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투자 전략

상반기 주식시장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신용 위험, 고유가, 인플레이션,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가세하며 하반기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통제 가능 영역을 벗어난 변수들이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심리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자칫 길어질 수 있는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도 투자자들에게는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러나 하반기 투자 환경이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기존의 신중한 낙관론은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여전히 주식은 채권, 부동산, 상품(Commodity)과 비교할 때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고 글로벌 유동성은 기대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아 선택과 집중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여기에 한국 증시는 신흥시장의 소비와 투자로 대변되는 종목 선정 기준에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기업 실적은 신흥 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의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연간 20%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예상되며 밸류에이션도 양호하다.한편 최근 들어 긍정적인 현상은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은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긴축 강화→ 금리 상승→ 신용경색 해소 지연→ 경기 침체→ 기업 실적 악화→ 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 변수이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국제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기의 침체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3분기는 드라이빙 시즌과 허리케인 시즌이 맞물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이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유가 흐름을 추세적인 안정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그러나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의 침체를 반영한 국제 유가의 급락이 아니다. 대우증권은 하반기에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국제 유가가 평균 120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모멘텀의 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겠지만 구조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신흥 시장의 소비는 간과해서는 안 될 변수이기 때문이다.다만, 3분기를 정점으로 유가의 상승세는 진정될 것으로 본다. 수요 감소와 더불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원유 시장의 투기자금 견제책이 투기 세력의 이탈로 이어져 유가의 상승세가 진정된다면 앞서 언급했던 투자 환경의 악순환은 선순환으로 바뀔 수 있다.유가의 상승세가 진정된다면 주식시장에서는 역발상적(Contrarian) 투자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록 어려운 증시 환경이지만 최악의 상황이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주식시장의 속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일례로 미국 콘퍼런스보드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0.4를 기록하며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경기를 판단할 때 소비 심리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변수다. 이런 소비 심리가 16년 만에 최악이고 통계가 발표된 이후 50선에 근접한 것도 몇 차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조금 달리 보면 50~60선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역사적으로 바닥권이다. 이번을 제외할 때 소비자신뢰지수가 60선을 하회한 것은 모두 7차례다. 각 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 6개월, 12개월 후 주식시장의 등락률을 살펴보면 6개월과 12개월 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7차례 모두 상승했고 3개월 후 주가는 7차례 중 6차례나 상승했다.코스피의 경우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에는 미국 소비 심리와 주식시장의 상관성이 약했지만 주식시장 개방된 1990년대 이후에는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이 밖에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역발상적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비관적(Bear) 투자 심리가 2006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전저점이 무너진 미국 증시의 반등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시그널이기도 하다.유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해외 증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답답한 시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금은 긴 호흡으로 시장을 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력, 신용 위험 등은 8월에도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여기에 8조 원에 달하고 있는 매수 차익 잔액과 경험상 지수 반등 시 나타날 수 있는 환매 움직임 등은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불안 요인이다.그러나 앞서 미국 소비 심리나 스태그플레이션 대용지수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매크로 측면에서 지금 주식시장 환경은 최악의 국면이고 최악의 국면은 곧 바닥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단기적으로는 수급 상황에 가장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주식 매도가 진정될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 이후 외국인의 공격적인 주식 매도는 상당 부분 대차 거래에 의한 공매도로 알려져 있다.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는 과정에서 대차 잔액이 크게 증가했던 구간은 코스피 1600~1750이다. 이것은 코스피가 기술적 반등을 통해서라도 1600선을 넘어선다면 외국인의 공매도가 매수(숏 커버링)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비록 주식시장이 불확실성의 한 가운데에 서 있지만 지금은 투자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상반기 코스피 저점이 3월이었다면 하반기 코스피 저점은 7월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5월 고점 대비 낙폭이 컸던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그동안 외국인의 매도가 집중됐던 종목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중기적으로는 신흥 시장의 투자와 소비 확대에 착안한 종목 선정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 시장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은 2004년부터 선진국과 차이를 보이기 시작해 2007년 이후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 소비재인 자동차의 경우 2000년 미국 대비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자동차 판매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현재 150%까지 급증한 상태다.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진정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남미와 동유럽과 같은 신흥시장 내 자원 부국에서 정보기술(IT)과 소비재를 생산하는 아시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관점에서 중기적으로는 IT와 경기 관련 소비재, 산업재 섹터 등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김성주·대우증권 애널리스트ksj0510@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