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펀드 시장은 설정액 기준으로 약 300조 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 됐다. 계좌 수도 작년 말 기준으로 2353만 개에 다다르는 등 ‘1가구 1펀드’ 시대를 넘어 ‘1인 1펀드’ 시대를 향해 거침없이 순항 중이다. 바야흐로 재테크 수단으로서 ‘펀드 전성시대’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펀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펀드 업계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판매처의 다변화다. 현재 펀드의 판매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의거해 증권회사, 은행, 보험회사만이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보험설계사에게도 펀드의 권유가 허용됐으며 향후 저축은행이나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에까지 판매 채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펀드에 소외됐던 소도시 주민들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 등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펀드 판매 확산에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펀드 판매의 선진화를 위한 필요조건들은 조금씩 충족되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진정한 펀드 선진화를 위한 과제도 부각되고 있다. 선결돼야 할 과제로 손꼽히는 것은 ‘불완전 판매(Mis-selling: 불완전 판매란 상품 내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며 판매하는 것)’다.즉, 펀드의 판매처가 확대되면서 상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판매원들이 많아지고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금융 지식이 부족한 개인의 펀드 가입이 늘어나면서 불완전 판매가 만연할 수 있는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개인 투자자가 낸 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총 66건으로 15건이었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40% 증가했다.그렇다면 불완전 판매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일까. 최근 불완전 판매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초점은 불완전 판매 근절을 위한 금융 당국의 대책과 판매사들의 책임에 집중돼 있다. 필자 역시 금융 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펀드 판매원 자격 기준 마련, 그리고 판매사의 판매원 교육을 통한 전문적인 인재 양성의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하지만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모두 그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예컨대 펀드에 가입할 때 펀드 판매원들의 설명에는 관심도 없이 과거 수익률이나 주변 소문에 따라 상품을 결정한 후 서명이 필요한 곳만 체크해 주기를 바라는 펀드 구매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귀에 경 읽기’란 한국 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이다. 구매자가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듣지 않으면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하더라도 불완전 판매의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또한 펀드 상품을 설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다른 금융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상품 마케팅에 치중된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펀드의 네이밍(Naming) 작업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는 것이나, 스타일 펀드가 과다 출시되는 것은 이러한 마케팅 활동의 단면이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판매사 지원에서도 일맥상통해 상품을 기획하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판매사들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성숙한 펀드 문화’는 단지 규모의 팽창이나 어떤 한 부분의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과실은 아니다. 펀드를 설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를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판매사, 판매사와 자산운용사를 감독하는 금융 당국, 그리고 펀드를 구입하는 일반인까지 포함하는 광의적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펀드 숫자 세계 1위의 한국에서 가장 성숙한 펀드 문화를 이룩한 펀드 선진국, 금융 선진국으로 한국 자산운용업이 자리 매김하길 바란다.데이비드 프라우드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약력: 1957년 영국 출생. 2000년 HSBC 이머징마켓 전자상거래 대표. 2001년 HSBC 아시아태평양 퍼스널뱅킹 대표. 2003년 엔젤인베스트먼트신디케이트 파트너. 2007년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