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10 - 3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경쟁 은행들보다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우수한 금융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현재 KB국민은행이 가지고 있는 리딩 뱅크의 위상을 잃게 될 것이다.”강정원 KB국민은행장의 말이다. 취임 당시부터 강 행장은 ‘더’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고객 만족에 ‘더’ 힘쓸 것을 당부했다. ‘고객 만족 일등 은행’이 되자며 강도 높은 실천을 외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자산, 수익, 고객 만족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국민은행은 국내 대표 은행으로서 위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국민은행의 2007년 실적은 눈부시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달궈지면서 은행권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은행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지만 국민은행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영업수익은 2006년 19조6189억 원에서 2007년 21조2818억 원으로 8.5%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더 늘었다. 2조4721억 원에서 12.2% 불어난 2조7738억 원을 달성한 것이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3년 연속 순익 2조 원 클럽’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국민은행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 모두 강 행장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편리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의 ‘성공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소매와 기업 금융 모두에서 국민은행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소매 부문에서 3개월 만에 3조 원어치나 판매하며 대히트를 친 ‘와인(WINE) 정기예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이율이 최고 5.8%에 이르는 고금리 상품인 동시에 고령화 대비 상품이라는 장점이 맞물리며 중장년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기업 금융 부문에선 국내 최초의 맞춤형 통합 자금 관리 시스템인 ‘사이버 브랜치’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기업의 정보기술(IT) 시스템과 국민은행의 온라인 시스템과 연결해 기업이 편리하게 금융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중국 공상은행과 제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은행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은행이 굼뜨거나 새로운 시도에 인색한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국민은행은 덩치는 물론 신개념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데에도 명실상부한 리딩 뱅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 뱅킹을 도입한 것도, 업계 최초로 후불 교통 기능을 탑재한 신용카드를 선보인 것도, 국민은행이었다. 지난해 11월 메모리카드와 디스플레이를 통해 멀티미디어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신용카드인 ‘차세대 멀티미디어카드’ 개발에 착수하는 등 국민은행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주식시장의 활황세가 국민은행에 꼭 악재였던 것은 아니었다.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의 펀드 판매 채널이기 때문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36조4435억 원의 판매 실적과 13조4191억 원의 적립식 펀드 수탁액을 달성해 2위권 업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계좌 수도 물론 가장 많다.2007년은 미래 성장 동력의 초석을 놓은 해이기도 했다.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 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카자흐스탄 알마티, 우크라이나 키예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다. 올 들어서도 해외 진출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중국의 소주와 하얼빈에 지점을 세운 것이다.특히 지난 3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딧은행(BCC)의 지분 50.1%를 인수, 경영권을 획득하기로 해 관심을 모았다. 우선 이 거래는 지금까지 국내 금융 회사가 해외에서 벌인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BCC는 자그마한 지역 은행이 아니라 총자산이 73억2100만 달러에 이르는 카자흐스탄 6위의 중견 기업인 것이다. 개인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이 은행은 안정적인 데다 높은 수익력을 가진 은행으로 꼽힌다.2007년은 ‘투자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증권업에도 진출한 해였다. 지난해 말 한누리투자증권의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 지난 3월 이 증권사는 KB투자증권으로 새 출발한 상태다.이를 계기로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국민은행 측은 전망한다. 특히 기업 고객들에 대한 자금 조달 서비스, 채권과 주식의 언더라이팅(Underwriting) 업무 확대, 자산 유동화 업무 강화, 개인 고객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 확대 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리스크 관리 부문에서도 국민은행은 리딩 뱅크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신용 리스크 기본내부등급법’의 사용을 인증 받았다. 2008년부터 적용되는 신BIS협약(바젤Ⅱ)은 강화된 자산 건전성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표준방법, 기본내부등급법, 고급내부등급법 중 하나를 택해 신용 리스크를 측정해야 한다. 표준방법은 신용 평가 회사들이 정한 기준을 활용해 BIS를 산정하는 반면 내부등급법은 은행 자체적으로 이를 측정할 수 있어 BIS 비율을 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하지만 내부등급법을 이용하기 위해선 은행 내부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내부등급법 사용을 승인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국민은행은 올해 안에 고급내부등급법 사용 승인도 받아 리스크 관리 부문의 선도적 위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본내부등급법이 예상부도율(PD)만 자체 측정할 수 있는데 비해 고급내부등급법은 PD를 포함해 모든 리스크 요소를 은행 내부에서 추정할 수 있다.국민은행의 ‘건전성’은 신용 등급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신용 평가 기관들이 연이어 이 은행의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사가 국가 신용 등급과 동일한 ‘A’ 등급과 ‘A+’를 부여했다. 무디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은 ‘Aa3’을 줬다.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세계 3대 신용 평가기관 모두에서 국가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신용 등급을 받았다”며 “이는 국민은행이 여느 민간 은행보다 현재 건전한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