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풀무원건강생활 사장

“4개월 만에 몸무게가 11kg 빠졌어요. 바지 사이즈를 한 단계 줄였는데, 보는 사람마다 깜짝 놀라지요.” 최근 내놓은 신제품 ‘그린체 다이어트’를 소개하는 이규석(56) 사장의 목소리에서 경쾌함이 느껴진다. 90kg에 육박하던 중년의 몸매는 몇 달 사이 몰라보게 날렵해져 있다. 제품 출시 전 이 사장이 직접 체험을 통해 확인한 ‘그린체 다이어트’의 뛰어난 효과 덕분이다. 이 제품은 1990년대 중반 생식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켰던 풀무원건강생활이 10여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관리 프로그램이 함께 따라간다는 게 특징이다. 이 사장은 “다이어트는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로하스 선도 기업인 풀무원의 기업 문화에 잘 맞고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3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이 사장을 만났다.86kg이던 몸무게가 75kg까지 빠졌어요. 70kg대 몸무게는 대학 졸업 후 처음입니다. 예전에도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정말 배고프고 힘들었어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린체 다이어트는 식습관을 바꾸는 겁니다. 옛날처럼 그냥 무조건 굶는 방식이 아니에요. 그러니 다이어트가 한결 쉽지요. 줄어든 바지를 보여주면 모두가 깜짝 놀랍니다. 제가 봐도 신기해요. 저뿐만 아니라 300여 명을 테스트했는데 70~80%가 상당한 효과를 봤습니다.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굳이 사장이 아니어도 회사 내 누군가는 반드시 제품을 내놓기 전에 충분한 체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고객에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문서만 보고 전달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게 식품회사의 기본입니다. 풀무원 임원들은 모두 요리를 배우지요. 저도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갖고 습니다. 그래서 신제품이 나오면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조리를 해봅니다. 우리 제품 중에 화장품도 있는데, 에센스나 기초 화장품은 직접 해봐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면 느낌이나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어요.건강기능식품에서 영양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비만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비만은 결국 지나침, 과식에서 생기는 문제예요. 과거처럼 지방을 분해해 주는 기능성 제품 한 두 개로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조금 지나면 요요현상으로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요. 그린체 다이어트는 세 가지 제품으로 구성돼 있어요. 새로운 효모 추출물을 함유한 ‘다이어트 슬림’은 식욕을 억제해 과식을 막아줍니다. ‘다이어트 뷰티’는 식후 혈당 상승을 막아주고 공복감을 해소해 주는 과립 형태의 둥굴레 맛 차지요. 여기에 또 ‘다이어트 영양 뮤즐리’는 견과류와 씨앗으로 만든 식사 대용식으로 세로토닌을 활성화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현재 나와 있는 것은 특정 기능을 지닌 단일 제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지방을 분해해 주는 제품이나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제품 같은 것들이지요. 그린체 다이어트는 이를 ‘믹스’한 제품이에요. ‘이것만 먹으면 살을 뺄 수 있다’는 식의 접근 방법에서 벗어난 거죠. 거기다 1만5000명의 헬스 어드바이저(Health Advisor)들이 체질과 체형에 맞춰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고 식습관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비만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바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겁니다.이를테면 밥을 먹을 때 여유를 갖고 천천히 먹어야 해요. 비만인 분들을 보면 거의가 밥을 아주 빨리 먹어요. 연구 결과를 보면 밥을 먹고 나서 20분이 지나야 배가 부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해요. 20분 동안 천천히 먹으면 배가 불러 절대로 많이 먹을 수 없는 거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포만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밥을 다 먹어 버립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부른 걸 모르는 거죠. 당연히 비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작년 7월 강원도 홍천에 문을 연 ‘힐리언스 선(仙) 마을’에 들어 간 적이 있어요. 풀무원이 대웅제약 등 몇 개 업체와 함께 만든 일종의 요양 및 식생활개선센터죠. 여기서는 인터넷도 안 되고 휴대전화도 안 됩니다. 신문과 방송도 물론 안 들어와요. 식사 시간에는 뷔페식으로 음식을 가져오면 그중 반은 버리고 절반만 먹게 합니다. 버리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죠. 비만은 항상 과식에서 생깁니다. 버리는 습관,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어요. 식습관을 바꾸고 식생활을 개선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고 이를 제품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게 됐지요. 그린체 다이어트는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게 아닙니다. 제품과 식습관, 생활 습관을 바꾸는 프로그램이 함께 가는 거죠.그린체 다이어트는 헬스 어드바이저를 통한 일대일 관리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현재 1만5000명의 헬스 어드바이저가 활동 중이지요. 이들은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건강 컨설턴트이면서 동시에 일선에서 소비자들을 만나는 영업 사원들이에요. 이들 헬스 어드바이저들이 고객의 체질과 체형에 맞는 새로운 식습관과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제안하고 도와줍니다.풀무원은 처음 출발할 때부터 ‘바른 식생활’에 최고의 가치를 둔 기업입니다. 한 번도 하나의 원료, 하나의 제품만이 좋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사업적으로 보면 특정 제품을 만병통치약처럼 내세워야 크게 성공할 수 있는데 풀무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우리 판매원들은 그런 풀무원의 정신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분들이지요. 한마디로 철학이 있는 판매원들입니다. 그린체 다이어트는 바로 이런 분들이 자부심을 갖고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풀무원은 다른 회사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이 사장은 원혜영 민주당 의원, 남승우 사장과 함께 풀무원을 처음 만든 창업 멤버 중 한 명이다. 1984년 합류해 올해로 24년째다. 보험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주로 영업 부문을 맡아 활약했다. 풀무원 내 최고의 영업통으로 통한다. 창업 초기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방문 판매 시장에 30~50대 여성 판매 조직인 ‘건강 레이디’를 업계에서 처음 도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바로 현재 풀무원건강생활을 이끌고 있는 핵심 동력인 ‘헬스 어드바이저’의 모태다.)영업은 내가 가진 어떤 것을 남에게 파는 것입니다. 제품이든 생각이든 마찬가지죠. 기본은 바로 신뢰입니다.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사고파는 거래가 가능한 거죠. 그래서 영업은 믿음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풀무원은 처음부터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믿음을 팔려고 해 왔습니다. 당장의 매출보다 믿음을 중시한 거죠. 그러나 믿음은 그냥 생기지 않아요. 제품의 경우 품질이 완벽하게 유지돼야 합니다. 풀무원에서는 어떤 원료를 쓸 경우 그 원료가 생산되는 곳까지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칼슘의 경우만 해도 다른 업체들은 외국에서 들여온 칼슘을 그냥 쓰는데 풀무원은 칼슘을 생산한 국가의 공장에까지 반드시 직접 가서 확인하지요.현재 충북 괴산에 100억여 원을 들여 자연 체험과 식습관 개선을 위한 로하스 농장을 짓고 있어요. 우선 올 여름 방학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열 계획입니다. 우리 사회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고 식습관 변화와 다이어트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체험의 장을 만든다는 의미도 있지요.이규석 사장은…1952년 경기 김포 출생. 76년 한양대 정외과 졸업. 78년 동 대학원 석사. 82년 흥국생명 입사. 84년 풀무원식품 입사. 91년 내추럴하우스 대표. 96년 풀무원 대표. 97년 풀무원생활 대표. 99년 풀무원테크 대표. 2003년 풀무원 식품부문 사장. 2006년 풀무원건강생활 사장(현).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