중국 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SK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이 회사 역시 중국에 별도의 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SKT 중국 지주회사(SKT China Holdings)를 설립한 것이다.SK네트웍스도 2005년 중국에 지주회사를 차렸다. 중국이 유통과 서비스 시장에 대한 개방을 확대하면서 중국 내수 공략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판 SK네트웍스’를 건설한다는 것이 목표다.조직만 있다고 사업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조직의 재편과 함께 중국 사업이 한층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SK네트웍스는 2005년에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내에 외자 단독 주유소 사업권을 획득하고 현재 선양에서 5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 3성 지역으로 주유소를 확대하고 도매와 저장을 위한 시설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자동차 정비 사업인 ‘스피드메이트’도 탄력을 받고 있다. 상하이 지역에서 4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3만 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 최대 정유사인 사이노펙(SINOPEC)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자동차 서비스 사업 전반에 대한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단말기 유통 사업의 경우 진출 1년 만에 1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매장당 한 달 판매 실적이 한국 매장에 버금갈 정도로 성업 중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SK텔레콤도 중국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지의 유명 기업과 제휴를 통해 이동전화, 컨버전스,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전화 부문에선 차이나유니콤과의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중국의 2대 이동전화 기업인 이 회사의 지분 6.6%를 인수, 2대 주주(6.6%)에 오른 상태다. 1억5000만 명의 가입자 기반을 활용, 부가 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GPS 업체인 ‘이아이(E-eye)까오신’을 인수해 텔레매틱스 사업 기반을 마련했고 TA뮤직에 지분을 투자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교두보도 세웠다. 중국 정부와는 3세대 이동통신의 표준인 시분할연동-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TD-WCDMA)에 대한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분당 테스트 베드 개통식에 참석할 정도로 중국 정부의 관심도 지대하다.SK가 중국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SK의 글로벌 사업이 중국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 등 전 세계에 SK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고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해외 자원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온 SK에너지가 특히 그렇다.SK에너지는 지난해 기존의 싱가포르 법인을 중국 외 지역을 총괄하는 SKEI(SK Energy International)로 전환했다. 국제적인 석유화학 트레이딩 시장인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자원 부국에 대한 진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이를 ‘동남아 트라이앵글 구축’이라고 부른다.SKEI의 출범과 함께 사업의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석유와 화학의 트레이딩 중심이던 비즈니스가 독자적 사업 개발, 투자, 파이낸싱 등으로 확대된다. 이미 비즈니스와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억 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 주롱섬의 대규모 석유 물류 기지의 지분 15%를 확보해 저장 탱크와 입·출하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인도네시아 두마이에는 현지의 국영 석유 업체인 페르타미나와 함께 윤활유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와 협력을 확대해 인도네시아를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 트라이앵글’의 또 다른 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지역에서도 자원 개발이 한창이다. 회사 측은 베트남을 동남아 지역 자원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 남부와 접해 있어 중국 진출 확대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베트남은 SK텔레콤의 유망 해외 진출 지역이기도 하다. 2003년 S폰(S-Fone)이란 이름으로 베트남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해 2007년엔 가입자 3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호찌민과 하노이 등 5대 도시에 CDMA 1 × EV-DO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입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가입자 5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