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전세 주택 ‘시프트’ 바람몰이

3.3㎡당 4000만 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가 화제를 만들었던 아파트 분양 시장에 ‘낯선 얼굴’이 바람 몰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 SH공사가 5월 6일부터 장지지구 역세권에 공급하는 장기 전세 주택 ‘시프트(Shift)’ 339가구가 주인공이다. 강남 송파라는 입지에 지하철 8호선 장지역세권 단지인데도 임대료 수준이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의 80% 이하라는 점이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지난해 첫선을 보인 장기 전세 주택은 일정액의 임대 보증금을 내고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말한다. ‘시프트(Shift)’라는 브랜드는 ‘무엇을 바꾸다’라는 의미로, 슬로건도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정했다.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오는 2010년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 역세권에 ‘장기 전세 주택’ 1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2010년까지 SH공사의 택지개발사업지구 등지에 건설되는 2만4000여 가구를 포함하면 물량이 총 3만4000여 가구로 늘어난다. 올해만 해도 3000여 가구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 특히 교통이 편리해 부동산 가치가 높게 매겨지는 역세권 위주로 입지를 정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3월 오세훈 시장은 “사업 대상지를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약 7분 이내,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의 기존 지구단위계획 내 주거지역으로 한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가격, 품질, 가치 면에서 다른 어떤 주택보다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SH공사가 다섯 번째로 공급하는 장기 전세 주택인 장지지구 시프트는 올 8~9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당첨만 되면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주가 가능한 셈이다. 6단지에서 전용면적 59㎡(18평) 143가구, 84㎡(25.5평) 28가구, 8단지에서 59㎡ 168가구가 공급되며 가장 수요가 많은 중소형 규모 아파트로 구성돼 있다.장지지구 시프트 공급 계획이 나온 후 SH공사엔 무주택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지 조감도와 평면 구성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될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1~4차 공급분에도 실수요자가 몰려 평균 7.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이번 장지지구엔 이보다 훨씬 높은 경쟁이 예상된다.이는 장지지구가 송파구의 새로운 주거밀집지인 데다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20% 이상 가격이 낮은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지 6, 8단지 59㎡는 9567만 원, 6단지 84㎡는 1억5549만 원으로 주변 아파트 전세 가격에 비해 60~78% 선이다. 최근 강북 지역 집값이 급등하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또 갓 지은 새 아파트라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장지지구 6, 8단지는 3분의 1 이상인 131가구가 노부모 부양자 등에게 우선 공급된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4월 28일) 현재 만 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1년 이상 부양하고 있는 사람, 장애인, 국가 유공자, 중소기업 근로자, 3자녀 이상 가구, 한 부모 가족 등이 대상자다.나머지 208가구는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일반 공급된다. 하지만 소득과 자산 보유 기준이 비교적 까다로워 청약 전 체크가 필수다. 전용면적 59㎡의 경우 서울시에 거주하며 청약자인 가구주 본인과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한다. 또 소득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257만 2780원) 이하, 소유한 토지가 개별공시지가 기준 5000만 원 이하, 소유한 자동차가 현재 가치 기준 2200만 원 이하인 경우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이에 비해 전용면적 84㎡는 청약 자격이 다소 느슨한 편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며 가구주 본인과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인 청약저축 가입자가 대상이다.시프트는 기존의 임대 아파트보다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임대료 체계가 확연히 다르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보증부 월세로 입주할 때 임대 보증금을 내고 거주하면서 매월 임대료 납부해야 하지만 시프트는 입주할 때 임대 보증금만 내면 된다.다만 일반적인 전세 계약처럼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이때 임대 보증금은 주변 시세와 관계없이 연 5% 이내에서 인상된다. 하지만 계약 기간 만료 전이라도 필요한 경우 이사를 갈 수 있고 이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또 시프트 청약을 위해선 청약저축통장이 필수지만 당첨이 됐다고 해서 통장 효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프트에 당첨된 후에도 동일한 청약저축통장을 이용해 다른 임대 아파트나 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다.아파트 공사를 80% 정도 진행한 다음 공급하기 때문에 계약 후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장지지구의 경우 6월 9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9~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된다.전세금이 부족한 경우에도 시중은행을 통해 저리의 융자가 가능하다. 입주 잔금에 대해 최고 6000만 원, 최장 6년 연 4.5%의 조건으로 대출 받을 수 있다.서울시가 장기 전세 주택을 역세권 위주로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시프트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장지지구 이후 공급될 아파트들도 입지 여건이 뛰어나 높은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올 7월에는 은평1, 12지구에서 339가구가 공급되며 연말께에는 강일지구에서 총 1707가구가 준비 중이다.기존 SH공사가 공급한 임대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공공 분양 아파트 등과 단지 구분 없이 이른바 ‘소셜 믹스(social mix)’를 적용하기 때문에 계층 구분과 같은 폐해를 막는 데도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역세권에 위치한 대단지라는 점은 기존 임대 아파트의 단점을 크게 보강한 것”이라면서 “직주근접형 주거지를 원하는 30~40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대안으로 권할 만하다”고 밝혔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