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후보지 - 몽골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00배에 이르는 광대한 땅을 몽골에서 임차, 개발해 유사시 해외 식량 기지로 활용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된다.‘몽골 할흐골 지역 농업 개발 마스터플랜’이란 긴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우리 정부가 몽골에 농업 기술, 농업 인력 교육, 농촌 개발 계획 등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대신 27만ha의 땅을 50~100년간 장기로 빌리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정부는 지난 5월 몽골 측과 사업 세부 내용 협의를 거친 후 협의의사록(RD) 서명을 완료했으며 7월 중 정부 간 공식 합의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어 사업 시행자 선정 및 본사업 착수에 들어가고 내년 6월까지 마스터플랜 및 시범 농장 설계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사업을 주관하는 외교통상부 산하 국제협력단(KOICA)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 200만 달러를 몽골에 무상 원조하기로 결정했다.정부는 무상 원조로 농촌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대신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이 개발된 농지를 장기 임대받아 식량 기지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KOICA는 최종 협의가 끝나는 대로 공개 입찰을 통해 시행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낙찰 기업에 투자금을 융자해 주거나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투·융자금 재원은 농지관리기금을 활용할 예정이다.당초 이 사업은 지난 2006년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 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2년 가까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정부는 최근 해외 식량 기지 건설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중국과 일본 등이 할흐골 지역 농업 개발에 관심을 보이자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해외 식량 기지를 건설하면 국내 자급률이 낮은 밀 옥수수 콩 등의 작물을 싸게 들여올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이점이다. 해외 식량 기지에서 수확한 곡물을 국내로 직접 수입하거나 주변국에 팔고 다른 대체 곡물을 싸게 수입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밀 0.2%, 옥수수 0.8%, 콩 10%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한국은 연간 곡물 1400만 톤을 사들이는 세계 3위 곡물 수입국이기도 하다.할흐골 지역은 농축산 분야에 관한 한 몽골에서 가장 노른자위로 불릴 만큼 토지가 비옥한 곳으로 평가된다.지난해 9월 우리나라와 몽골 농업 전문가들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할흐골은 호주나 캐나다에 비해 밀 등의 작물 재배 여건이 훨씬 좋은 지역으로 수출 수송로만 확보된다면 경제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이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한지농법(dry-landing farming)에 필요한 강수량(연간 150mm)보다 훨씬 많은 270mm인데다 지역을 관통하는 할흐골 강과 인근 보이르 호수 등의 수자원도 이용할 수 있다.이미 구소련 시절인 1976년 4만ha의 농·목축 겸용 집단농장이 건설돼 농업 용지로서의 적합성을 인정받았다. 현재도 1만ha의 농지에서 생산되는 밀과 감자 등이 몽골 전체 생산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다.비용 측면에서도 농지 임대료가 ha당 0.76달러로 저렴해 수도 울란바토르까지의 운송비용 등을 감안해도 국제 밀 시세와 비교할 경우 최소 5배 이상의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현지에 진출한 한 교민은 “할흐골은 농업뿐만 아니라 축산이나 관광, 식량 안보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반드시 진출해야 할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의 가치는 눈앞의 경제성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나 통일 이후를 대비한 전략적 측면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만약 양국 간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향후 100년간(60년 임차에 40년 연장 가능) 안정적인 식량 기지를 확보함은 물론 추가 합의 여하에 따라서는 점진적인 자치행정권 확보도 기대된다.몽골은 해당 지역을 탈북자들의 정착지나 향후의 북한 급변 사태 시 임시 난민촌으로 활용해도 좋다는 의향을 밝히는 등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1000km나 떨어진 외지인데다 철도 등 수송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지역이 갖는 중요성은 인근 국가인 중국과 일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주 몽골 한국대사관은 얼마 전 본국 정부에 올린 보고서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이 대규모 농지를 선점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건의했다.중국은 몽골과 국경을 접한 내몽골 자치구의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토지 임대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인근의 유전과 광산 개발권은 중국 기업이 다수 차지한 상태다.일본도 울란바토르 시내에 대규모 땅을 소유한 ‘원 아시아(One Asia)’란 일본계 기업이 몽골 정치인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를 무기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사용 허가를 획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한편 에너지·광물 자원 개발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아프리카 등에서 자원 개발권을 따내는 대가로 발전소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해 주는 ‘패키지형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우라늄과 인광석이 풍부한 몽골에서 자원 개발권을 따내면서 농촌·농업 개발 무상 지원을 약속하고 농업·농촌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현지 농지를 개발, 임차해 식량 기지를 구축하는 구조다.정부 관계자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기술은 떨어지지만 농업 환경이 좋은 국가를 대상으로 농업 관련 무상 원조를 해주고 농지를 임차하는 방식, 해외 광물·에너지 자원 개발과 농업 개발을 연계하는 방식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야타마우카’ 농장을 식량 생산 기지로 본격 개발할 계획이다. 여의도 면적의 67배에 이르는 이곳에 2009년부터 전략 농업 물자를 심는 시범 사업을 펼치기로 한 것.정부를 이를 위해 야타마우카 농장 관할권을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농촌공사로 이관하기로 했다. 농촌공사는 농지 개발과 간척을 전문적으로 하는 공기업이다.야타마우카 농장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서북쪽으로 980km 정도 떨어진 산티아고 지역에 있다. 총면적이 2만894ha로 1978년 8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쌀 증산 사업을 위해 211만5000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하지만 흙에 소금기가 많은데다 강수량이 부족해 그동안 황무지로 버려졌고 수차례 국내 기업 및 현지 교포 업체를 대상으로 농장 임대 개발 사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농촌공사는 현지 실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활용 방안 연구에 들어가 이르면 2009년부터 시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농림부는 야타마우카 농장의 가장 유력한 활용 방안으로 옥수수 콩 등 곡물 재배를 꼽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고 있어 해외 식량 자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워낙 넓은 땅이라 곡물을 다 심기는 힘들고 일부는 목축·조림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며 “농장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국내 조달, 해외 판매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우리 정부는 야타마우카 농장 외에도 칠레에 테노 농장(185ha)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81년 사들인 이 농장은 현재 칠레 현지인에게 임대를 주고 있다. 칠레 이민법상 우리나라 농업인의 이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