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네트웍스·ITW대림

다산네트웍스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통신 장비 업체다. 지난해 매출이 1873억 원에 달한다.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는 기업이 드문 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다산네트웍스의 외형은 ‘거물급’에 속한다. 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성장 속도다. 2005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데 이어 2006년 150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KT와 인터넷TV(IPTV)용 셋톱박스 공급자로 선정돼 또 다른 성장 엔진을 장착한 상태다. IPTV 셋톱박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은 줄어든 상태지만 단기적인 결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지금이야 별 걱정 없이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지만 다산네트웍스에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몇 년 동안 연속 적자를 내며 ‘존폐’를 걱정해야 했던 것이다. 돌파구는 예상외의 곳에서 열렸다. 2003년 세계적 기업인 지멘스가 다산네트웍스에 협력을 구한 것이다.당시 인터넷 프로토콜(IP)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던 지멘스는 다산네트웍스의 선진적인 IP 기술이 필요하다며 조인트 벤처 창립을 제안했다. 다산네트웍스의 남민우 사장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다산네트웍스에 지분 투자를 대안으로 내밀었다. 최대 주주 자리를 내줄 테니 대규모 투자를 해달라는 요구였고 지멘스는 이를 받아들였다.지멘스의 투자는 화끈했다. 2004년 지멘스는 400억 원이 훌쩍 넘는 거액을 다산네트웍스에 쏟아 부었다. 이 돈으로 다산네트웍스는 부채를 상환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005년 다산네트웍스가 회사 사상 최초로 매출 1000억 원을 넘긴 것이다.다산네트웍스와 지멘스의 협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최대 주주가 지멘스에서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로 변경되면서 그동안 주력이었던 유선통신 사업 외에 무선통신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해외 사업이다. 글로벌 기업인 NSN의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해외 진출이 보다 용이해질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양사는 그렇게 하고 있다. 일본NSN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다산네트웍스의 제품을 올려놓는 등 다각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다산네트웍스는 지멘스의 브랜드를 달고 유럽 시장에 IP 관련 장비를 수출하기도 했다.다산네트웍스만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NSN도 다산네트웍스의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다. 국내 통신 장비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다산네트웍스의 힘을 빌리면 NSN이 국내 통신 장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NSN의 마틴 뤼스트 브로드밴드 액세스 부문 대표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다산네트웍스가 NSN의 유무선 솔루션을 한국 시장에 공급하는 메인 채널이 될 것이며 양사의 결속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경북 경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ITW대림도 글로벌 상생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ITW대림의 전신은 대림플라스틱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플라스틱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였다. 2005년 500억 원이던 매출액이 최근 1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사의 급성장은 2006년 미국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ITW에 인수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인수 효과는 대림, ITW, 현대자동차 모두에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대림플라스틱은 ITW의 선진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ITW의 해외 납품처를 활용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ITW는 한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효과가 있다. 세계 완성차 업계 6위인 현대차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로서는 도요타, GM, BMW 등에 납품하고 있는 ITW의 고기능 제품을 확보해 완성차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국내 최대 취업 포털인 잡코리아도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미국의 취업포털인 몬스터는 1억 달러에 잡코리아를 인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한국 온라인 취업 포털 시장의 ‘쾌거’라며 반겼다. 당시 매출 100억 원대였던 잡코리아를 1000억 원에 사들인 것은 한국 시장의 잠재력은 물론 한국 취업 포털 업계의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몬스터는 잡코리아의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회사 이름도 바꾸지 않아 업계의 분석이 사실과 다르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켰다.인수 후 잡코리아는 더욱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일평균 방문자가 2~3위 업체를 갑절 가까이 많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타깃 시장을 국내에서 해외로 넓히는 계기도 됐다. 몬스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잡코리아는 전 세계 70여 개국의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몬스터도 득이 많다. 무엇보다 잡코리아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몬스터가 잡코리아를 인수한 것도 유료와 무료 서비스가 혼합된 잡코리아의 수익 모델이 탐나서였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몬스터는 이 모델을 중국과 인도 등에도 접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바이오벤처 업계에도 글로벌 상생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화이자와 노바티스 등 굴지의 제약사들이 한국의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기술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 개발 비용 조달에 갈증을 앓고 있는 바이오벤처 기업으로선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연구개발은 물론 제품 개발 후 해외 진출 등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지난 3월 1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OTRA와 함께 ‘바이오기술 글로벌 사업화 프로젝트’ 설명회가 개최됐다.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바이오벤처의 연구 개발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게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지난 4월 3일과 4일엔 화이자가 연구개발 전략적 제휴 설명회를 개최했다. 본사의 글로벌 연구 총괄 책임자인 로드 매킨지 수석부사장 등 20여 명의 임원진이 참석해 화이자의 연구개발 동향을 소개하고 국내 기업과 제휴 가능성을 타진했다. 국내 기업과 일대일 미팅도 가져 구체적인 제휴 방안도 타진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6월 복지부와 맺은 양해각서(MOU)의 후속 행사였다. 2012년까지 신약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 MOU의 내용이었다.오는 5월에는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와이어스 등 19개국 50개의 제약사와 벤처캐피털이 방문해 한국 기업와 협력을 모색하는 행사인 ‘글로벌 바이오텍 포럼’이 열린다. 기술 협력, 공동 연구, 기술 투자, 마케팅, 투자 유치 등이 포럼의 주제다. 국내 기업과 일대일 미팅도 예정돼 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