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스토리-김상순 사장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르고 일을 벌였죠. 한 달 동안 실무를 체험해 본 아내가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창업을 결사반대했어요. 까딱 잘못하면 이혼할 뻔했지요. 하하하.”2004년 가을, 김상순(50) 사장이 20년의 직장 생활을 접고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니 주변에선 격려보다 걱정이 많았다. 오죽하면 아내 고혜숙 씨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두 손을 내저었을까. 게다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아파트를 담보로 빚을 내 창업 자금을 충당한 터였다. 모든 것이 위태로운 시작이었다.그러나 지금 김 사장은 미국계 사무용품 유통 기업인 ‘오피스 디포’의 국내 최대 프랜차이지(가맹점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불과 4년 만에 3개 매장을 오픈, 평범한 가맹점주에서 본사의 든든한 사업 파트너로 입지를 다졌다.김 사장은 첫 매장인 서울 성동점을 개업한 지 2년 만에 성북점을 추가로 내고, 다시 1년여 만인 지난해 12월에 노원점을 열었다. 모두 165㎡(50평) 안팎의 적지 않은 크기다. 처음 8명이었던 직원 수는 22명으로 늘어났고 연매출은 30억 원대에 이른다.기적 같은 성장의 비결은 탁월한 마케팅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무용품 전문점은 서울 강남, 광화문처럼 오피스 수요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틈새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첫 번째 점포인 서울 성동점의 경우 주변에 중소기업과 대학이 많다는 점에 착안, 집중 마케팅을 펼쳐 고정 고객을 늘렸다.“성동·광진·동대문구 일대의 대학에서 오피스 디포는 유명한 거래처랍니다. 학과 사무실, 연구실에 사무용품이 떨어지면 조교들이 즉시 연락해요. 사무용품 전문점에 불리한 입지가 아니라 오히려 블루오션인 셈이죠.”성동점의 매출은 배달이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신속 정확한 서비스는 기본이다. 여기에 영화 티켓, 음료수 등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포인트 카드로 이익까지 돌려주니 고객 얼굴이 환할 수밖에 없다. 대학 관련 매출이 늘면서 인터넷 주문 비중도 늘어나 지금은 총매출의 40%에 달할 정도다.오랜 직장 생활에서 터득한 관리의 노하우도 성공 비결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5년 동안 어학원에서 근무하며 학생, 학부모, 강사를 관리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해 이른바 ‘2단 관리법’을 구축했다. 사장은 직원을, 직원은 고객을 관리하게 만들어 역할과 임무를 분산한 것이다. 김 사장만의 관리 시스템이다.“고객 관리를 잘하려면 직원 관리부터 잘해야 합니다. 체계가 없으면 인력 관리에 실패하고 사업도 위태로워져요. 늘 직원들에게 즐거운 자극과 비전을 주고 함께 커나간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김 사장은 요즘도 창업 박람회나 사업 설명회를 돌아보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사업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만큼 부지런히 트렌드를 쫓아가야 도태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이라는 표현에도 익숙하지 않다. 그는 “이룬 게 별로 없다”면서 겸손해 했다.“역시 직장 일과 사업은 판이하게 다르더군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업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런 각오 없이 뛰어들면 실패하기 십상이죠.”김상순 사장은…1958년생. 해운회사(5년), 어학원(14년) 근무. 2004년 10월 오피스디포 서울 성동점 개업. 2006년 5월 오피스디포 성북점 개업. 2007년 12월 오피스디포 노원점 개업.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