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에너지 위기에서 구할 녹색 연료’ VS ‘세계 식량 위기의 주범’.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아 온 바이오 연료에 대한 엇갈린 평가다. 국제 곡물가와 유가가 동반 폭등하면서 바이오 연료가 논쟁에 휩싸였다. 일각에선 바이오 연료가 곡물 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바이오 연료에 대한 지원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된 곡물이 바이오 에너지 연료로 쓰이고 있어 곡물의 생산량이 늘어도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바이오 연료를 옹호하는 입장에선 바이오 연료가 곡물 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대체 연료로서 바이오 연료 생산은 필수적이라고 반박한다.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는 비싼 석유를 대신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도 적어 대표적인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모든 수송용 연료의 10%를 생물 연료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투자에 나섰고 바이오 연료 비즈니스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하지만 올 들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 파동이 바이오 연료에 대한 시각을 바꿔 놓았다. 세계 식량 위기는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식량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란 비난에 직면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야 할 식량이 자동차 주유구로 흘러들고 있다는 얘기다.각국 정부의 바이오 연료 증산 계획으로 농토가 ‘에너지 작물’ 경작지로 변모할 경우 곡물가 인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 박사는 “식량 가격 폭등을 가져오는 바이오 연료 생산 확대는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최근 브라질과 유럽에선 곡물 연료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하이데마리 비초렉 초일 독일 개발원조 장관은 21일 세계 식량 가격 폭등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 정부의 대외 원조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비초렉 초일 장관은 베를린에서 열린 식품 가격 폭등 대책 회의에서 “음식을 공급받을 권리가 자동차 연료에 대한 권리보다 앞선다”고 강조했다.이미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으로 연료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나섰다. 독일 정부는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에 섞는 바이오 에탄올의 혼합 비율을 현재의 5%에서 10%로 상향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바이오 연료의 친환경 효과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바이오 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주목해 왔다. 하지만 환경주의자들은 옥수수 대량 생산 과정에서 비료와 용수 사용이 늘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비판적 태도로 돌아섰다.미국 에너지부는 2010년까지 미국 가솔린 소비량의 8%를 에탄올 연료로 대체하는 데 옥수수 생산량의 30%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정에너지라는 바이오 연료가 실제로는 환경 파괴 요인이란 조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바이오 연료가 곡물 값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램지 IEA 사무차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공급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오 연료 없이 어디서 대체 연료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바이오 연료 생산이 곡물값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10% 정도 수준에 불과하며 오히려 고유가가 생산비용을 높여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바이오 연료 이슈는 오는 7월 일본에서 열리는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의 의제로도 채택됐지만 각국의 입장이 달라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유병연·한국경제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