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증권사 중 영업 점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어디일까. 답은 165개를 가지고 있는 동양종합금융증권(동양종금증권)이다. 2위는 152개의 미래에셋증권이다. 하지만 시계를 1년만 거꾸로 돌려보면 지금과는 모양새가 영 딴판이었다. 지난해 3월 31일 현재 동양종금이 94개, 미래에셋증권이 76개에 그쳤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에 양사 모두 갑절 정도나 점포를 불린 것이다.다른 증권사들이라고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영업 점포를 늘렸다. 지난해 3월 31일에서 지난 3월 31일 사이에 굿모닝신한증권이 6개, 유진투자증권이 8개 점포 수를 늘렸다. 증권사들의 영업점 확충 행보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고객 접점을 넓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그렇다면 자통법과 고객 기반 확충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자통법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으로 구분돼 있던 영역의 벽을 허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증권사가 자산운용사, 선물회사의 영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의 영업 형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다시 말해 브로커리지 수수료에 매달리던 것에서 탈피해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다양한 금융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수익원이 전에 없이 다양해질 수 있다. 증권사 영업 점포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증권사들이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동양종금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점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도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양 사 모두 이전엔 없었던 새로운 상품으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미래에셋증권은 펀드에서 각각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CMA나 펀드는 모두 증권사 영업점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와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 오히려 최근 증권업계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자산관리 영업’의 대표 상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자산관리’는 현재 리테일 영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굳힌 상태다. 어지간한 증권사치고 ‘자산관리’를 기치로 내걸지 않은 곳이 없다. 단순 위탁매매보다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에 따라 주식, 펀드, 선물,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통해 자산 증식을 돕고 세금 문제 등 복잡하고 전문적인 컨설팅도 해주겠다는 것이다.고객들도 증권사의 변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과거엔 VIP고객이나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전 고객에게 확장하겠다는 데에야 누가 외면하겠는가.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동수원의 나한엽 센터장은 “과거에는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 수단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던 고객이 많았지만 갈수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익을 내기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고객 예탁 자산 역시 주식 위주에서 금융상품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관리라는 업계의 영업 전략과 시장의 니즈가 제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사실 증권업계에 ‘자산관리’가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7~8년 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과 같은 맥락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운명은 사뭇 달랐다. 그러다 주식 시장이 살아나고 간접 투자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업계에선 ‘자산관리’가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도 빠르게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을 잡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통해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관련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영업점 내부도 자산관리에 걸맞게 개비하고 있다. ‘객장’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과거의 추억이 되고 있는 셈이다.동양종금증권의 이범진 영업추진팀장은 “경쟁이 과거에 비해 치열해졌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자통법이 실시돼 은행과 보험사와도 경쟁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피 말리는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우선 영업점 위치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차별적인 전략이 시작된다. 2005년 ‘전 지점과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한 삼성증권은 소규모 다점포보다 핵심 상권의 대형 점포를 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점한 ‘FH삼성타운’은 전용면적이 무려 1930㎡(옛 584평)에 달하고 여기서 근무하는 PB만도 40명에 이른다.동양종금증권은 ‘다양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지역들을 개척했다. 특히 한국암웨이와 제휴해 전국 13개의 암웨이 플라자에 입점했고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에도 점포를 내는 등 입점 지역과 형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신규 고객 유치를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자산관리 세미나와 투자 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것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직접 투자를 위한 것보다 간접 투자와 재테크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적인 내용 중심으로 설명회가 진행되는 것이다.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무료 화분갈이 이벤트를 열었다. 한 아파트에서 진행된 이 행사를 통해 회사를 홍보하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한국투자증권의 최인희 영업추진본부 차장은 “무료 분갈이 이벤트는 고객의 감성에 홍보하는 접근으로 지역 지점에서 시작된 이런 감성 마케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영업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차 판매’다. 기존 주식 고객에겐 간접 투자 상품을 권하고 간접 투자 상품 고객에겐 직접 투자를 권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돼 유익하고 증권사 입장에선 거래 금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증권사와 고객의 ‘윈윈’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영업 직원들을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업무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형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어러니 저러니 해도 자산관리 영업의 핵심은 역시 서비스의 질이라고 할 수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전문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무 상담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현직 세무사와 회계사를 컨설턴트로 위촉해 고객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현재 6개 영업지구에서 14명의 세무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모든 지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지역에 특화된 전략도 도입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갤러리아 지점이 그렇다. 삼성증권은 이곳에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특수 고객층에 전문적인 상담 능력을 보유한 PB들을 집중 배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향후엔 골동품, 갤러리, 외제차 딜러 숍 등과 공동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새로운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도 주식, 선물, 옵션,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상품의 종류를 더욱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투자은행(IB)과 연계된 상품 개발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구조화 상품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신상품이 내놓겠다는 것. 심지어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상품도 나올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증권의 한 지점은 올 초에 주가가 급락한 글로벌 금융회사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를 조성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한국투자증권은 고객과 PB의 쌍방향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인 ‘프로핏(profit)’을 내놓았다. 한 명의 PB가 투자를 결정해 손실이 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에쿼티 매니저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 그룹을 두고 이들이 일선 PB와 함께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펀드나 주식의 거래 수와 상관없이 1.5~2.5%의 기본 수수료만 내면 되고 고객의 목표 수익을 상회하는 성과를 내는 경우 10~20%의 성과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 입장에선 목표 수익에 이를 경우에만 추가 비용을 내면 되고 회사는 성과 수수료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서비스를 통해 2010년까지 자산 100조 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상담 효과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AI(대안투자)상품기획팀과 자산운용컨설팅본부를 두고 자산관리 지원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의 투자 목적에 적합한 자산 배분 모델을 제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객의 성별, 연령, 소득, 자산구조 등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모델을 제시해 영업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현대증권 자산관리 영업 직원을 대상으로 ‘SCC(Sales Skill Course)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5단계로 구성됐으며 현재 157명이 이를 수료했다. 또 195명이 ‘포트폴리오 운용과정’을, 신규 자산관리 직원 98명은 ‘FA입문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460여 명의 지점 창구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점관리직 C&I(Change&Innovation) 실천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동양종금증권은 전 직원을 자산관리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지점의 창구 관리 직렬을 자산관리 직렬로 전화했다. 점포도 종합 자산관리를 하기 위해 ‘금융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PB 교육, PB 아카데미 등도 진행하고 있다.미래에셋증권은 창업 초기부터 맵스(Mirae Asset Prtfolio Service) 팀을 운영하고 있다. 투신사와 은행의 PB 출신 직원들, 주식 전문 상담역 등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 팀의 자산 매니저(Asset Manager)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주식, 채권, 부동산, 세무, 금융상품 등 전방위적인 투자 상담 능력을 배양하고 있는 것이다.대우증권은 자산관리 역량 향상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지난해 ‘자산관리 컨설팅 연구소’를 신설해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2010년까지 600명의 자산관리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PB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WM 아카데미 마스터 과정’이 그것이다. 현재 22명의 PB 전문가들이 이 과정에 참여했으며 올해 100명 정도가 이 과정을 이수할 계획이다.일찌감치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한 삼성증권은 영업 직원을 4단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직원들을 주니어, 프레스티지, 시니어, 마스터로 나눠 각 단계 별로 ‘PB스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3명이던 ‘마스터 PB’는 현재 31명으로 증가한 상태다. 마스터 PB는 관리 자산 1000억 원 이상, 1억 원 이상 고객 60명 이상, 영업 경력 5년 이상인 PB들이다.업계 전체가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한 영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지만 수익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예를 봐도 자산관리가 대세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현재 자산관리 영업에 대한 업계의 움직임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얘기다. 어찌됐든 고객 입장에선 고급 금융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니 업계의 변화는 환영할 만한 일임에 분명하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