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의 오해와 진실(2)
재건축 반대론자의 논리 중 하나는 재건축 후 용적률이 높아지면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흔히 용적률이 종전보다 두 배로 높아지면 단지의 혼잡도도 두 배로 높아져 쾌적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의 혼잡도는 정확히 용적률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대지 면적이 각각 3만3050㎡(옛 1만 평)인 A단지와 B단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단지는 용적률이 200%, B단지는 300%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A단지의 주거 환경이 쾌적해야 한다. 그러나 용적률은 하나의 변수에 지나지 않으며, 동시에 가구 수를 고려해야 한다. A단지는 1000가구로 구성돼 있으므로 가구당 평균 면적은 66㎡(옛 20평)에 불과하다 (=3만3050㎡×200%÷1000가구). 이에 비해 B단지는 600가구로 구성돼 있으므로 가구당 평균 면적은 165㎡(옛 50평)에 이른다(=3만3050㎡×300%÷600가구).A, B 두 단지 중 어느 단지의 주거 환경이 더 쾌적할까. 용적률이 200%에 불과하지만 1000가구가 사는 단지보다 용적률은 300%나 되지만 600가구가 사는 단지의 쾌적성이 더 높을 것이다. 소형 평형보다는 대형 평형의 가구원 수가 많을 가능성은 있지만 가구의 구성원 수가 사용 면적에 정비례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단지보다 B단지의 인구밀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용적률이 높아지면 지금보다 더 다닥다닥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철근 콘크리트조로만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에 고층 아파트를 짓기에는 기술적 제약이 많았다. 건물을 높게 지을수록 건물 자체의 하중 때문에 아래층의 기둥의 두께가 두꺼워져야 하므로 일정 높이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제약 사항 하에서는 지을 수 있는 층고가 일정하므로 용적률의 증가가 건폐율의 증가를 의미했다. 따라서 용적률이 늘어나면 단지 내의 녹지 공간 등 여유 공간이 적어지는 단점이 있었다.그러나 주택에도 철골조 등이 도입되면서 기술적으로는 100층 이상의 건물을 짓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법이 허용하는 한계만큼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게 됐다. 즉, 재건축 사업 이전의 건폐율을 유지하면서 층수만 늘려서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예를 들면 용적률 200%인 14층짜리 중층 아파트에 400% 용적률이 허용된다면 철거 후 현재의 위치에서 28층까지 건물을 올리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용적률은 두 배로 늘어나지만 건폐율은 종전과 똑같아서 녹지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기술적 발달로 인해 용적률이 늘어나도 단지의 쾌적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용적률을 늘리면 주거 환경이 열악해진다’는 논리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적률이 재건축 사업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바로 개발 이익의 분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단지에서 늘어나는 용적률을 조합원 주택 면적을 늘리는 데만 쓰고 있지 않고, 일반 분양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 즉, 일반 분양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건축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그동안 재건축 사업이라고 하면, 낡은 집을 한 채 사놓으면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는 요술 방망이쯤으로 인식된 것이고, 이에 따라 시장이 과열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적률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늘어나는 용적률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분배의 문제인 것이지 주거의 쾌적성 문제는 아닌 것이다. 가구 수를 늘리지 않고 가구당 면적만 늘리거나 고층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재건축 이전에 비해 가구 수가 늘어나지 않고 면적만 늘어나는 일대일 재건축도 해법이 될 수 있다.자기 땅에 있는 낡은 집을 부수고 그 위에 자기 돈(건축비)으로 같은 가구 수의 새 집을 짓는 일대일 재건축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용적률이 늘어나 주거 면적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단지에 국한된 문제이지, 가구 수가 늘지 않아 학교 시설 등 주변의 사회 기반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없어 사회비용이 증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조합원의 입장에서도 건축비만 부담하면 종전보다 넓고 새로운 집에서 살 수 있으므로 손해만은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1인당 주거 면적은 17.2㎡로, 미국의 55.9㎡나 독일의 47.6㎡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인구밀도가 높은 영국의 40.3㎡나 일본의 29.4㎡에 견주어 보아도 절대적으로 좁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용적률 증가를 통한 주거 면적의 확대는 주거 질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그렇다면 늘어나는 용적률이 조합원의 가구당 주거 면적 확대에 모두 사용되는 것은 사회적 이익에 부합되는 것일까. 조합원의 입장(사익)에서 보면 사회에 손해를 끼친 것이 없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공익)의 입장에서 보면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의 추가 공급 효과가 없으므로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할 수 없다. 어차피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은 한계가 있고 입지가 뛰어난 곳일수록 이미 기존 주택들이 선점하고 있으므로 새 주택을 공급할만한 여지가 적다. 그러므로 입지가 뛰어난 곳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저밀도로 짓는다는 것은 그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그렇다면 늘어나는 용적률에 대해 공익(사회)과 사익(조합원)이 모두 만족할 만한 해법은 없을까. 파이의 규모를 키우게 되면 비율과는 상관없이 절대 몫이 늘어나므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사업에서는 이것이 바로 용적률 상향 조정이다.그 땅을 소유한 조합원의 이익과 용적률 상향 조정에 따른 사회비용 증가에 대한 보상이 어느 선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무분별한 가구 수 증가를 막기 위해 조합의 일반 분양은 허용하지 않고 조합원용 주택의 면적 증가만 허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남의 돈’으로 재건축을 한다는 비난은 피해 갈 수 있다. 즉, 자기 돈으로 자기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게 도출될 수 있다.한편 공익의 입장에서 보면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 증가를 추가 공급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개발 이익 환수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나 현재와 같이 재건축을 억제하려는 제도가 아니라 공급을 확대하려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늘어나는 용적률은 단지의 특성에 맞춰 장기형 전세 주택(시프트 제도)이나 정부가 개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분양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다.결국 용적률을 올리는 자체만으로 그 단지나 인근 단지의 혼잡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가구 수도 따라서 늘어나는 경우에만 혼잡도가 증가된다. 이 때문에 주거 환경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일대일 재건축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제한된 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일부 주거 환경이 희생되더라도 공급 가구 수를 늘리는 것이 공익에 부합된다. 다만 이때 늘어나는 용적률을 조합원(사익)과 사회(공익)가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양측의 현명한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주택을 지을 땅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지금 상생의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재건축이요, 분배에 대한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재건축이다.아기곰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