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형 상품 ‘불티’
창업 컨설턴트인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은 서울 양재동 집에서 서대문 사무실까지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직선 거리 13km를 두세 차례 다리쉼하면서 달리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러시아워에 자동차를 이용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는 “자전거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체력도 기르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면서 “6년 전 처음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줄잡아 20배가량 증가한것 같다”고 말했다.심 소장의 말대로 요즘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한강변은 직장인의 자전거 행렬로 가득하다. 헬멧을 쓰고 사이클복을 갖춘 이에서부터 간편한 캐주얼, 와이셔츠 차림까지 복장도 다양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휘발유 가격에 살인 물가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자전거처럼 고유가 고물가 상황에서 ‘대안’ 역할을 하는 생활용품에 소비자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물건이라도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상품이 먼저 눈길을 끌게 되면서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도 생기고 있다. 각 유통 업체들도 이런 트렌드를 간파, 일제히 에너지 절약형 상품의 구색 늘리기에 나섰다.자전거는 에너지 절약형 상품의 대표 주자다. ‘기름 먹는 하마’ 자동차를 대신할 교통수단으로 첫손에 꼽히는 까닭이다. 특히 지난 2월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G마켓의 경우 지난 1월부터 매달 자전거 판매량이 평균 50%씩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G마켓은 지난 2월 ‘프리미엄 자전거’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한 주 동안 3700여 대가 팔려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20%가량 늘어났다. G마켓 정현정 씨는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구입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동 스쿠터처럼 기름 값 부담이 없는 대체 상품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옥션에서도 자전거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전기 자전거 판매량이 급증해 5월 한 달 동안 300대 이상 판매됐다. 전기 자전거는 올 들어 본격적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제품으로,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해 봉하마을에서 손녀들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전기 자전거는 충전식 배터리가 장착된 자전거를 말한다. 안장 밑에 충전식 배터리가 달려 있을 뿐 겉모양은 일반 자전거와 다를 바 없다. 전기와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데, 모드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전동, 반전동, 수동 등을 편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 체력이 달리거나 언덕을 올라가는 경우 전동 모드를 선택하면 마치 뒤에서 밀어주는 듯 수월하게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전기 자전거가 인기를 끌면서 ‘대박’이 난 곳이 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 삼현의 전기 자전거 브랜드 ‘하이런’이다. 원래 전동차용 모터와 컨트롤러를 생산, 수출해 온 이 회사는 2006년 6월부터 완제품 전기 자전거를 출시했지만 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올 들어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부 모델은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이대우 팀장은 “인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50%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전기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비교하면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이 샀다는 하이런의 ‘나이츠’ 모델은 소비자 가격이 139만7000원. 동급의 수입 브랜드(야마하 등)는 이보다 20%가량 더 비싸다. 중국산 전기 자전거는 40만~50만 원대도 있다.가격 차이는 배터리가 납산이냐, 리튬이온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납산 배터리에 비해 3배가량 비싸지만 무게나 부피가 작아 선호도가 높다. 하이런의 경우 대부분의 모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절전형 절수형 아이디어 상품의 인기도 대단하다. 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소품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 콘셉트를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G마켓은 5000개 이상의 에너지 절약 관련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에 비해 14%가량 늘어난 것이다. 인터파크에서도 절약형 제품의 매출이 매월 30%가량 증가하고 있다.에너지 절약형 생활용품은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G마켓에서 팔고 있는 ‘트리아 E3 멀티탭’은 컴퓨터 전원이 꺼지면 모니터와 프린터 등 모든 주변기기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게 만든 제품이다. 직장인과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 특히 인기여서 매달 20%가량 판매가 늘고 있다. 절전형 멀티탭의 가격은 5000원~1만 원대.절수형 샤워기는 간단한 설치만으로 물 낭비를 줄일 수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G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절수 샤워기는 무려 160여 개에 이른다. 쓰리에스상사의 ‘다기능 절수형 샤워헤드(6500원)’는 절수 기능은 물론이고 물줄기의 강약 조절도 가능해 편리하다. 샤워기 수요가 늘고 있는 최근 두 달 사이 25% 정도 판매량이 증가했다.주방에서도 절약형 상품 바람이 불고 있다. 헤프게 쓰기 쉬운 키친타월을 여러 번 재활용해 쓸 수 있는 ‘크리넥스 빨아쓰는 키친타올(1만800원, 70장×4롤)’은 알뜰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불꽃파워(5900원, 2개)’는 가스레인지에 장착하면 가스비를 최대 30% 절약할 수 있어 꾸준하게 팔린다. 외부로 방출되는 열을 막아 낮은 화력으로도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자가발전’으로 충전하는 이색 아이디어 상품도 제법 많다. ‘조이트레이드 자가발전 손전등(1000원)’은 팝업 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손 운동으로 배터리가 충전되고 모양이 귀여워 인기가 높다. ‘자가발전 핸드폰 충전기(4900원)’는 고효율 자가 발전기가 내장돼 있어서 커넥터 연결 후 손잡이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전할 수 있다. q고유가 시대에 자동차가 푸대접받고 있지만 자전거는 ‘살판’ 났다. 지자체와 기업들이 앞 다퉈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당근책’을 쏟아내면서 이용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서울 강남구는 지난 5월 27일부터 자전거 무료 임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강남권 출퇴근자 등 볼 일이 있는 사람이면 주소지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우선 1단계로 135대를 임대하고 있는데, 인기가 워낙 높아 대기자 수가 140여 명에 이른다. 강남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폭발적인 반응에 따라 7월 중 자전거 300대를 추가 임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남구 무료 자전거를 이용하려면 강남구 홈페이지(www.gangnam.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는 신분 확인 후 보증금 1만 원을 지정 계좌에 납부하고 1~3개월 동안 빌릴 수 있다.자전거를 타는 이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전라북도는 자전거 출퇴근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근거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한 달 동안 자건거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에게 3만 원 정도의 현금이나 재래시장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또 공공기관 직원들이 단거리 출장을 갈 경우 전기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4억4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