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봄, 1억 원의 빚을 내 원할머니보쌈 안양점을 창업했던 유지훈(35) 사장은 4년이 지난 지금 연매출 20억 원대의 사업가로 성장했다. 1년에 한 군데꼴로 안산과 시흥에 점포를 내고 두 군데의 베이커리 전문점까지 만들었다. 첫 번째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한 덕에 오늘의 그가 만들어졌다.유 사장은 더 이상 평범한 가맹점주도, 초보 창업자도 아니다. 본사로부터 어엿한 사업 파트너로 대접 받는 그에게 붙여진 새로운 이름은 ‘메가 프랜차이지’. 여러 개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면서 중소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를 일컫는 말이다.유 사장 같은 메가 프랜차이지가 요즘 창업 시장의 새로운 파워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마다 2개 이상의 점포를 개설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선진 경영 시스템을 갖춘 우량 프랜차이즈 본사가 늘어나고 정보공개제도 시행으로 업계 풍토가 투명해지면서 메가 프랜차이지도 증가 추세”라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창 삼가FC컨설팅 대표도 “프랜차이즈 시장이 커지면서 경영 능력이 뛰어난 고학력자의 창업이 늘어난 게 메가 프랜차이지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메가 프랜차이지가 둥지를 트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다(多)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제1브랜드로 성공한 가맹점주가 추가로 점포를 개설하거나 제2, 제3의 브랜드에 가맹하면서 자연스레 메가 프랜차이지가 배출되는 것이다. 이때 본사는 가맹비 할인, 창업비 지원 등의 혜택을 주기도 한다.이 때문에 메가 프랜차이지와 프랜차이즈 본사는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선 추가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본사-가맹점 사이에서 서로 윈-윈하는 사업 파트너로 지위가 바뀌는 셈이다.사무용품점 ‘오피스디포’ 가맹점 3개를 경영하는 김상순(50) 사장은 “가맹점협의회 일을 맡으면서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1개 점포를 경영할 때보다 본사와의 파트너십이 한층 강해졌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체 리치푸드의 ‘피쉬앤그릴’과 ‘크레이지페퍼’의 3개 점포를 경영하는 김현중(43) 사장도 “본사의 경영 능력을 믿기에 제2브랜드에 추가로 가맹했다”며 강한 신뢰감을 표시했다.메가 프랜차이지는 국내에선 갓 태동하는 단계이지만 미국과 일본에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업자 유형이다. 특히 수십~수백 개 가맹점을 운영해야 메가 프랜차이지로 명함을 내 밀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게 특징이다.미국은 1970년대부터 메가 프랜차이지가 등장, 지금은 기업형으로 발전했다. NPC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는 피자헛 가맹점만 888개를 운영하면서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일본 역시 수십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기업형 메가 프랜차이지가 적지 않다. 특이한 것은 중견 기업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메가 프랜차이지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가 제시하는 영업 전략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경영 노선을 구사하는 곳도 있다.대표적인 곳이 타니자와푸드라는 기업이다. 1975년 처음으로 가맹점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KFC 46개 점, 요시노야 28개 점 등 85개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한해 90억 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 최대의 프랜차이지 기업으로 성장한 이 회사는 본사와 상관없는 독자 영업 전략을 편다. 본사 입장에선 이 회사가 최대 가맹점주인 만큼 독자 영업 전략을 존중, 윈-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메가 프랜차이지는 창업 희망자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자 ‘롤모델’이다. 특히 소자본으로 시작해 단기간에 사업을 키우는 비결을 궁금해 하는 이가 많다.전문가들은 메가 프랜차이지의 탄생 조건에 대해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춘 프랜차이즈 본사 선택 △‘장사꾼’이 아닌 ‘최고경영자(CEO)’ 마인드 △점장 책임제 등 효율적인 인력 관리 노하우 등을 꼽는다.강병오 대표는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정보화 경영 시스템을 갖춘 본사를 골라야 다점포 경영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본사 역량’을 강조했다. 경영자가 모든 점포를 일일이 보살피지 않아도 관리 운영에 문제가 없을 만큼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의미다.인력 관리는 다점포 경영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다. 이직률이 높고 직원 역량이 모자랄 경우 성과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경창 대표는 “점주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효과적인 인력 관리법이 필요하다”면서 “메가 프랜차이지의 능력은 곧 인력 관리 능력”이라고 말했다.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CEO 마인드’도 중요하다. 자금 및 세무 관리에서 마케팅, 인력 활용까지 기업을 경영하는 CEO의 자세로 임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결국 메가 프랜차이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셈이다. 실제 창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2%에 불과하다. 하나의 점포를 성공시키는 것보다 몇 배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메가 프랜차이지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취재=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