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어학연수 ‘붐’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을 둔 서초동의 주부 김미정(41) 씨. 아들의 영어 연수를 두고 고민하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을 듣고 오는 가을 학기부터 1년간 아이를 캐나다에 유학 보내기로 마음을 굳혔다.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 김 씨는 미국 등 외국에서 살다 오거나 유치원 때부터 일찌감치 영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아들의 영어 실력이 뒤처진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불안감을 가져 왔다. 현재의 격차를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단기 유학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학생들의 조기 유학 및 어학 연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조기 유학을 떠나는 초중고생이 연간 3만5000명에 이르고 이에 따른 비용만도 15조 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조기 유학을 선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 대부분은 ‘영어라도 확실히 배워오자’라는 생각으로 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문제는 조기 유학을 다녀온 후다. 귀국 학생 중 상당수가 소위 ‘조기 유학 증후군’을 겪는다.조기 유학 증후군은 교육 과정이 다른 외국에서 장기간 체류하고 돌아온 뒤 학교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조기 유학을 다녀 온 초등학생의 56%, 중학생의 39%가 귀국 후 학교 공부에 대한 적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특목고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더 오랫동안 조기 유학 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상위권 학생에게 1년 이상의 공백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또 영어 하나만 잘한다고 국제중이나 특목고 진학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그리고 논술 같은 주요 과목을 골고루 잘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나온 것이 ‘관리형 유학’이다.관리형 유학은 현지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마친 후 국내의 또래 친구가 공부하는 진도에 맞춘 집중 학습을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입시에 필요한 수학이나 논술은 물론 특기 점수를 위한 음악이나 미술 교육까지도 과외가 이뤄진다.관리형 유학 전문 업체인 글로벌 페르마의 박진용 본부장은 “관리형 유학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한국 교과과정 학습까지 챙겨줄 뿐만 아니라 홈스테이 생활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유학 중인 학생과 국내 학부모의 상담까지 일괄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에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유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관리형 유학은 생활 방식에 따라 크게 홈스테이와 기숙 하우스로 나뉜다.홈스테이 방식은 업체와 계약한 현지 가정에서 생활한다. 학교 정기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가기 전 애프터 스쿨에서 국어 수학 과학 등의 과목을 배운다. 또 홈스테이 코디네이터가 수시로 홈스테이 가정을 방문해 생활을 점검하고 한국의 부모에게 통보해 준다.기숙 하우스 방식은 업체가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기숙사에 방과 후 학습은 물론 부모처럼 생활 하나하나를 돌봐주는 강사들이 함께 생활한다.지난해 9개월간 필리핀에서 영어 연수를 다녀온 강민영(중1) 양의 경우가 바로 이 케이스. 교육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기숙사에서 꽉 짜인 일정 속에서 스파르타식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만 진행된다. 강 양의 어머니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가 다녀온 뒤 영어 실력이 부쩍 늘어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최근 관리형 유학의 특징은 지역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형 유학이 시작된 초기에는 캐나다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미국 호주 필리핀 중국 등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지역이 다양화될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유학 목적 등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다.미국은 주로 장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다. 캐나다는 국내 복귀를 염두에 둔 초등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 필리핀이나 호주, 그리고 중국은 유학 경험이 없거나 기초 실력을 키우려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고 있다.글로벌 페르마가 운영하는 필리핀 프로그램의 경우 타 지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대일 영어 수업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대부분의 학생들이 유학 초기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현지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나 성격이 소극적인 학생은 영어로 말할 기회가 적어 실력 향상이 더딘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적응 문제를 고려해 유학 초기 3개월 동안은 학과 수업을 줄이고 주당 60시간의 영어 집중 과정으로 기초를 다져준다. 특히 필리핀은 필리핀 전 지역에 널리 분포해 있는 화교 덕분에 굳이 중국까지 가지 않아도 영어와 중국어 학습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관리형 유학은 이런 장점을 가졌지만 대체적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적게는 2000만 원(아시아 지역)에서 많게는 6000만 원(미국)까지 다양하다.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발품을 많이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곳곳에서 열리는 유학 설명회에 많이 참석해 볼수록 쉽게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말이다. 유학 설명회에 참석하더라도 설명만 듣고 있지 말고 학생 모집 업체가 직접 관리하는지, 위탁 업체에 맡기는지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돋보기│강남권의 학원 벨트대치동 ‘입시’, 강남역 ‘어학’, 교대역 ‘편입·재수’“초등학교 때는 압구정에서 배우고, 중고등학교 시절엔 대치역에서 입시 학원에 다닌다. 교대역에서 재수한 뒤 편입 학원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오면 강남역의 영어 학원에 출퇴근 도장을 찍는다.” ‘사교육 1번지’인 강남의 실태를 꼬집는 이런 말처럼 실제로 강남 지역은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 및 성인 교육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교대역을 중심으로 편입 학원 전문직 학원 등이 발달하면서 입시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 일대, 대학생 및 성인을 고객으로 하는 어학원과 의치학 전문대학원 대비 학원이 집중된 강남역 등과 연계된 ‘강남권 학원 벨트’가 완성된 것.실제로 강남역 주변은 각종 외국어 학원 및 유학원의 밀집 지다. YBM을 비롯해 파고다, 민병철어학원 등 쟁쟁한 영어 학원이 모두 진출해 있다.특히 이곳 강남역 인근에서 급성장 중인 학원은 로스쿨 학원이다. 현재 로스쿨 학원은 전국 20개에 이른다. 서울에 가장 많고 특히 강남역 인근에 밀집돼 있다. 서울로스쿨, LSA로스쿨아카데미, PLS, 솔로몬, 한국로스쿨아카데미, 합격의 법학원 등 예닐곱 개가 강남역 주변에 있다.여기에 중국어 학원의 돌풍도 거세다. 한우리GNS가 운영하는 쎄쎄니어학원의 정재일 대표는 “사거리를 중심으로 15개의 크고 작은 중국어 학원이 있다”면서 “늘어나는 중국어 수요가 강남역 학원가의 변화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교대역도 만만치 않다. 교대역은 ‘재수 학원의 8학군’으로 불린다. 전통적인 ‘재수학원의 강자’ 강남 대성학원을 비롯해 서초 메가스터디, 강남 중앙학원, 유웨이에듀, 서초오성학원 등이 성적 우수자들만 따로 모아 ‘고난이도 교육’을 하는 재수 종합 학원들이 교대역 부근에 밀집하면서 이 지역이 신흥 재수생의 메카로 떠올랐다.이와 함께 교대역 인근에는 편입 전문 학원인 김영편입학원과 의치학 전문대학원 준비 학원인 PMS 등도 자리 잡고 있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