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책조정위원장

한나라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최경환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 요즘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라고 심경을 털어 놓았다. 살인적인 고유가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까지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엄중하지만 이를 타개해 나갈 ‘묘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거뜬히 넘긴 저력이 있는 한국인 만큼 국민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한데 뭉쳐 지혜를 모은다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성장보다 안정에 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 경제 해법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고유가에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최근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경제’를 모토로 내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았기에 상대적 실망감도 커진 것 같습니다. 최근 경제 상황이 대외적 여건과 맞물려 있긴 하지만 일단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정부나 당, 국민들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그동안 정부가 성장에 포커스를 두는 경제 운용을 해 왔다면 지금은 무엇보다 안정이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안정이 흔들리면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선안정, 후성장’으로 경제 정책 기조를 잡아나갈 계획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지금은 힘들어도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이러한 정책을 내놓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용어의 문제이긴 하지만 촛불 시위 이후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사실상 재협상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국민들의 성에는 차지 않겠지요. 국민들은 이번 쇠고기 협상을 완전히 무효화하고 협상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금 가장 첨예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수입 문제 아닙니까. 현재 정부는 미국 측 수출업자와 한국 측 수입 업자 간 자율 규제를 통해 도축 당시 월령 30개월 이상인 쇠고기에 대해선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일 때까지 일정 기간 수출을 유예하도록 하고 이 조치가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문서를 통해 뒷받침해 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해 둔 상태입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한국과 미국 정부를 한번 믿어달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지금 고유가, 물가 폭등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 정부도 고유가 대책도 내놓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대책은 오는 7월 1일 시행을 상정하고 내놓은 안입니다. 따라서 야당이 국회에 들어와 쇠고기는 물론 유가 대책에 따른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이나 예산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합니다. 국회 등원 시기가 늦춰질수록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것입니다.”“모든 문제를 야당과 협의해 가면서 처리해 나가겠다는 취지입니다. 등원이 어렵다면 대화 채널이라도 상시적으로 가동하자는 말이지요. 국회의원은 국회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야당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한 것은 상당히 유감입니다.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헌정 공백 상황과 마찬가집니다. 야당은 상황의 엄중함을 공유하고 하루 속히 국회로 들어오길 기대합니다.”“야당 할 때보다 지금 책임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고 어깨도 무겁습니다. 중요한 정책의 경우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만큼 한시도 국정 현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지요. 좀 거칠게 표현해서 야당 시절엔 정부 정책 중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목소리 키워 비판만 해도 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집권당인 만큼 책임감이 따르니까요. 한마디로 야당 하는 것보다 여당하는 게 훨씬 힘든 것 같습니다(웃음).”“이한구 전임 정책위의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의견차가 좀 있었지요. 매끄럽게 조율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고요. 정부가 일부 정책에서 오락가락한 측면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환율 정책이죠. 정부가 인위적으로 고환율을 유지하려고 한 것은 잘못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특정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무조건 당·정 협의를 거치도록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이러한 조율을 거쳐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는 정책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입니다.”“정부 발표 때는 세계 잉여금을 활용한 세금 환급 등 고유가 대책 규모가 10조5000억 원 규모였지만 애초 정부 안은 4000억~5000억 원 규모에 불과했습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지요. 속으로 ‘이 사람들이 정신이 있나 없나’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결국 한나라당과 협의를 거치면서 10조 원 이상으로 키웠는데 앞으로 이처럼 지속적으로 당·정 협의를 해 나갈 방침입니다.”“출범한 지 100일밖에 안 된 정권이지만 이 정부와 한나라당에 보내는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이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동안 국민들을 화나게 했던 부분을 되돌아보고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사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위 ‘강부자-고소영’ 내각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준 데 이어 공천 갈등까지 빚어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것 같습니다.”“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 방침입니다.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나타난다면 대운하는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지금은 정부가 계획한 대로 공기업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상황이 아닙니다. 공기업 민영화는 민영화를 통해 공공 서비스 가격을 내릴 수 있을 경우에 해야 하는데 따져보면 그런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소유와 경영을 모두 민영화할 수 있는 대상이 어떤 게 될지 차분히 챙겨봐야 합니다. 특히 전기, 수도, 가스 민영화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으로 있는 한 이 부문에 대한 민영화를 섣불리 추진하지는 않을 겁니다.”최경환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1955년 경북 경산 출생. 75년 대구고 졸업. 7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91년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97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실 보좌관. 99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위 간사.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현).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