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피’

‘미녀는 괴로워’의 유럽 동화 버전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프랑켄슈타인’ 스토리의 로맨틱 코미디 버전이라고나 할까. ‘페넬로피’는 가문의 저주로 돼지코를 갖고 태어난 페넬로피에 관한 이야기다. 시대 배경을 명확하게 파악하기도 모호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색감 등 동화 같은 설정이 판타지 영화 같은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자면 팀 버튼의 ‘가위손(1990’)같은 ‘마술’이 떠오르기도 하고, 최근작들 중에서는 ‘마법에 걸린 사랑(2007)’의 유쾌함이 떠오르기도 한다. ‘금발이 너무해’로 유명한 리즈 위더스푼이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명문 윌헌가의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 분)는 돼지코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오직 대저택 안에서만 무려 25년을 살아왔다.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것인데, ‘부’를 탐내는 수많은 남자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 모두 달아나고 만다. 그러다 특종 취재의 일환으로 한 기자가 노름빚에 시달리던 맥스(제임스 맥어보이 분)를 신랑감 후보로 잠입시킨다. 그러나 뜻밖에 페넬로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맥스는 그녀를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 수 없기에 그만 떠나고 만다. 그런데 자신의 외모 때문에 맥스가 떠났다고 생각한 페넬로피는 머플러로 코를 가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난생 처음 경험한 바깥 공기에 자유를 만끽하지만 실수로 머플러가 벗겨지고 만다.영화는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크리스티나 리치의 동그란 눈망울과 화려한 머플러 아래 숨겨진 ‘저주’가 언제 드러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페넬로피’는 마치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동화의 세계를 그리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테마는 그리 가볍지 않다.당연히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일침이 큰 몫을 차지하고 선정적인 언론에 대한 비판도 더해진다. 그래서 ‘페넬로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달콤한 동화의 유머를 잊지 않는다. 동화 관객과 성인 관객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크리스티나 리치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선한 눈빛은 그 모든 차이를 넘어서는 힘이 있다. ▶C S 루이스의 시대를 초월한 판타지가 ‘나니아 연대기’ 2편으로 다시 팬들을 찾아온다. 놀라운 모험담이 펼쳐졌던 1편이 개봉된 1년 후 나니아의 왕과 왕비는 머나먼 신비의 세계 나니아로 돌아가지만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니아 시간으로 벌써 1300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린 것.그들이 없는 동안 나니아는 황금기의 종말을 고하고 텔마린 족에게 점령돼 무자비한 미라즈 왕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이제 네 아이들 앞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나니아의 왕위 계승자인 캐스피언 왕자다. 그는 삼촌 미라즈를 피해 숨어 살고 있었다. 미라즈가 자신의 갓난 아들을 왕위에 앉히기 위해 캐스피언을 죽이려 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생쥐 리피칩과 오소리 트러플헌터, 검은 난쟁이, 니카브릭의 도움을 받아 기사 피터와 캐스피언, 그리고 나니아인들은 독재자 미라즈를 몰아내고 옛 왕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긴 여정에 오른다.▶작년 칸국제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해 조직위원장 질 자콥이 직접 제작과 편집을 맡고 ‘영화관(館)’ 하면 떠오르는 느낌을 주제로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이 3분짜리 스케치 33편을 찍어 완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테오 앙겔로풀로스는 물론 코엔 형제, 아키 카우리스마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빔 벤더스, 왕자웨이, 천카이거, 허우샤오셴, 장이머우, 로만 폴란스키, 데이비드 린치, 라스 폰 트리에, 구스 반 산트 등 현대 거장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 속에 그들만의 영화관(觀)이 엿보인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일기’에서 ‘가을의 전설’ ‘매트릭스’를 본 경험을 수다스럽게 펼친다. 장이머우 감독은 하루 종일 야외 상영이 시작되는 걸 기다렸다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잠이 드는 한 시골 소년의 순수한 모습을 그린 ‘영화 보는 날’을 내놓았다. 이렇듯 감독들은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상상력과 창조, 추억의 공간이었음을 고백한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