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자 전문가들은 일제히 ‘피크 오일(Peak Oil)’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피크 오일’은 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을 찍는 시점으로, 그 이후에는 석유 매장량의 제한에 따라 자연히 생산량 감소가 뒤따르게 된다. 이르면 2010년, 아무리 늦어도 2047년께에는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피크 오일’ 이후의 세상은 어떨까. 우리는 석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국제사회는 두 차례 오일 쇼크의 교훈을 통해 천연가스와 원자력 등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개발해 왔다. 특히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연료전지 등 일련의 신·재생에너지가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올라 세계 전역에서 그 시장성을 검증 받고 있다. 그 가운데 바이오매스에 대한 최근의 평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미국은 일찍부터 공격적으로 바이오매스에 투자했다. 미국이 주목한 바이오매스는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이었다. 2007년 미국은 15년 안에 연 360억 갤런(약 1362억 리터, 2007년의 5배)의 에탄올 생산량을 달성하기 위한 법안을 수립했다. 미국은 총 140개의 에탄올 공장을 가동 중이며, 설립 중인 공장만 60개 이상에 이르고 있다. 에탄올은 미국에 새로운 에너지 리더십을 약속하는 듯했다.하지만 공장들이 ‘더 많은 물’을 요청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의 에탄올 생산 중심지인 플로리다는 최근 강물 감소와 땅 건조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에탄올 공장 하나에 하루 15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미주리 주법원에 에탄올 공장 추가 건축 중지를 요청했고 미국은 법원의 평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플로리다의 사례는 신·재생에너지의 ‘지속 가능성’ 개념이 더욱 확대 강화돼야 함을 잘 보여준다. 바이오매스는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식량 자원과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한 환경을 황폐화할 수 있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에너지와 환경이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관계임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개도국이나 후진국에서는 환경과 양립할 수 있는 지속 가능 에너지 모델에 대한 요청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지만 에너지가 늘 부족한 나라다. 최저 섭씨 영하 40도, 최고 영상 45도의 극적인 연교차로 엄청난 화력의 난방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유목민족의 생활 방식을 고수, 잡풀이나 나무로 난방을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이런 전통 생활 방식은 수림 자원을 고갈시키고 에너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면서 사막화의 진전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그리고 몽골의 사막화는 봄철이면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 황사로 찾아온다.대성그룹은 몽골의 에너지 문제를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으로 접근했다. 처음 태양광 10만 호 보급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사막을 녹지화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실증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330만5000㎡(옛 100만 평) 부지에 태양광, 풍력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몽골의 경제, 에너지, 그리고 환경 문제 해결에 많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바이오매스가 물과 땅 등 주변 환경과의 공존 가능성을 개선해야 하듯,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도 경제성과 에너지 저장 능력 등을 계속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신·재생에너지이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확장된 ‘지속 가능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태양광발전 핵심 소재를 개발했다는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해 나간다면 미래 신·재생에너지를 우리 손으로 개발해 내는 일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김영훈대성그룹 회장약력: 1952년 대구 출생. 81년 미 미시간대 법학 석사, 경영학 석사. 87년 미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수학 및 신학 석사. 2000년 대구도시가스, 경북도시가스 회장(현). 2001년 대성그룹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