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맥상 풀기
경제 활성화와 선진화를 국정 운영의 목표로 내세우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경제 살리기는 시도해 보지도 못한 채 인사 파동에 이어 쇠고기 파동, 조류독감 등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대선 공약이었던 연간 7% 실질경제성장률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지만 정부 출범 직후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을 감안해 6%로 낮춰 잡았던 경제성장률마저 한국은행에 따르면 4.5%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애당초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던 계획도 30만 개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물가도 계속 상승 추세를 이어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결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따라서 현재 정부 여당의 최대 관심사는 여하히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난제 앞에서 경제 활성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 간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국민의 눈에 비춰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현재 경제 난맥상에 대한 팩트(fact)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새로운 국회가 아직 출범하지 못했기에 이명박 정부가 아직까지 경제 정책이란 것을 제대로 실시할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 국제 원자재값 급등, 대내적으로는 여소야대 정국, 삼성 특검 등으로 경제 활성화의 기본 수단인 기업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나라만 겪는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겪고 있는 현상임을 알아야 한다.이러한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은 비교적 분명해진다. 우선 인사 파동, 쇠고기 문제 등과 같은 경제 외적인 요인은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 요인과 관련해선 지금까지의 어려움이 앞으로 점진적으로 풀려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충실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문제를 원칙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반기에 가서 원자재 가격 거품도 어느 정도 꺼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6월부터 여소야대 정국이 여대야소 정국으로 전환될 것이다. 즉, 현재 우리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정적 요인인 투자 부진, 원자재 가격 급등, 여소야대 정국이 어느 정도 풀려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기업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이 출범하는 18대 국회가 이러한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시작하면 경제 전반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엔 물가를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금리 인하와 세계 잉여금 5조 원의 활용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계 잉여금 5조 원의 사용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이나 이것은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현재로서는 어렵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 상황을 보아 가면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년부터 인하하기로 한 법인세율 3% 인하를 올해부터 앞당겨 실시하고 부족하게 될 재정을 이월된 5조 원으로 채우는 방안이다.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성장률 6%의 수치적 달성에 정부가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연말에 가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경쟁국인 싱가포르 대만 홍콩보다 나으면 우리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다. 너무 무리한 경기 부양책을 쓰지 말고 기업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비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경제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나성린·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