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일본 펀드
10년간의 장기 불황을 벗어나며 2004년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일본 주식시장은 2007년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받으며 한때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일본 펀드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들을 비웃기라도 한 듯 2007년 11.13%의 부진한 모습(닛케이225 기준)을 보이더니 올 초 미국발(發 )신용 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다시 한 번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일본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가깝고도 먼 일본 펀드의 수익, 그 가능성에 대해 되짚어 보자.2007년 이머징 마켓의 과열 논란 속에 일본 경제의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일본 시장은 대안 투자처로 꼽히면서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펀드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했다. 1분기와 2분기 수익률이 각각 2.55%, 2.74%로 이머징 마켓에 크게 못 미쳤고 3분기와 4분기는 급기야 4.07%, 10.03%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부진의 원인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첫째, 일본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출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수출 증가율은 월평균 11.8% 증가했으나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은 각각 3.8%, 0.5%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개선 추세를 보였으나 큰 기대를 갖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고 임금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여서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수출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 회복이 더뎌지면서 2007년 GDP 성장률은 2.1% 증가에 그쳤다. 연초의 기대가 물거품이 된 셈이다.둘째, 환율의 급격한 강세 전환이다. 일본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간 2004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엔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일본은 상대적으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출이 호황을 누렸다.그러나 2007년 하반기에 상황이 급격히 반전되기 시작했다. 2007년 6월 말 123엔을 기록한 엔·달러 환율이 2007년 말 111엔까지 하락하며 엔화는 달러화 대비 9.7% 절상되는 강세를 보였다. 결국 하반기부터 수출 증가율이 둔화됐고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일본 펀드의 수익률도 상반기에는 그럭저럭 버티는 모습이었으나 하반기에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마지막으로 미국발 신용 위기에 따른 동조화(Coupling) 현상이다. 2007년 말 미국 주택 경기 침체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타격을 받았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역시 이러한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미국발 신용 위기에 따른 미국 경기 둔화 전망은 일본의 기업 실적 악화 전망으로 이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일본 증시에 반영됐다.2007년 큰 기대만큼 큰 시련을 가져온 일본 펀드는 2008년 초에도 역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증시가 글로벌 증시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선방하면서 일본 펀드의 수익률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자 재차 주목받기 시작했다.수익률 개선의 주된 이유는 큰 폭의 하락에 따른 저가 메리트다. 2007년부터 2008년 3월까지 일본 증시(닛케이225 기준)가 27% 하락하면서 주가수익률(PER)이 역사적 최저점 수준인 12.7배까지 낮아졌다. 이는 12.5배인 선진국 증시 PER보다 약간 높긴 하지만 30배를 웃돌던 2005년 무렵과 비교하면 벨류에이션상 매력도는 확실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 이하(0.7배)로 떨어졌다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또 하나의 긍정적 시그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본 경기선행지수다. 미국과 유로 등 선진국 경기선행지수 지속적으로 하향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 경기선행지수는 2007년 10월부터 개선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절대적 수치보다 추세가 큰 의미를 지니는데, 2007년 9월 마이너스 6.77%에서 2008년 2월 마이너스 0.16%까지 올라온 것은 그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마지막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FDI)의 유입을 들 수 있다. 3월 말까지 연초 대비 234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수급이 꼬인 것도 일본 증시에 악재였다. 그러나 4월부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18일 현재 47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됐다. 이는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이러한 긍정적 시그널이 일본 증시의 상승으로 무조건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007년과 마찬가지로 아직 소비 회복 모습이 가시화되지 않았고 대미 수출 의존도가 20%를 상회하는 일본 경제에서 엔화 강세도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이런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이며 그때까지는 일본에 거치식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적립식으로 투자하기를 권한다. 이미 거치식으로 투자한 투자자들은 투자자별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일본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냥 투자하면 되는 것 아냐’라고 반문하는 투자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바로 환율 문제다. 이는 일본 펀드뿐만 아니라 모든 해외 펀드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환 헤지형과 환 노출형이 수익률 차이는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현재 운용되고 있는 펀드 중 ‘삼성 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펀드’의 환 헤지형과 환 노출형의 사례를 살펴보면, 전자는 설정 이후 대비 최저 수익률이 38%까지 기록한 반면 후자는 22%로 선방(?)했다. 또한, 4월 21일 현재 수익률 역시 전자는 29%, 후자는 마이너스 12%를 기록 중이다. 이렇듯 환율에 따른 수익률 차이가 15% 이상 벌어지니 투자자들 입장에서 환 헤지 유무라는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필자는 환 헤지를 하는 것이 바람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그 나라의 환율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시장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만약 시장에 대한 판단이 옳다면 환차익은 그 보너스로 생각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환차익으로 손실을 보전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 방법이자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다.일본 펀드에 국한하더라도 환 헤지를 하는 것이 낫다. 현재 엔화가 강세 국면에 있지만 향후 미국발 신용 위기가 완화될 경우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높아지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된다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환 헤지형이 환 노출형보다 더 큰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