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 ‘환경’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난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의 경제 사회 기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몰고 올 변수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한다고도 덧붙였다.기후변화에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현실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변화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영국의 스턴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0%가 날아갈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1930년대의 대공황에 육박하는 경제 파탄도 배제할 수 없다는 악담도 불사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기후변화는 공산주의 진영의 몰락이나 인터넷의 탄생에 필적할 정도로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20%, 영국은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 일본은 2050년까지 현재보다 50%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했다.이미 자동차, 반도체, 가전, 생활용품 등에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한도를 2015년 km당 125g, 2020년 km당 95g, 2025년 km당 70g으로 점차 줄이기로 했다. 또 올 초에는 가전과 생활용품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제품 설계 지침도 도입하기로 했다.정부만 기업들의 탄소 배출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니다. 금융 회사들과 투자자들도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이를 줄여나가거나 우수한 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메릴린치, HSBC, AIG 등은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를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SRI 펀드도 3조 달러 규모에 이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고는 제품을 팔 수도, 투자를 받을 수도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LG경제연구원은 온실가스 규제가 환경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환경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에너지 관련 환경 산업이 각광받을 공산이 크다. 온실가스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이미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환경산업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풍력협회에 따르면 풍력발전 설비는 매년 20%씩 커지고 있다. 2010년 태양광발전은 2005년에 비해 3~4배 규모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무렵 태양광발전 시장은 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조류, 파력 등 다양한 형태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유럽재생가능에너지협회(EREC·Europe Renewable Energy Council)에 따르면 2003년 전체 발전량의 18%를 차지하던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30년 54%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비해 7%이던 석유는 1%로, 35%이던 석탄은 15%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재앙’의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전 세계적인 위기의식이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만약 현재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 계속된다면 에너지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화석연료가 갈수록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고 상업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IEA는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2030년까지 에너지 인프라에만 20조 달러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는 데엔 1조2000억~2조 달러만 있으면 된다고 추정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봐도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은 또 다른 비즈니스를 탄생시키고 있다. 특히 탄소 배출권 사업이 기업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미 수백 개의 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숫자는 날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LG상사, 삼성물산 등 여러 기업이 CDM 사업을 선언한 상태다.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 최근 각광받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발광다이오드 조명, 에너지 효율 정보기술(IT) 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도요타, 혼다, BMW 등이, 차세대 조명에선 필립스 오스람 등이, IT에선 IBM HP 등 해당 산업의 선두주자들이 모두 ‘총력전’을 선포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도 속속 관련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해 글로벌 기업과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기후변화는 기업에 일종의 ‘야누스’적인 존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또 하나의 성장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환경적 목표가 공격적일수록 시장은 단기간에 커질 공산이 크다. 아직 이렇다하게 앞서 나가는 곳도 찾기 어렵다. 초기 시장이어서 선점에만 성공하면 세계 비즈니스계의 ‘슈퍼스타’가 될 수도 있다.20세기는 ‘탄소 경제의 시대’였다. 화석연료를 태워 산업화를 일궈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것은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21세기 역시 ‘탄소 경제의 시대’다. 다른 점은 이번 시대의 화두는 탄소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탄소 경제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