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레이서’

가수 비(정지훈)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신작이라는 사실에 극장을 찾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건 ‘스피드 레이서’는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선택이다.먼저 화려한 영상이 시선을 압도한다. 코스모폴리스라는 영화 속 가상 도시는 고층 빌딩과 다채로운 광고판 불빛이 24시간 꺼지지 않는 도시다. 화려하다 못해 심지어 두 눈을 아프게 할 정도로 이 도시는 반짝거린다. 레이싱 카도 마찬가지다. 레이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각각의 레이싱 카들은 기능마저 유별나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장애물을 뛰어넘기도 하고 톱날이 나와 주변 레이싱 카들을 공격하며 거침없이 내달린다. 마치 중력의 장애를 받지 않는 듯 질주하는 그 속도는 무려 시속 600km가 넘는다. ‘두 눈을 뗄 수 없는’이라든지 ‘손에 땀을 쥐는’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천부적인 카레이서로 숱한 레이싱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스피드 레이서(에밀 허시 분)는 비리와 음모로 얼룩진 거대 기업 로열튼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레이싱 카 ‘마하 5’와 함께 영영 질주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이에 따라 스피드 레이서는 토고칸 모터스의 리더 태조(정지훈 분)의 제안으로 옛 라이벌이었던 레이서X(매튜 폭스 분)와 팀을 이뤄 전설의 경주 코스 ‘카사 크리스토 5000’에 출전한다.‘매트릭스’가 홍콩의 원화평 무술 감독을 데려다 완성한 퓨전 액션 영화였다면 ‘스피드 레이서’도 그에 못지않은 퓨전 영화다. 지금의 30대 관객들이라면 묘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일본 애니메이션 ‘달려라 번개호(원제: 마하 고고고!)’를 할리우드 신기술로 재포장했음은 물론 트랙에서 펼쳐지는 레이싱 카들의 현란한 격투를 ‘카푸(car-fu: 자동차(car)와 쿵푸(kung-fu)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완성했다.영화는 앞을 향해 돌진하는 레이싱 카처럼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달려간다. ‘매트릭스’의 철학적 면모를 떠올리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그 속도에 생체리듬을 내맡기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이렌느(오드리 토투 분)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신분 상승은 물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은 꿈을 가진 여자다. 그렇게 눈먼 왕자님을 찾기 위해 그녀는 매일 열심히 남자들을 눈여겨본다. 그러다 백만장자처럼 보이는 장(게드 엘마레 분)과 스위트룸에서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신분을 숨긴 채 이렌느에게 접근한 호텔의 웨이터였다. 실망한 이렌느는 장을 무참히 떠나지만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장은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무관심과 별개로 장 역시 매력적인 ‘작업남’으로 변해 간다. 이렌느는 자신을 떠나 킹카가 되어 돌아온 그 남자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2500년 전, 태양 아래 가장 부유한 제국이었다는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를 배경으로 이란에서 태어난 한 소녀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의 동명 그래픽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펑크록에 심취한 차도르 소녀 마르잔은 정의감에 불타는 용감한 소녀다. 하지만 보수적인 이란 사회에서 마르잔은 종종 곤경에 처하게 되고 고민 끝에 마르잔의 부모는 그녀를 오스트리아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낯선 땅에서 살게 된 마르잔은 술, 담배, 쇼핑과 함께 자유를 만끽하지만 곧 지독한 향수병을 앓게 된다.▶싱글맘(Single Mom)으로 살고 있는 감독 자신과 그녀의 지인들, 그리고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족’과 ‘가족주의’의 속내를 다양한 층위에서 파헤치는 안티 가족 다큐멘터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늘도 힘겨루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20대 세영, 30대 경은, 40대 경순과 혈연 중심의 한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미국 입양아 빈센트의 성장 이야기가 펼쳐진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