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질주’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

서울 청담동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가 사용하면서 브랜드의 개성과 가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브랜드 입장에선 대단한 투자다.까르띠에의 청담동 상륙 배경에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라는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가 있다. 이 회사는 한국에 대형 매장 개설을 원하는 까르띠에의 요청에 따라 시장 조사에서부터 입지 선정, 건물 임차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국 부동산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해외 브랜드를 대신해 첨병 역할을 한 셈이다.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같은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들이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지명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면서 외형이 쑥쑥 자라는 모습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만들어진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디딤돌 삼아 한국 시장에 들어왔던 이들은 진출 초기 빌딩 매각, 임대 관리에 치중하다 지금은 국내외 부동산 관련 업무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특히 전 세계에 포진한 수십, 수백 개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선진 부동산 기법’을 선보인다는 자부심도 강하다.현재 한국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업체는 씨비리차드엘리스(CBRE),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존스랭라살(JLL), 세빌스-BHP코리아 등이다. 1994년 설립돼 2005년에 영국 세빌스와 합작한 세빌스-BHP코리아를 제외하면 모두 1997 ~98년에 한국에 상륙해 시장을 탐색하다 1999~2000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이들 업체는 최근 1~2년 사이 외형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그만큼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고 수주가 늘어나면서 인력 수요 또한 많아졌다는 의미다. 세계 60개국에 300여 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부동산 서비스 제공 업체인 CBRE는 최근 1년 사이 직원 수가 40명 이상 늘어나 총 120여 명이 되었다. 이 회사 임동수 이사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운용 관리 기법이 체계화되고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시각이 글로벌화하면서 할 일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투자 자문, 자산 관리, 리테일 서비스, 해외 기업 서비스 등 부동산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2005년 영국계 부동산 기업인 세빌스와 합작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 세빌스-BHP코리아는 직원 수가 140여 명에 달한다. 곽창섭 전무는 “자산 관리 전문회사인 세빌스-KAA를 설립하고 부동산 전문 정보기술(IT) 회사 I-밸류, 부동산 펀드 관리 회사 AIM 등을 잇달아 설립하면서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올 초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로는 처음으로 부산에 지사를 설립했다. 세바스찬 스키프 한국지사장은 “부산 지사 설립은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 가운데 하나”라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고 최고의 맞춤형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의 외형적인 성장은 화려한 실적을 동반한 것이다. 알맹이가 여물면서 자연스럽게 업계 볼륨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30~50% 안팎의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다.이들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들이 하는 업무는 실로 다양하다. 부동산 매입, 매각, 임대를 기본으로 업체마다 20여 가지 카테고리의 부동산 관련 업무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까르띠에처럼 해외 유명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부동산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임직원이 부임해 오거나 나갈 때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이 믿고 맡긴다”는 설명이다.또 개발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 및 자문, 자산 관리, 유통 시설 컨설팅 등 수많은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 존스랭라살은 송도신도시 동북아트레이드타워의 임대 및 판매 업무를 맡고 있으며 여의도 파크원(Parc1) 등 초대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대형 쇼핑 상가, 오피스 빌딩에서부터 지방의 산업용 창고까지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최근에는 각 업체마다 특화 분야를 육성하는 움직임이다. CBRE는 해외 부동산 파트를 강화하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체코 등에서 분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상업 시설 개발 컨설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임대형 몰(mall)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일산신도시의 웨스턴 돔 쇼핑몰의 전속 임대 에이전트로 컨설팅부터 임대 대행을 맡았고, 명동 M플라자(옛 유투존), 아바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또 세빌스-BHP코리아는 1999년부터 3조2000억 원에 달하는 25개 대형 부동산의 매각 매입 컨설팅을 비롯해 대형 빌딩 관리 분야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한편 올 들어 국내 미 진출 글로벌 업체들이 잇달아 한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콜드웰뱅커, 컬리어스자딘 등은 최근 인력 충원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의 활동에 나서고 있다. 곽창섭 세빌스-BHP코리아 전무는 “한국 시장의 볼륨이 커지면서 후발 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의 역할이나 입지가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돋보기│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에서 일하려면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가 상륙한 지 10년이 돼 가면서 입사를 원하는 젊은 층이 부쩍 늘었다. 세계를 무대로 뛰고 실적에 우선하는 임금 체계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에서 일하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다.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임동수 CBRE 이사는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교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영어를 하지 못하면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차장도 “외국인 임원진과의 대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 등을 위해 영어 구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이 때문에 해외파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CBRE는 본사 근무자 65명 가운데 40명이 해외에서 부동산, 도시공학을 전공하거나 MBA를 마친 인재들이다.영어와 함께 꼭 필요한 조건이 또 있는데, 바로 ‘경험’이다. 곽창섭 세빌스-BHP코리아 전무는 “부동산·건설 관련 분야에서 일하며 쌓은 실적에 주목한다”면서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어낼 수 있는 능력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그렇다면 이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업계에선 “적어도 대기업 수준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이익 공유에 인색하지 않아 영업 파트에선 억대 연봉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BRE 임동수 이사는 “부동산 컨설팅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트랙 레코드(실적)”라고 말하고 “나이가 들어 경험이 많아질수록 능력 있는 컨설턴트로 성장하는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소개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