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위한 선물 선택법
요즘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가상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다. 필자도 요즘 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특히 눈여겨보는 대목은 커플들 사이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선물’이라는 매개체다. 프로그램 중 크라운 제이와 서인영 커플은 ‘한정남(한정판만 고집하는 남자)’, ‘신상녀(신상품만 좋아하는 여자)’ 커플로 이목을 끌고 있다. 크라운 제이는 서인영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신상품 구두나 백을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상녀 서인영이 신상품에만 만족하는 것일까.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선물이란 없는 것일까. 신상녀의 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그녀가 원하는 선물은 무엇인지 이번 주는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물 공식 몇 가지를 알아보기로 한다.‘이거 작지만 받아줘’, ‘아니, 뭐 이런 걸~고맙지만 그냥 마음만 받을게’. 선물을 주고받다 보면 흔히들 오가는 대화일 것이다. 선물은 물질적인 것을 건넴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일방(One-Way)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나 선물의 기본 원리는 분명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마움과 사랑, 혹은 감동과 같은 유대감을 되돌려 받는 일종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마음을 물질로 대신하는 일이니 당연히 그 표현 방법과 과정, 그리고 결과도 예상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슨 ‘데이’라는 행사 때마다 정형화된 선물을 주는 것도 더 이상 감동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 화이트 데이에 사탕을 받는 이런 선물치레야말로 얼마나 정형화되고 무미건조한 행위란 말인가.감사 사랑 축하 존경 등 선물을 건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설령 그 이유가 ‘그냥’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가슴깊이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언제나 존재한다. 여자 친구를 향한 사랑이 매번 선물의 이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사소하더라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일상 속의 소소한 선물을 건네는 여유를 이제는 우리 남성들이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날씨가 너무 좋아서…’, ‘햇살이 따뜻해서…’, ‘차(茶) 향기가 너무 좋아서…’, ‘지나가다 문득 생각이 나서…’ 등 이런 일상적인 이유들이야말로 선물하는 더 세련된 동기가 아닐까 싶다.기존의 선물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거나, 정형화된 선물 공식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면 이번 주 필자가 언급하는 선물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한번 공유해 보는 건 어떨까.선물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무엇을 선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느냐다. 다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뭐가 갖고 싶은지 묻는다면 그것은 선물이 주는 호기심과 감동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선물 선택의 어려움은 선물 문화에 무딘 우리나라 남성들을 제대로 선물하는 매너로부터 더욱더 멀어지게 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선물을 준비할 때 예산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범위 내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반면, 선물을 고르는 것만큼은 내 취향보다는 그녀의 취향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를 위한 선물이기 때문. 그녀가 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상대방 입장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그러나 만일 그녀가 무엇을 받아야 행복한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바로 그때가 그녀의 입장에서 고민을 시작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것은 바쁜 요즘 남성들에겐 참으로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행복한 고민을 마음껏 시작하고 그 고민을 통해 상대방을 더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선물을 주는 행위를 통해 당신이 되받게 될 더 큰 기쁨의 선물일 것이다. 선물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이 기쁘지 않다면 그것은 선물이 아닌 뇌물이 아닐까.요즘 뭇 여성들이 ‘우리 결혼 했어요’에 나오는 알렉스 같은 남자를 동경한다고 한다.항상 예기치 못한 선물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잔잔하고 로맨틱한 아이디어로 여자의 마음을 꿰고 있는 듯하다. 여성들과 달리 많은 남성들은 이것이 다소 비현실적이며 작위적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사실 이 시대 최고의 ‘작업남’ 알렉스가 여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꼭 값비싼 선물을 준비해서가 아니다.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여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의 선물 행위는 자신의 여자를 가장 여자답게, 그리고 그 여성이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기 때문에 칭찬받을 만하다. 모든 남성들이 다소 과장되게 포장된 알렉스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필자가 추천한 다음 몇 가지 팁을 눈여겨본다면 로맨틱 가이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꽃은 시간이 지나면 이내 시들어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꽃이 아름다운 것이다. 첫 만남에 저녁 헤어지는 길, 혹은 그 다음날 그녀가 눈뜨고 정신을 차렸을 순간에 꽃이 그녀의 앞에 놓일 수 있도록 꽃을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나름대로 치밀하게 배려해 내민 꽃 한 송이에 감동받지 않을 여자가 있겠는가.하지만 요즘같이 신상녀, 한정녀 같은 물질 선물 공세에 익숙한 그녀들에게 우리 남성들이 준비해야 하는 꽃은 분명 다르다. 최근 추세는 꽃의 브랜드화다. 꽃집에서 꽃만 파는 것이 아니라 꽃과 연계된 것들을 같이 판매하며 매장 자체를 이미지로 브랜드화하고 있다.강남권을 중심으로 청담동의 헬레나(HeLENA), 신사동 가로수 길의 블룸 앤 구테(Bloom & Goute), 압구정동의 블래스 가든(Bless Garden) 등이 있으며 얼마 전 리뉴얼한 웨스턴 조선호텔의 L.L(Lower lobby)에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편집 매장 ‘격물공부(格物工夫)’도 꽃을 선물할 때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도 있어 최고의 장소다. 이런 브랜드화에 성공한 숍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은 물론이거니와 꽃을 더욱더 빛나게 해줄 예쁜 화병, 각종 디자인 소품 및 아트 상품 등 당신의 그녀가 기뻐할만한 여러 가지 소품들이 가득 차 있으니 한 번 방문해 보자.만약 당신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방문할 수 없다면 전화 한 통화로 당신의 수고를 덜 수도 있다. 전화 한 통화로 같은 가격의 피자 한 판과 꽃 한 다발 중 어느 것이 그녀에게 더 큰 기쁨을 줄 수 있을지는 이제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또 토라져 있는 그녀를 회유하기에 최고의 선물은 ‘잇 백(It bag)’이다. ‘잇 백’이란 그 시즌에 유행하는 바로 ‘그 가방’이라는 신조어다. 사귀다 보면 여자 친구가 토라져 버리는 경우(물론 남자가 생각할 때 아무 일도 아니지만)가 더러 있다. 그럴 땐 화가 난 이유를 알고 풀어 주는 게 즉효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여자들에게 언제라도 통하는 강력한 무기가 세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보석 구두 백이다. 때에 따라선 여성들에게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이 세 가지 아이템을 사실상 남자들이 그 위력을 쉽게 믿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이 미쳐 환장하는 자동차나 오디오 같은 전자기기를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갈 것이다.물론 보석의 경우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선물받는 이로 하여금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또, 구두 같은 아이템은 그녀의 발 사이즈와 굽 높이, 발 볼 형태, 평소 취향, 그리고 그해 유행하는 트렌드까지 그야말로 신경 써야 하는 점이 한둘이 아니라서 결국 구두 상품권을 건네기 일쑤다. 남성들이여 생각해 보라. 여자에게 구두와 구두 상품권은 결코 같을 수 없다.백 또한 만만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요즘 여자들은 거의 누구나 옷은 저렴한 아이템을 입을지라도 백만큼은 명품을 선호하는 패션 경향이 대세다. 이왕 큰맘 먹고 비싼 백을 선물하기로 했다면 내가 선물한 백이 여자 친구의 친구들 모임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얘기할 수 있는 가방 정도는 되어야 하니 남성들은 이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