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전망

하반기다. 당초 하반기 미국 경제에 대해선 희망이 컸다. 상반기에 침체(recession)에 빠진 경기가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과 다르다. 상반기에 기술적으로 침체에 빠졌다는 근거가 아직 없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도 상황이 뚜렷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하기 어렵다.그러다 보니 하반기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당초 우려했던 경기 침체를 면하거나 짧은 침체를 겪은 뒤 곧바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 그렇지만 회복세가 더디고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만일 고유가가 지속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경우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수그러들면 기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우려’쪽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가 여전하고 신용 위기의 여진도 남아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하반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도 1%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하반기에 올릴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온다.한마디로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반기에 해소된 게 아니라 하반기로 이월된 것으로 보인다.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3분기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 이코노미스트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5%로 나타났다. 3분기에는 1.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도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1.0%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3분기 성장률은 플러스 1.0%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결국 잘하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빠지지 않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월가의 전망이다.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점치는 금융 회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3분기 회복론’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회복 속도다. 하반기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뎌질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 결과 3분기 성장률은 1.8%를 기록한 뒤 4분기엔 1.2%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1분기 성장률도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3분기부터 회복세에 들어서더라도 ‘V자형’의 급속한 회복을 하기보다는 낮은 성장률을 상당 기간 유지하는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셈이다.월가에는 현재 경기 침체를 뜻하는 ‘R의 공포’는 걷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의미하는 ‘I의 공포’가 닥치고 있다. 그만큼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하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각종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더욱 위축될게 뻔하다.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률로 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성장률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물가만 뛰어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물론 국제 유가가 언제까지 끝 모르게 오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향 안정화된 모습을 보일 게 틀림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이 5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말 국제 유가는 113.34달러로 하락한 뒤 내년 6월에는 101.90달러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체적으로 유가의 하락을 점치고 있는 셈이다.그렇지만 장담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국제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수급 상황도 당장 크게 개선될 기미가 없다. 따라서 유가가 하반기에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장담하기는 이르다.FRB는 작년 9월 이후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했다. 금리 인하 기조는 금리 동결로 바뀌더니 급기야는 금리 인상 쪽으로 분위기를 트는 모습이다.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수록 금리 인상 시기도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JP모건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하면 FRB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2.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이후 올해 말까지 금리를 동결하다가 내년 1분기 중에 0.25%포인트 추가로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FRB의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FRB가 가능한 한 빨리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물 시장에서도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56%로 반영해 선물 가격이 형성돼 있다.그렇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FRB가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2.0%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내년 6월의 기준금리를 평균 2.55%로 예상해 올해는 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 상반기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처럼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시각이 엇갈리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떨친 상황이 아닌 만큼 FRB가 쉽게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FRB가 통화 정책을 어떤 쪽으로 결정할지 난감한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FRB가 하반기부터는 통화 정책 기조를 긴축 쪽으로 돌릴 것이라는 데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하반기 미 경제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주택 경기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경기 회복세는 빨라질 전망이다. 반면 주택 경기가 계속해서 바닥을 해매면 경기 회복세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택 경기의 바닥이 내년 상반기로 모아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주택 경기가 길고 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단초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렇지만 하반기 주택 경기가 쉽게 회복세로 돌아설 것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택 압류가 계속해서 늘고 있어 매물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돼야 값이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현재처럼 압류 주택이 계속해 매물로 쌓일 경우 주택 가격의 상승세 전환은 힘들 수밖에 없다.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계속돼 오는 2009년 말까지 현재 수준보다 1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매가 증가하는 등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내년에나 가야 주택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상반기 한풀 꺾인 기색이 역력했던 신용 경색은 하반기에도 해소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굳힐 전망이다. 일부에서 아직 신용 위기는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소수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용 위기가 최악을 지났으며 신용 경색 현상이 이따금씩 나타나겠지만 경제 전체의 분위기를 망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그렇지만 신용 경색은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도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크다. 따라서 하반기에 부분적인 신용 경색이 예상된다는 것은 한두 번 정도는 신용 경색이란 요인에 의해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뜻한다.하영춘·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