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용의 부활’

어린 시절 만화로든, 책으로든 한번쯤 접했을 ‘삼국지’의 인물 중 적진에서 유비의 아들을 구해 명성을 얻은 장수 조자룡의 일생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용의 부활’이라는 부제에서 고뇌 없이 승리의 전철을 밟아가는 영웅의 전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열패감이나 전쟁의 무상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금 사적이고 감상적인 어조의 작품이다.영화는 젊은 조자룡(류더화 분)이 군대에 막 입대한 순간에서 출발한다. 상산에서 온 조자룡은 군대에서 동향 출신인 나평안(훙진바오 분)을 만나 그를 ‘형님’으로 모신다. 제갈공명의 도움으로 조조군을 무찌른 그들은 유비의 신임을 얻게 되지만 문제는 나평안의 야욕이 그의 도량과 실력에 비해 너무 컸다는 것. 공을 독차지하려는 생각으로 유비의 가족을 호위하는 임무를 홀로 맡은 나평안은 적에게 맥없이 당하고, 그의 목숨을 구하고자 조자룡이 조조군이 밀어닥친 성문 밖으로 달려 나간다.여기까지가 얼마간 각색되긴 했지만 친숙한 일화라면, 영화는 이후 나름의 상상력을 덧붙인다. 조자룡에게 “언젠가는 너를 잡고야 말겠다”고 일갈한 조조의 분노는 그의 사위라고 알려졌으나 드라마틱한 재미를 위해서인지 극중 손녀로 설정된 조영(매기 큐 분)에게 대물림되고, 나평안은 낙오자의 모습으로 부각된다. 조자룡이 무수한 적을 뚫고 유비의 아들을 구해내는 광경이나 관우 장비 유비 제갈공명 조조 등 삼국지 속 영웅들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쾌감이 적지 않지만 ‘삼국지: 용의 부활’은 원작의 디테일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데 크게 주저하지 않는다.무엇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걸까”라는 조자룡의 질문처럼 나라를 지키고자 생을 내던진 청년들, 영웅적 면모에 눈길을 주다가도 마침내 삶의 이치를 깨달은 늙은 장수의 허탈한 미소에 보다 오래 시선을 내맡긴다. 물론 ‘서사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홍보 카피가 호소하듯 일부 장면에선 전쟁 신을 감상하기 위한 생각만으로 영화를 선택했다고 해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만한 스펙터클을 선보인다. 한국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홍콩의 비주얼라이저 필름 프로덕션과 공동 제작했고, CG를 포함한 후반 작업은 한국에서 진행했다. 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경계초소 GP.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한 명을 제외하고 전 소대원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군 당국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노 수사관(천호진 분)을 포함해 21명의 수색대를 파견하지만 폭우로 그들 모두가 GP506에 갇히고 만다. 노 수사관의 임무는 육사 출신으로 참모 총장의 아들이기도 한 GP장 유 중위(조현재 분)를 찾는 것. 죽은 줄 알았던 유 중위는 다행히도 발전실에서 발견되나 그의 행동에서 이상한 낌새가 엿보인다.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이 오랜만에 가지고 온 신작.▶다큐멘터리 악동 마이클 무어가 미국의 의료 제도에 ‘딴죽’을 건다. ‘식코’는 미국 의료 시스템을 프랑스 영국 쿠바 등의 의료 보장 제도와 대조하며 미국 정부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논쟁적인 다큐멘터리다. 돈 없는 환자를 사지로 내모는 미국 민간 의료 보험 조직 건강관리기구(HMO)의 횡포를 무어 감독 특유의 신랄한 화법으로 낱낱이 까발린다. 2002년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55주년 기념상을, 2004년 ‘화씨 9/11’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무어 감독은 2007년 ‘식코’로 다시 칸에 초청받았다.‘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에 이은 인터넷 작가 귀여니 원작의 세 번째 영화. 명랑한 소녀 윤정원(차예련 분)과 그녀를 좋아하는 두 소년, 밴드의 리드보컬 신은규(장근석 분)와 같은 밴드에서 활동하는 정원의 옛 남자친구 강희원(정의철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화해를 담은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될 콘서트 장면에선 이준익 감독의 전작 ‘즐거운 인생’에서 이미 가창력을 검증받은 장근석과 정의철이 직접 악기를 연주한다. ‘늑대의 유혹’ 조감독 출신인 강건향 감독의 데뷔작이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