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가 ‘버블론(Bubbleology·거품론)의 허브’로 뜨고 있다. 특히 이곳의 토대를 닦은 사람이 다름 아닌 벤 버냉키(사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어서 ‘버냉키의 거품 연구소’로 주목받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버냉키 의장이 한때 교편을 잡았던 프린스턴대가 최근 거품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프린스턴을 거품론의 중심지로 만든 주인공은 버냉키 의장이 이 대학 교수 시절 공을 들여 직접 영입한 해리슨 홍(37), 웨이 시옹(32), 마커스 브루너마이어(39) 등 ‘외인부대 3인방’이다. 스승은 ‘미국 경제의 거품 관리자’로 주택 버블 붕괴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하고, 제자들은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버블론은 경제학 가운데 역사가 짧은 분야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란과 18세기 영국의 남해 버블, 20세기 대공황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으나 주로 경제학사의 관점이었다. 하지만 2001년 닷컴 버블 붕괴는 버블론을 경제학의 주요 무대로 옮겨 놓았다.1996년 타계한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버블론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시카고학파의 ‘효율시장 가설’에 맞서 “금융시장은 내재적으로 불안정하며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경제 주체들이 비합리적인 심리와 기대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자산 가격도 거품과 붕괴를 주기적으로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민스키의 추종자인 찰스 킨들버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는 ‘마니아, 패닉 그리고 충돌: 금융 위기의 역사’란 책을 통해 “탐욕과 공포의 시소게임에서 탐욕이 승리할 때 버블이 형성되고,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시장은 위기를 맞는 과정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이러한 버블론에 관심을 둔 또 한 명의 학자가 바로 버냉키였다. 그는 1996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학장으로 취임하자 취약한 금융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동문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기부금을 유치, 이를 바탕으로 젊고 유능한 경제학자들을 영입했다.이들 3인방은 기존 거품론의 대가인 민스키나 킨들버거 교수가 대중심리에 연구의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수학적 모델을 통해 거품 과정을 규명하는데 주력했다. 이 결과, 중앙은행은 거품의 생성과 발전을 제어할 수 있으며 예방을 위해 선제적인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는 중앙은행이 자산 거품을 막으려 해서는 안 되고 거품이 걷히는 시점에서 혼란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그린스펀 독트린(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원칙)’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FRB가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을 막기 위해 전통적인 운영 지침인 그린스펀 독트린을 폐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RB가 금리 인상이나 강력한 감독권 행사를 통해 자산 버블을 선제공격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침을 바꿀 태세란 소식이다. 프린스턴대 3인방의 연구가 영향을 미쳤다는 심증이 나온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가 버냉키의 거품 연구소란 평가를 듣는 이유다.거품 연구소를 이끄는 3인방 중 하나인 베트남계 해리슨 홍은 UC버클리대를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실리콘밸리에서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2002년 프린스턴대로 옮겨 거품의 생성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3인방 중 막내인 웨이 시옹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화학도 출신이다. 콜럼비아대 석사과정 도중 화학에 염증을 느껴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듀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버냉키가 2000년 그를 영입할 당시 그는 불과 24세였다.39세의 최고령(?)인 마커스 브루너마이어는 독일 뮌헨에서 아버지처럼 ‘목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건설 경기 한파로 목수의 꿈을 접고 레겐스부르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런던 정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박사과정 때 관심을 가진 거품 이론을 바탕으로 직접 헤지 펀드를 설립, IT 버블 시절 적절한 매수·매도 타이밍으로 큰돈을 벌기도 했다.유병연·한국경제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