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지난 1월 29일 당선인 신분으로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했다. 당초 예정돼 있던 민주노총과의 면담이 무산된 후 일정을 바꿔 GM대우를 찾은 것. 자연스레 이 당선인이 GM대우를 찾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GM대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도 아니고 노조가 대표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 당선인이 주목한 것은 GM대우 노사가 보여준 상생의 메시지. 노사 화합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그리고 외자 유치 등 이 당선인이 줄곧 강조해 온 핵심 사항이 GM대우에 모두 담겨 있었다고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전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방문에서 이 당선인은 GM대우를 극찬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제조회사에 노사가 잘 협력하는 선진화된 노사 문화를 GM대우가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화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어렵고 한국 경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GM대우 사례처럼 노사 화합만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 라인 현장에서 가진 노동자들과의 즉석 간담회에서도 이 당선인은 또 “노사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노동자를 얼마나 신뢰하고 근로자는 회사를 얼마나 믿느냐 하는 것”이라며 “GM대우는 회사 문화가 굉장히 다른 것 같다”고 격려했다.GM대우의 사례는 비단 노사 화합뿐만 아니라 ‘글로벌 상생’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즉, GM대우는 GM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량을 수출하고 GM은 또 GM대우를 핵심 연구개발(R&D) 기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2002년 10월 출범한 GM대우는 지난 5년간 비약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GM의 핵심 사업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 세계 150여 개국으로 차량을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총 188만여 대를 판매, GM대우의 전체 판매 실적(약 937만대)에서 20% 정도를 차지했다.GM대우는 특히 시보레, 뷰익, 폰티악, 홀덴, 스즈키 등 전 세계 GM의 브랜드와 판매망을 활용해 매년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를 보여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G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GM대우의 소형차 라세티다. 이 차는 지난해 22만4000여 대가 수출돼 현대의 투싼(20만6000대)을 제치고 수출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1년 새 수출량이 11%나 늘었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승용차 100대 중 8대가 라세티였다.국내 시장에선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던 라세티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의 배경은 뭘까. 무엇보다 세계 곳곳에 촘촘하게 깔린 GM네트워크가 큰 힘이 됐다. 실제로 라세티는 대우 브랜드로 유럽에 내놓은 2003년엔 불과 1만5000대가 수출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시보레 브랜드로 통합된 2004년에는 5만7000대로 늘어나더니 2005년 6만4500대, 2006년 6만5800대에 이어 지난해엔 10만1000대로 전년보다 53%나 늘었다. 라세티는 특히 동유럽에서 잘나간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GM의 막강한 글로벌 판매망과 ‘시보레’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가 라세티 수출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라세티의 브랜드명은 수출 지역마다 다르다. 유럽에선 시보레 누비라(세단형), 또는 시보레 라세티(해치백형)란 이름으로 팔린다. 중국에서는 ‘뷰익 엑셀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결국 이름은 다르지만 라세티의 세계 시장 총 판매량은 43만 대에 이른다.현재 GM대우는 라세티 외에도 마티즈, 칼로스, 젠트라, 토스카, 윈스톰 등 전 차종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 제품들은 GM 시보레 브랜드로 유럽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다.제품의 우수성도 유럽 수출 증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윈스톰은 스페인에서 ‘2007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고 라세티, 젠트라, 마티즈는 인도에서 JD파워사가 실시한 ‘2007 초기 품질지수 조사’에서 경소형차, 소형차, 준중형차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는 등 제품의 우수성을 공인 받았다.GM대우가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이용해 꾸준히 ‘자기 몫’을 하자 GM도 GM대우를 ‘특별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지난해 말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서 열린 GM대우 청라 프루빙 그라운드 준공식에서 “GM대우는 GM 본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해 핵심 연구개발(R&D) 기지로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차량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R&D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욕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GM대우는 주행 시험장과 R&D센터를 갖춘 프루빙 그라운드 완공에 앞서 2006년엔 최첨단 친환경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생산하는 디젤엔진 공장을 전북 군산시에 건립, 고품질의 디젤 승용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연간 25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군산 디젤공장은 기계 라인의 자동화율이 90%에 이르며 모든 공정에서 다양한 엔진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험연구동은 다양한 기후 조건을 실내에서 재현하는 최첨단 터널 등을 갖추고 있다”며 “실제로 차량이 주행할 때와 똑같은 상황과 조건을 재현해 신차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지난 2006년 GM의 글로벌 경·소형차 프로그램을 위한 개발 기지로 선정된 GM대우는 현재 GM의 차세대 글로벌 차량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GM 브랜드의 요구 사항에 맞춰 앞으로 1~2년 내에 GM의 차세대 경·소형차를 선보일 계획이다.지난해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07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는 GM대우 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GM의 차세대 글로벌 미니 콘셉트카 시보레 ‘비트’ ‘그루브’ ‘트랙스’ 등 3종이 처음 공개돼 현재 GM대우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GM의 글로벌 경차 미래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디자인센터가 중심이 돼 차량 콘셉트와 선행 디자인을 담당한 이 미니 콘셉트카는 오토쇼 출품 당시 온라인 사이트에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전 세계 약 300만 명이 투표에 참가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연구개발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지원도 확고하다.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GM대우는 디자인 공학과 새로운 제품 제조에 3조300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추가로 3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GM대우는 또 외자 유치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그룹 해체 이후 매년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내던 대우자동차는 2006년 5927억 원의 순익을 냈다. 해마다 은행에 대출을 받던 차입 경영의 대명사에서 우량 회사로 거듭난 것.한편 GM대우는 지난 2월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합작회사(GM우즈베키스탄) 설립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이 지역 공략에 본격 나섰다. GM대우는 윈스톰, 토스카, 레조, 라세티 등의 차량을 반조립(KD) 방식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하고 현지 우즈아프토사노아트(우즈벡 정부 산하 자동차회사)에서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