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당선자
18대 총선을 앞두고 기업인 출신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기업인 전성시대’가 온 것처럼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대통령에 이어 정치권 전반에 기업인 출신이 부각되는 시점이었다. 선거 결과 국민은 이들 기업인들을 대거 국회로 밀어주었다.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거는 기대가 남다름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초선인 이들 당선자들은 출마 동기를 ‘기업을 운영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을 직접 해결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삼원토건 회장인 김성회(한나라당, 경기 화성갑) 당선자는 “지역 건설 업체가 너무 어렵다. 특히 전문 건설 업체는 더 힘들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가 살기 힘들다.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이 사회주의식으로 경제를 규제·통제했다. 이것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텔넷웨어 회장인 구본철(한나라당, 인천 부평을) 당선자는 “26년 동안 정보기술(IT) 분야에 종사하면서 기술 발달 속도와 법·제도적인 부분의 괴리를 많이 느꼈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고 콘텐츠가 세계 최고일지라도 각종 법적·제도적 규제에 부딪치면 결국 시장에서 사장돼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치에 뜻을 뒀다”고 출마 동기를 밝혔다.중소기업중앙회장을 지낸 김용구(자유선진당, 비례대표) 당선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중소기업들은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과거에는 이를 도와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자율화한 것인데 미비점이 많다. 오히려 대기업 위주의 강자 독식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기업이 잘 되면 중소기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며 “입법부 안에 들어가서 이를 고치겠다”고 다짐했다.바이오 벤처 업체 리젠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은희(한나라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대선 때 중앙 선대위 미래신산업분야 위원장 제안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 관료나 학자가 아닌 현장 경험자를 우선적으로 찾는 모습을 보고 적어도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미래 신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치 입문 계기를 밝혔다.이들 기업인 출신 당선자들의 소속 정당을 보면 대부분이 한나라당, 또는 한나라당에 뿌리를 둔 정당이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것에 걸맞게 기업인 출신도 7명으로 많았다. 신영수(경기 성남 수정) 당선자는 현대건설 상무로 경영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몽준 의원에 이어 대그룹 출신 국회의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김호연(한나라당, 충남 천안을 출마) 후보는 이번에 당선되지 못했다.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인 김세연(부산 금정) 당선자는 대선 직후 인수위에서 일했으나 정치인 2세를 배제한 공천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한나라당 복당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통합민주당의 유일한 기업인 출신으로 분류되는 정국교(비례대표) 당선자는 선거 직후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자신의 회사 H&T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광 발전기에 필요한 규소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고 공시한 뒤 주가가 오르자 자신의 주식을 343억 원에 매각한 뒤 사업을 취소했다는 내용이다.3석을 차지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서울 은평을) 당선자, 이용경(비례대표) 당선자는 각각 유한킴벌리 사장, KT 사장을 지냈다. 자유선진당에서는 김용구(비례대표) 당선자가 중소기업중앙회장 출신이다.출마 동기에서 밝힌 것처럼 이들은 국회 내에서 기업 규제·애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육군 연대장 출신이자 삼원토건 회장인 김성회 당선자는 “좌파 정권이 무너뜨린 나라의 경제와 안보를 살리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국방부 담당 위원회를 2년씩 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김용구 당선자는 “현 정부가 기업 살리기라며 규제를 푼다,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융 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완화 등 대기업 위주의 정책만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위든 뭐든 중소기업을 위해 일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구본철 당선자는 “정보기술(IT) 융합 부문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관할 상임위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자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배은희 당선자는 “자연과학을 전공한 과학도로서 기술력 하나만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해 오늘에 이르면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IT, 생명기술(BT: Bio Technology), 나노기술(NT: Nano Tech nology) 등 미래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배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과학기술인 및 기업인들의 공항 귀빈실 이용을 건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강석호 당선자(한나라당,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는 처음 포항에서 출마를 준비할 때는 경제 활성화·기업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춰 지식경제부 담당 위원회를 고려했지만 지역구를 바꾸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힘을 쏟을 작정이다. 영양·영덕·봉화·울진이 1차산업(농림어업) 비중이 50%가 넘고 4차선 도로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교통 오지이다 보니 국토해양부의 건설교통분과를 담당하는 위원회 또는 농림해양수산부 담당위원회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김세연(무소속, 부산 금정) 당선자는 행정안전위원회를 지망하고 있다. “정치와 행정이 가지고 있는 부처 이기주의,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뜯어고치는데 앞장서겠다”는 생각에서다. 문국현 당선자는 개별 위원회보다는 당 대표로서의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중소상공인에게 희망을 주고 일자리를 창출해 젊은이와 어르신들에게 보람과 희망을 줄 것”이라는 계획이다.이번 국회는 기업인 출신이 대거 입성하면서 기업 경영 노하우와 정치가 접목되는 시험무대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구본철 당선자는 “기업 경영의 목표는 ‘주주의 이윤 추구’이듯 정치 역시 ‘국민의 이윤 추구’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과 정치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고 얘기했고 강석호 당선자는 “정치에 경영 논리를 도입하면 정치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나타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