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을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가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겨우 100일 정도 지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행동임에 틀림없지만 이러한 비판을 받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출범한 희망 정부였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조 하에서 추진하는 ‘기업 프렌들리’, ‘규제 완화’, ‘시장경제 활성화’ 등은 방향성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 경제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도 전에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정부의 경제 리더십이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있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초기 단계의 실수는 지나친 단기 업적주의에 기반한 조급함이나 정책 컨트롤 타워의 부재 또는 미숙함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책 커뮤니케니션의 부족에서 초래된 측면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다 넓게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 그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경우에는 정책의 입안 및 시행 과정이 용이해질 뿐만 아니라 사전적으로는 발생 가능한 정책적 오류를 미리 예방할 수 있게 되며 사후적으로는 정책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바람직한 정책이라도 각종 오해가 난무하고 이해 관계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함에 따라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결국에는 흐지부지될 수도 있게 된다.이명박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의 정책으로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공기업 민영화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혜택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 대상 기업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고, 공기업 민영화 이후에도 해당 기업이 일부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공기업 민영화와 재벌 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노동시장 유연화의 경우에도 이러한 정책이 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그래서 어려운 고용 사정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는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될 수도 있는 상대적 약자 계층의 생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가뜩이나 혼잡한 수도권 지역에 왜 또 공장을 설립해 국가 경제의 수도권 집중도를 더 높이려고 하는지, 수도권만 살고 지방을 죽이려는 정책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사전적으로 충분히 해소해 주어야 한다. 또한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어려운 지방 경제에 배분될 수 있는 시스템도 사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국가 경제란 기업과 달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국민이란 기업의 종업원과 달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고할 수도 없다. 이윤 극대화, 또는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국가 경제가 지향하는 목표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의 복합체다. 한국호라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는 방법은 나를 따르라는 구호가 아니라,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고 동참하게 하는 방법이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약력: 1964년생. 8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91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92년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97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현). 2002년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