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의 리듬감 고려하기

얼마 전 골프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어느 젊은 여성 골퍼와 라운딩을 한 일이 있다. 그녀는 필드 경험이 6개월쯤 된다고 했다. ‘그 정도면 웬만큼은 치겠네’라는 생각에 골프 약속을 했고 나 또한 비기너(초보자) 시절이 있었기에 새로 시작하는 그녀가 주눅 들지 않고 편안하게 샷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녀의 라운딩을 살펴보니 이랬다. 일단 드라이버샷은 그럭저럭 페어웨이로 갔다. 하지만 거리가 워낙 짧아서 세컨드 샷을 할 때는 모두 페어웨이 우드를 잡았다. 그런데 이때 그녀는 결코 클럽을 자기 손으로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항상 캐디에게 “언니~ 우드”를 외쳤고 캐디가 클럽을 가져다주면 꼭 물어봤다.“거리가 얼마예요.”“어디 보고 쳐요.”그러나 그녀가 샷을 할 때마다 어쩌면 그리도 똑같이 거리와 방향에 전혀 관계없이 공이 날아갔다. 세컨드 샷의 그린 안착률은 0%였다.그런데 서드 샷에서 또 물어봤다.“언니~ 얼마 남았어요.”“네~ 130만 보세요.”“그럼 7번 우드 주세요.”캐디가 클럽을 가져다주면 그제야 샷을 했다.심지어는 어프로치 거리에서도 일일이 거리를 물어보고 클럽을 받고는 이렇게 말했다.“어느 쪽으로 쳐요.”결과적으로 그녀의 이상한 버릇은 다른 일행의 리듬감을 완전히 깨부수고 말았다. 그날 우리의 라운드는 최악으로 끝났다.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방식대로 골프를 했고, 또 다른 초보자 한 명은 클럽 챙기랴, 공 찾으러 다니랴 그 넓은 골프 코스를 혼자서 무진장 뛰어다녔다.또 다른 일행 한 사람은 6홀쯤 지나고 나서 아예 그날의 라운드를 포기했다. 샷도 대충대충,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리면 퍼팅 스트로크는 한 번뿐이고 공의 위치에 상관없이 공을 잡았다.초보자인 그녀의 골프를 도와주겠다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원망하며 마음속으로 무수히 많은 참을 ‘인’을 그려야만 했다.라운드가 모두 끝나고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면서(사실은 배가 상당히 고팠지만 도저히 식사를 같이할 기분이 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지난 6개월 동안 필드를 몇 번이나 나갔는지, 도대체 누구와 플레이를 함께했는지 물어 봤다. 그녀의 말이 걸작이었다.‘클럽은 언제나 캐디가 가져다주고, 거리와 방향은 캐디에게 물어보면 되고, 또한 그린에서는 당연히 캐디가 공을 놓아 주고, 그래서 공이 들어가면 좋고 들어가지 않으면 또 치면 되고….’그녀는 그동안 적지 않게 필드에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의 참맛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골프는 리듬의 게임이다. 샷의 리듬감, 동반자와의 플레이 리듬감, 앞뒤 팀과의 홀 리듬감 등 모두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나만 생각하는 골프, 내 샷만 중요한 골프를 한다면 무인도에서 나 홀로 골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녀의 골프가 오늘의 내 모습이 아닐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약력: 명지대 졸업. 크리스탈 밸리CC 총지배인. CEO 역임. 지금은 골프 컨설팅사 대표이며 이미지 메이킹 강사로 활동 중.최성이·골프 매너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