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신용 경색 여파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올 1분기 M&A 규모는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들이 진행해 오던 대형 M&A도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시장 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M&A 거래량은 652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감소했다. 이는 2004년 1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같이 저조한 수치는 신용 ‘붐’의 종말과 증시의 ‘널뛰기’가 M&A 거래 자금 조달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M&A 거래량 급감은 회사채 발행과 주식시장 부진을 동반했다. 이 기간 중 회사채 발행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1조300억 달러에 불과했다. 신디케이트론도 47% 급감한 6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185억 달러에 그쳤다. 기업 공개(IPO)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363억 달러에 머물렀다. 그나마 절반이 넘는 197억 달러는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IPO인 비자카드 1건에 몰린 금액이다. 또 1분기에 예정됐던 90건의 IPO가 시장 상황 악화로 취소 또는 연기됐다.신용 경색의 직격탄을 맞은 사모 펀드는 특히 M&A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71%나 감소한 526억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사모 펀드들이 추진하는 대형 M&A 계약 건들도 줄줄이 좌초하고 있다. 사모 펀드인 베인앤드캐피털과 토머스리파트너스는 최근 씨티그룹 등 6개 투자은행을 뉴욕 주 및 텍사스 주 법원에 고소했다. 미국 최대 라디오방송국 클리어채널커뮤니케이션을 1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은행들이 당초 약속한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인수 계약이 무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고소당한 씨티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RBS 와코비아 등 6개 은행은 “사모 펀드들이 대출 담보로 맡긴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30억 달러의 손실에 직면한데다 신용 경색으로 신규 대출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맞서고 있다.앞서 작년 말엔 사모 펀드인 JC플라워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미국 최대 학자금 대출 업체 샐리매에 대한 253억 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이 무산됐다.이처럼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지만 신흥 시장 M&A와 원자재 시장에서의 거래는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도이체방크의 토니 브루게스 글로벌 M&A 부문장은 “사모 펀드가 거의 손을 떼고 투자 등급 채권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M&A 거래량이 크게 줄었지만 신흥 시장이나 철광 광산 에너지 전력발전 분야에서의 전략적 딜은 활발하다”고 말했다.그는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전략적 거래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에 대한 신뢰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M&A 시장 회복 시기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마크 샤피르 글로벌 M&A 공동대표는 “M&A 가뭄의 주원인은 신용 경색과 미국 경제 둔화”라며 “연내 시장이 정상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UBS의 피에로 노벨리 U글로벌 M&A 헤드는 “대형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매수자 우위의 시장을 기회로 보고 있다”며 “단기간엔 어렵겠지만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쯤 되면 M&A 거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성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