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사용에 대하여

골프장에서 ‘미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유독 신형 드라이버를 좋아하고 클럽도 자주 바꾸는 편이다. 장비는 항상 신형이지만 골프 실력을 그에 따르지 못해 언제부턴가 일행으로부터 미군이라고 불린다.지난번 필드에서 그 친구는 역시 자신의 고질적인 슬라이스를 드라이버를 바꿈으로써 고치려고 했다(사실 모든 샷이 연습 부족에서 나오는 스윙의 문제점이지 장비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클럽을 바꾸는 것도 그 친구의 멘털이라고 이젠 모두가 인정한다).이날 그는 슬라이스를 고치는 새로운 병기를 또 구입했고 새로운 드라이버를 가지고 매 홀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힘차게 드라이버샷을 했다. 라운드가 끝난 후 그는 자신의 스코어에 대체로 만족했지만 슬라이스가 완전히 잡힌 것은 결코 아니었다.그러나 그는 그날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라운드가 끝난 후 클럽을 확인할 때 그의 캐디백 안에 클럽 개수가 문제였다. 그는 새로운 드라이버까지 15개의 클럽을 가지고 있었고 일행 중 한 명이 그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이 엇갈렸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클럽은 14개까지 사용할 수 있다.지난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우승컵을 쥔 세르히오 가르시아 선수도 어느 경기에서는 퍼팅 개선을 위해 14개 클럽 안에서 퍼터를 2개 사용해 경기했던 것처럼 클럽 14개 안에서는 드라이버가 2개든 퍼터가 2개든 골프 룰에 어긋나지 않는다.15개의 클럽을 가지고 라운드를 했던 친구의 경우를 보자. 만약 15개의 클럽을 라운드 시작 전에 발견했다면 1개의 클럽은 골프장 경기팀에 잠시 보관하도록 하자. 플레이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만약 첫 홀이 지나고 2번째 홀에서 클럽이 15개임을 알았다면 1개의 클럽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2벌타를 받는다. 3번째 홀이 지나고서야 클럽의 개수를 확인했다면 초과 클럽에 대해 1라운드당 4벌타까지 받는다.이러한 골프 룰을 논하면서 누군가 그 친구의 스코어에 4벌타를 부여해 그의 지갑 안에 들어가 있는 우리의 자금을 다시 빼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투어에 나가는 PGA 선수도 아니고 친선 골프에서 야박하게 라운드가 다 끝난 후 스코어를 다시 계산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정확한 골프 룰을 다음 번 라운드할 때부터 확실하게 적용하자며 그날은 그 친구가 저녁을 사는 것으로 끝을 보았다.사실 그날 우리 일행은 같이 골프를 한 지 5년쯤은 지난 스스럼없이 친한 사이이고, 가끔은 골프 룰과 관계없이 어떤 날은 멀리건도 있고 퍼팅이 지독히 안 되는 날엔 1m 기브도 주는 그런 애버리지골프 파트너였다. 그렇기에 룰보다 진한 것은 우정이라며 친선 골프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골프 동호회 등의 모임이나 토너먼트 경기 등에서는 원칙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골프에서는 상대는 항상 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골프 룰과 골프 매너는 서로 정비례한다.약력: 명지대 졸업. 크리스탈 밸리CC 총지배인. CEO 역임. 지금은 골프 컨설팅사 대표이며 이미지 메이킹 강사로 활동 중.최성이·골프 매너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