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처들이 몰려 있는 과천 정부청사 주차장 유료화 계획이 일단 유보됐다. 지난 5월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에너지 절약에 일조한다는 명분으로 과천청사 주차장을 7월 1일부터 전면 유료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 등지에서 과천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대중교통 여건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최근 ‘공무원 달래기’에 열심인 한나라당이 “기름 절약엔 아무 도움도 안 되면서 불만만 쌓인다(최경환 의원)”고 거들고 나서면서 흐지부지될 것 같은 상황인 것.당초 계획에 따르면 과천청사 주차 요금은 10분당 500원(1시간 30분 기본 무료)에 하루 종일 정액제로 2만 원을 받기로 했다. 다만 관용차량 외교관차량 작업용 의전용 등 약 385대 정도의 면제 차량은 별도로 관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루 주차비가 2만 원이면 한 달에 40만 원가량 되는데 공무원들은 “너무 부담이 크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당시 행안부는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해 오후 10시 이후 퇴근하는 공무원은 주차비를 4000원으로 80% 할인해 주고 한 가지만 충족할 경우라도 1만 원(50%)으로 깎아주는 ‘얼리버드 우대제도’를 만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불만은 식지 않았다.행안부 관계자는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는 5월 1일부터 10분당 1000원의 주차료를 받고 있는데 과천과 대전 청사는 계속 무료로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아직까지도 시행 입장을 완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로 청사와 달리 과천은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고 주차료도 인근 주차장보다 비싸 실효성이 없다”며 “국회라도 열리면 여의도를 밥 먹듯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엄청난 분량의 서류를 들고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경제 부처 관료들답게 ‘경제 원리’를 들어 행안부 방침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나타났다. A 국장은 “현재 과천청사 바로 옆 과천시청 주차료는 운동 시설에 등록할 경우 한 달에 4만 원이고, 과천 시내 유료 주차장도 종일 주차비가 1만 원이어서 청사 주차장을 유료화한다고 자가용 운행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시장가격보다 낮은 주차비를 받는다면 인근 차량까지 청사 주차장으로 흘러들어오는 풍선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또 다른 공무원은 진지하게 주차장 유료화의 ‘비용-편익 분석’을 들려주기도 했다. 비용-편익 분석은 예산 사업 또는 민자 사업 등의 타당성을 분석할 때 사용되는 기법이다. B 심의관은 “억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차단기 공사비와 유료화 관련 시설 유지비, 요금 징수원 등에 대한 인건비를 고려하면 에너지 절감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뛰어 넘는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비판했다.이처럼 과천청사 주차장 유료화 계획이 공무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친 가운데 지난 2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여러 의원들은 정부와의 당정 협의에서 “통근버스 운행 등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주차장 유료화 계획을 보류할 것”을 행안부 측에 주문했다. 임태희 의장은 “과천 청사 주차 요금 문제는 매듭을 지었으면 좋겠다”며 아예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으며 홍준표 원내대표도 “공무원이 월급을 얼마나 받는다고 좀 심한 조치 아니냐”며 여기에 가세했다.여의도 소식통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낸 배경으로 여권이 본격적으로 ‘공무원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수많은 공무원을 사실상 대기 발령이나 다름없는 ‘교육’으로 내몰고 ‘얼리버드형 공무원’이 될 것을 요구하면서 업무 강도를 높여 왔지만 이제는 관료들을 껴안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이 때문에 당초 경제 부처 공무원들과 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사이에서 빚어졌던 갈등이 한나라당과 행안부의 불협화음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면 보류”를 주장하고 나온 다음날 곧바로 주무부처 장관인 원세훈 행안부 장관은 “소신이다”며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양재 등 3개 방향의 지하철 환승역까지 운행하는 야간 셔틀버스 노선의 실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주차장 유료화 후속 대책까지 내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