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 씨는 요즘 들어 돈 걱정이 많아졌다. 남편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가 몇% 올랐다는 뉴스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그러다 최근 지인의 소개로 새로운 신용카드를 장만하곤 마음이 적잖이 놓였다. 그냥 신용카드가 아니라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무조건 3% 할인해주는 상품이었다. 신용카드 하나로 3%의 물가 상승을 잡은 셈이었다.신용카드의 본질적인 역할은 결제 기능이다. 과거엔 이 역할만 잘해도 꽤 좋은 상품이었다. 가맹점이 많은 회사의 카드가 환영받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 결제 기능만 가지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어지간한 사업장치고 이런 저런 카드사에 가맹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제 기능이 시원찮다는 평을 듣는 카드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이제 카드사들의 경쟁 요인은 ‘부가 서비스’로 옮아갔다. 결제 기능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으니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뭔가 특별한 혜택을 줄 필요가 생긴 것이다. 기존 고객의 카드 이용 실적을 늘리는 데도 부가 서비스는 큰 역할을 한다.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일정 액수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카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금융 당국이 신규 고객에 최초 연도 연회비를 면제해 주던 업계의 관행을 금지한 상태여서 부가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업계의 부가 서비스 경쟁은 비용을 높여 결과적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업계의 부가 서비스 관련 비용은 2005년 6936억 원에서 2006년 8866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에 비해 37.5%나 비용이 불어났다.그 결과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부가 서비스 비용으로 나눈 보상배율은 2005년 6.2배에서 2007년 상반기 4.6배로 크게 감소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카드사들의 부가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업계의 수익성이 감소할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만 고르면 이런 저런 혜택이 굴러들어오기 때문이다. 공짜 비행기표를 구할 수도 있고 대출 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다. 물건 값을 할인받을 수도 있고 미래에 쌓일 포인트로 가전제품 등 살림살이를 바꿀 수도 있다.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부가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서비스인 ‘포인트’ 적립은 과거에 비해 강도가 높아졌다. 적립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예 포인트 적립률이 높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일명 ‘포인트 카드’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포인트로 구매할 물건을 미리 정해 두고 꾸준히 포인트를 쌓아가는 소비 형태는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신한카드의 ‘하이 포인트 카드’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사용한 금액의 5%까지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포인트는 잘 모이는 데 쓰기가 불편하면 말짱 헛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인트 사용이 불편하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카드사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포인트 사용이 편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 상품들이 적지 않다. 가령 예전의 주유 카드는 특정 주유소에 한해 할인 혜택을 줬다. 반면 최근에는 모든 주유소, 모든 연료에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의 ‘씨티 리볼빙비자카드’는 어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든 사용액의 최고 4%까지 할인해 준다.한국은 가계 대출이 많은 나라다. 집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 열 중 아홉은 대출을 안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파고 든 카드도 있다. 포인트를 대출금 갚는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상품이다. 이런 유의 카드들은 송금 등 각종 금융 서비스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금융 관련 서비스에 특화됐다고 해서 ‘금융 카드’로 불린다.KB카드의 ‘KB FnSAVE 카드’는 최고 0.3%포인트까지 대출 이자율을 내려준다. 이자율 6%로 1억 원을 빌린 경우 0.3%포인트 이자율 할인을 받으면 연간 30만 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생긴다. 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선지급 포인트’ 서비스를 통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선포인트’로 갚을 수 있다.여행이나 레저 등에 특화된 카드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 5일제 등으로 레저 인구가 늘면서 여가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카드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가령 ‘현대카드 W 트래블 카드’는 이용액이 1200만 원이 될 때마다 ‘W 트래블 티켓’ 1장을 제공한다. 이 티켓 1장은 국내선 왕복 항공권이나 한화리조트 1박 숙박권 등과 교환할 수 있다. 3장을 모으면 중국이나 일본, 4장은 동남아, 7장은 유럽과 북미 왕복 항공권과 바꿀 수 있다.리볼빙 카드도 많이 나오고 있다. 리볼빙이란 결제 금액을 자신이 원하는 때에 나눠 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가령 이달 결제 금액을 낼 돈이 부족해 연체를 피할 수 없는 경우 활용할 만하다.이달에는 정해져 있는 최소한의 금액만 내고 나머지는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내면 된다. ‘신세계 씨티 리볼빙카드’는 신세계 할인카드와 리볼빙카드를 결합한 상품이다.신용카드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신용카드 사용은 이미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어차피 써야 한다면 현명하게 이용하는 게 당연히 좋다. 자신의 소비 행태를 감안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재테크’가 가능하다. 지갑 안의 카드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길은 가까이에 있다.취재=변형주·우종국 기자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