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vs 창업(6)-세계 맥주 전문점 vs 사케 전문점

최근 주점 시장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특색 있는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세계 맥주’와 일본식 청주 ‘사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술 소비도 웰빙이 대세를 이루면서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접한 젊은 층들이 개성 있고 색다른 술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세계 맥주 전문점’과 ‘사케 전문점’에 대한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30~40대 충성 고객 많은 세계 맥주 전문점= 서울 상암동에서 세계 맥주 전문점 ‘와바(www.wa-bar.co.kr)’를 운영하고 있는 박연희(47) 씨는 전업 주부에서 주부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전업 주부로 지내다 2년 정도 독서실을 운영했던 박 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업종을 전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뭐니 뭐니 해도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생각에 외식업을 기본에 두고 여러 업종을 살폈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운영은 어렵지 않은지, 시장 내 경쟁 정도는 어떠한지 등을 고려해 눈에 들어온 것이 세계 맥주 전문점이었다.박 씨가 선택한 와바는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30여 개국의 다양하고 색다른 120여 종의 세계 맥주를 포함해 총 200여 종의 주류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 불고기냉채, 훈제연어샐러드, 태국식 삼겹살볶음 등 독특하면서도 맥주와 잘 어울리는 다양한 메뉴들을 갖췄다. 인테리어도 기존의 호프집 스타일에서 벗어나 바(bar)를 접목한 편안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로 꾸며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점포 입지는 출퇴근이나 관리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집과 가까운 상암동 한독산학협동단지(KGIT)로 결정했다. 특히 KGIT에는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이 많이 입주해 있어 30~40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만큼 세계 맥주에 대한 수요도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모든 준비를 갖춘 박 씨는 지난 4월 105㎡(32평) 규모의 와바 매장을 총 3억 원(점포비 1억6000만 원 포함)을 들여 개업했다.비록 맥주 전문점이나 외식업의 경험은 없었지만 경영에 큰 문제는 없다. 가맹 본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홍보, 직원 교육, 서비스 전략 등 성공적인 점포 운영을 위한 단계를 한걸음씩 밟아 나갔다. 손님들에게 다양한 세계 맥주의 맛을 전해주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과 함께 시음회를 갖고 각 맥주의 맛과 특징을 익히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박 씨는 “세계 맥주는 마니아층이 두터워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이것저것 골라 마시다 보니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이제 장사를 시작한 지 석 달 남짓이지만 오픈 초기에 비해 벌써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현재 월평균 4000만~4500만 원 매출에 130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여성 고객 사로잡는 사케 전문점= 경기도 일산 백석역 근처에 있는 퓨전 요리 주점 ‘오뎅사께(www.odengok.co.kr)’.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손님들은 수제 어묵에 일본 술 ‘사케(일본식 청주)’를 곁들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점주 박용진(34) 씨는 “퇴근 후 한잔 하러 들르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20대 젊은 층에서 중장년층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맥주는 배부르고, 소주는 독해서 못 마시는 여성들이 사케를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다.박 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 창업을 결심하고 현재의 점포에서 1년 정도 김밥을 주로 판매하는 분식점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김밥집이 들어서 있는 데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김밥을 만들어 팔아도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고민 끝에 박 씨는 업종을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틈나는 대로 장사가 잘 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다양한 안주거리와 사케를 즐기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업종 전환을 결심했다.박 씨가 가맹한 오뎅사께는 장인들의 손맛으로 만들어 낸 정통 수제 어묵과 준마이다이긴조, 혼조조야마다니시키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10여 가지 사케를 갖추고 있다. 일본 본토 맛에 뒤지지 않는 안주와 술을 갖췄지만 가격은 높은 편이 아니다.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 사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퇴근 후 부담 없이 한잔 즐기는 직장인이 많다. 또 일식 안주뿐만 아니라 양송이조개관자철판, 사천식돈야채떡쌈 등 한식, 중식을 망라한 60여 가지 퓨전 요리를 내놓는 게 특징이다. 인테리어도 다양한 고객 취향을 고려해 일본 분위기를 내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멋을 가미한 카페 형태로 차별화했다. 박 씨는 “일본식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메뉴와 인테리어를 차별화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모든 요리는 본사로부터 ‘원팩 시스템’으로 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아내와 둘이서도 충분히 점포 운영이 가능해 수익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원팩 시스템이란 공장에서 모든 조리 과정을 마친 후 이를 진공 포장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박 씨는 포장을 뜯고 제품을 가열하거나 해동하는 등의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쳐 손님에게 내기만 하면 된다. 현재 46.2㎡(14평) 규모의 점포에서 월평균 1800만~2000만 원 매출에 800만~100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창업 시 유의할 점= 소주와 맥주로 구분되던 주점 시장에도 세계 맥주, 사케, 와인 등 다양한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소득수준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가치 소비’ 패턴을 반영한 현상이다. 특히 해외 경험이 많아 외국의 문화에 친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층이 수요의 주축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세계 맥주 전문점과 사케 전문점은 모두 얼마나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이국적인 맛과 멋을 살리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인테리어 역시 과도하게 외국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소품 등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포인트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님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한다는 재미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맥주 전문점의 경우 흔히 접하기 어려운 나라의 맥주를 갖춰 놓고 맥주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나라의 문화를 느껴보게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사케 역시 제조 방법이나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와인 못지않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효과적이다.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 kbo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