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 - 박경호 골프 컨설턴트
골프 컨설턴트 박경호 씨의 인생을 한 편의 연극으로 보면 관객이 의아해질 정도로 제1막과 제2막 사이에 전환이 급격하다. 1막은 명문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사무관을 지낸 후 세계 유수의 컨설팅 회사에 근무한 입신출세의 길이다. 2막에서는 갑자기 골프팀 운영이나 골프장 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하며 골프를 가르치기도 하는 골프 컨설턴트가 등장한다. 막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2003년 행정고시 동기이자 서기관으로 근무 중인 아내가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났어요. 동료들과 컨설팅 기업을 차렸던 저도 따라나섰고요. 몇 군데 MBA에 지원서를 내고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MBA 지원을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에세이를 제출해야 했다. 1번 질문은 ‘당신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이고,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꿈을 이루는 데 왜 필요한가?’였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탄탄대로를 달려온 박 씨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진짜로 원하는 꿈을 찾다가 보스턴의 한 골프장에서 봤던 삼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까지 한데 어울려 골프를 하고 있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고, 저도 나이가 든 후에도 딸과 사위, 손자손녀와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스스로 즐기는 건강한 골프 문화를 퍼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MBA 대신 골프 전문대인 샌디에이고 골프 아카데미(SDGA) 애리조나 스쿨을 택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의 실력 향상과 마음 수련 과정은 그의 책 ‘126타에서 70타까지’에 잘 나와 있다.“골프를 하면서 성격이 바뀌었지요. 고수는 골프의 심성을 닮아가야 될 수 있거든요. 나를 믿고, 좀 더 느긋하게,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세 가지가 골프의 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2년 전 귀국 후 현재까지 박 씨는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을 대상으로 골프를 가르치고 선수단 마케팅 등 운영에 관해 조언하는 일을 비롯해 TV 출연과 골프 칼럼 기고 등을 꾸준히 해 왔다. 또 새로 골프장을 조성하는 일에 관여하고 있으며 온라인 골프 게임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레슨, 칼럼, 컨설팅 등 일이 점점 많아지니까 너무 바빠서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해서 법인 ‘골프&라이프’를 설립했습니다. 지원해 주는 직원이 두 명 있지만 사실상 아직은 1인 기업 형태라고 할 수 있지요.”현 시점에서는 골프로 전향한 것 역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4년 전 골프아카데미 시절로 되감기를 해 보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 뚫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 전환을 못했겠지요. 생계를 걱정한다면 생계 수준만큼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인생을 반으로 갈라 남은 35년은 골프의 길로 가자고 결정한 겁니다.”박 씨의 사연을 접하고 직접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있다. 그를 만나고 직장에 사표를 던진 이들만 벌써 세 명이라고 한다. 한 명은 이미 골프 아카데미에 입학도 했다. 그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두고 탈출구를 찾아 2막을 열면 안 된다”고 말한다.제2의 박경호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 고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라”고 당부했다. 마치 골프의 심성처럼 말이다.약력: 1970년 생. 1995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행정고시 국제통상직 합격. 1998년 농림부 사무관. 2000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컨설턴트. 2006년 샌디에이고 골프 아카데미 애리조나스쿨 우등 졸업. 2007년 신한은행 골프 컨설턴트.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