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계열 홈캐스트 CFO

코스닥 상장 업체인 홈캐스트가 최근 재기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이어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의욕이 넘쳐난다.셋톱박스 제작 업체인 홈캐스트는 2000년 창업 이후 2005년까지 승승장구하며 휴맥스에 이어 업계 2위에 자리 매김했다. 100여 개 업체가 난립한 국내 업계에서 홈캐스트의 성장은 돋보였다. 그러나 2006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고 업계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10월 창업주인 이보성 대표와 최승조 부사장이 직접 경영을 맡은 뒤 지난해부터 조금씩 재기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수출 비중이 90% 이상인 홈캐스트는 올해 2월 인도의 선다이렉트TV에 360억 원어치 납품 계약을 했다. 이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 전년도 매출의 80%를 달성할 전망이다. 올해 초 세웠던 경영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할 판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오계열 상무를 만나보았다.2006년 창업 멤버인 이보성 대표와 최승조 연구소장(부사장)이 경영을 맡아 열심히 한 결과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올해 초 경영 목표로 매출액 1300억 원, 영업이익 80억 원을 공시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전년도 매출(1007억 원)의 8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분기에는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이 예상됩니다. 이익률도 대폭 개선돼 제2의 전성기가 올 하반기에 도래할 것 같습니다. 올해 경영 목표도 수정해 다음 주 안에 공시할 예정입니다.제품과 시장,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품 면에서는 2006년부터 HD, HD PVR(Personal Video Recorder)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가속화했습니다. 이 제품들이 지난해 3분기에 개발 완료돼 시판되면서 4분기에 흑자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이 부분이 더 확대될 것입니다. 특히 2009년부터 미국이 ‘오픈케이블’ 정책으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전망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기존에는 대형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직접 셋톱박스를 공급했는데 2009년부터 소비자가 시장에서 원하는 셋톱박스를 사고 케이블방송 사업자는 설치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전문 업체들에는 새로운 기회지요.또 미국은 2009년부터 전면적으로 디지털 방송을 시작하는데, 아날로그 TV를 가진 사람들에게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컨버터 구입을 위한 쿠폰을 제공합니다. 이 수요가 1000만~1500만 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도 아무나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 통신정보관리청(NTIA)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홈캐스트를 포함해 2~3개 업체밖에 이를 받지 못했죠. 이를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생각입니다.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진입이 쉬운 중동, 북아프리카 시장, 중국처럼 저부가가치 시장에 주력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경쟁이 심화되고 가격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럽, 동남아 국가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2004년 독일 현지법인을 세운 뒤 자체 브랜드로 꾸준히 진출해 왔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특히 인도 시장에는 지난해 2000만 달러를 수출하기도 했어요. 올해 2월 인도 선다이렉트TV와 체결한 계약에서 3900만 달러어치를 6월까지 납품하기로 해 올해 인도 시장 목표(4000만 달러)를 상반기에 달성했습니다. 인도 외에도 스리랑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모든 국가들을 대상으로 공략을 하고 있습니다.맞습니다. 다만 HD, HD PVR 등 고급 기술은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업체가 몇 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100여 개 업체 중 우리 업체를 비롯해 휴맥스, 토필드, 가온미디어 정도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4개 업체가 독식할 수 없어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가능성은 많습니다.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한국이 워낙 강합니다. 휴맥스 같은 경우 세계 7위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형 업체들이 독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물량에서 차이나지만 미국이 오픈케이블 정책으로 가면 국내 업체들이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또 셋톱박스는 대기업이 뛰어들 수 없는 분야입니다. 각 사업체마다 스펙(‘specification’에서 따온 말로 구체적 수치나 규격을 뜻함)을 맞춰 일대일로 탄력적으로 납품해야 하는데, 전문 업체만 가능합니다.임원들 각자 일에 열심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영업본부장은 삼성전자에서 20년 넘게 영업을 한 베테랑입니다. 사장님과 연구소장도 삼성전기에서 셋톱박스만 연구해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대기업들이 셋톱박스 사업을 정리하면서 전문 업체들이 생겼는데, 그때 홈캐스트를 설립한 것입니다.휴맥스는 벤처·중소기업이기보다 중견 기업이죠. 셋톱박스 매출만도 4000억 원대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도 손을 대 매출 8000억 원대입니다. 우리도 셋톱박스 하나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어 지난해 사내 전략기획팀을 신설해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2005년부터는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 ‘티버스(T·VUS)’라는 브랜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PMP로는 세계 최초로 SSD(Solid State Disk: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하기 위해 낸드플래시로 만든 디스크. 속도가 빠르고 반영구적이나 아직은 가격이 비싸다)를 적용하면서 첫 제품으로는 상당히 호평을 받았습니다.여주에 공장이 있습니다. 국내에 공장을 가진 업체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 있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고급 기술이 필요한 것만 여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그 외에는 국내와 중국의 외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어느 정도 안정된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고 시스템이 정착되면 전문 경영인 체제도 좋습니다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오너가 이끌어줘야 합니다. 작은 업체에서 전문 경영인은 단기 실적 중심으로 가기 쉽고 의도적인 주가 관리 같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습니다. 오너 경영인은 항구적으로 튼튼한 회사를 만드는 것에 포커스를 두기 때문에 부도덕한 행위를 시도하지 않고 제품·인력·시장을 탄탄히 하는데 노력하려고 합니다.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가 “상상력이 향후 10년을 먹여 살린다”고 얘기했는데 중소기업도 ‘상상력 발전소’가 필요합니다. 애플의 아이폰(iPhone)을 보면 국내 업체들도 구현 가능한 기술들이지만 남보다 먼저 생각한 아이디어가 성공의 요인 아닙니까. 앞으로는 누가 더 먼저 상상력을 동원해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내놓는가가 중요합니다.그런데 이런 아이디어는 일상적인 기술력으로 되지 않고, 또 거래처를 상대로 수주 활동을 하는 사람이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중소기업일수록 소비자의 행태를 꾸준히 관찰·연구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기획팀이 필요하고 또 경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오계열 CFO는…1959년생. 76년 선린상고 졸업. 2006년 서울디지털대 마케팅과 졸업. 1976년 신성통상 입사. 82년 해태제과 경영기획부. 88년 이트로닉스 경영기획부장. 2002년 홈캐스트 관리본부 상무(현).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