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혁신의 ‘창조적 마인드’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는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공자 왈, “정치는 백성을 먹고 살게 해주는 것(足食)이고, 둘째는 군대를 강하게 하는 것(足兵)이며, 셋째는 백성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것(民信)이다.”제자가 다시 물었다. “세 가지 중 한 개를 버린다면 무엇입니까?” “군대다.”“그러면 두 번째를 버린다면 무엇일까요.”“먹는 거다.”“그럼 믿음이 제일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백성들이 마음으로 진정 믿고 따른다면 버린 두 가지를 얻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기업 경영도 투명성과 신뢰 문제가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1997년에 설립, 매년 400%의 성장을 지속하며 미국 내 7대 기업에 랭크됐던 엔론의 회계 부정은 2003년 엔론을 망하게 하면서 미국의 국가 이미지까지 추락시켰다. 주주와 임직원에 대해, 그리고 사회적으로 신뢰성 있는 투명 경영을 통해 기업의 영속성이 확보되는 것이다.위대한 기업은 훌륭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투명성을 통해 신뢰를 얻는 기업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를 털어낸 깨끗한 부(富)라야 한다. 불법 변칙만 저지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법적 규범을 넘어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도 존경을 받을만한 신뢰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 적어도 전문 경영인의 자율적 의사 결정 시스템을 저해하는 불투명한 비도덕적 경영으로는 더 이상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힘든 때문이다.우리나라 기업의 투명 경영은 삼성만의 과제가 아니다. 특히 지배 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에 관한 다른 대기업의 경우 심하면 심했지 삼성보다 낫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과거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시가총액 1조 원의 삼성을 21년 만에 무려 140조 원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2세 창업자다. 취임 당시 신기루 같았던 조 단위 순익 실현, 반도체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전화, 모니터 등 세계 일류 상품 개발을 이끌었다.요사이 TV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과거 개발 연대 시절엔 고 정주영 회장이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동 건설 시장 진출, 조선소 건설, 자동차 독자 개발, 서산지구 간척지 공사, 소떼 방북 등 도전과 개척 정신은 경제 발전사 곳곳에 녹아 있다. 아산 정주영 어록에 나타난 정 회장의 독특한 의지는 더욱 구체적이다.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하겠다는 자신감 10% 외에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1%도 갖지 않는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으면서 나아가면 된다. 장애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엎어지라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런 선구자적 정신은 경영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열정으로 쌓아 올린 큰 업적과 기업들도 투명한 신뢰 경영이 없이는 한순간에 글로벌 차원에서 신뢰를 잃어 기업을 망하게 하거나 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을 보았다. 그래서 차세대 경영 철학은 변화와 혁신 창조 경영의 밑바탕에 투명 경영, 신뢰 경영의 받침대가 형성돼야 성장할 수 있는 경영 문화적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체는 결국 최고경영자(CEO)와 인적자원(HR) 파트 전략가들의 몫이다. 과거 기업의 잘못이 드러날 때 술 상무들이 포진한 그룹 홍보실이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대부분 막아냈다. 그러나 그들도 이제 전 세계적으로 퍼져가는 마타도어를 다 막아낼 수 없다.실행이 투명하고 신뢰를 얻는 사업가적 마인드를 갖는 HR 자원 문화가 중요하다. 어느 책에선가 신뢰를 ‘상대방을 따라하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따라할 수 있는 심리’라고 정의한 걸 본 적이 있다. 단순히 믿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기업 내 HR가 능력과 인품 모두를 갖추지 않으면 진정한 신뢰를 형성하는 기업의 문화를 생성하기 어렵다. 한 개개인이 회사를 대표하는 작금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 속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아야 하겠다.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