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체질개선(4)-개방시대 대처 방법

규모에 상관없이 사업이 성립하는 기초 원리는 동일하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그중에서도 점포형 사업들은 사업 내용을 예측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대개 해당 점포의 반경 거리를 감안해 계산하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비(非) 점포형 사업인 경우 이보다는 예측이 조금 복잡하다. 특히 수요 예측이 어렵다. 영업 범위나 대상의 한계를 설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따라서 점포형 사업에서 사용한 방법과는 달리 목표 시장이나 잠재 시장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수요 부분을 책정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도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 수요 시장은 물론 공급 부분도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국내외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방 시대가 단지 국가 간의 무역에만 관련된 사항일까. 자영업은 개방의 높은 파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일까.1994년은 국내 내수시장에 격변이 시작된 시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으로 외형적으로는 선진 경제 체제에 편입되는 기쁨을 누렸지만 유통시장 개방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 때이기도 하다. 착실한 준비 과정 없이 시작된 시장 개방의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작지만 알찬 사업의 대명사였던 소형 마트들은 시장 개방의 직격탄을 맞았다. 까르푸 월마트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다국적 유통 업체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상륙한 결과였다.대형 소매점의 등장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근본에서부터 흔들어 놓았고 소매업의 전체 질서를 뒤흔들었다. 뒤늦게 무시무시한 현실을 깨달은 소형 마트 사업자들이 자구책을 모색하기 시작했지만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장치는 전무했다. 적어도 10년 넘는 기간 동안 시장 개방 이후의 사태를 준비해 왔던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사례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유통시장 개방 10년이 넘은 지금, 과거의 소형 마트들은 편의점이라는 이중의 경쟁자들로 인해 거의 고사 직전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의 재래시장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그나마 재래시장은 시설 현대화 사업, 유통업체 공동물류센터 건립 지원 등의 정책이 실시되고 자발적 프랜차이즈 시스템인 FVC(Franchise of Voluntary chain)가 결성되는 등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물론 최근 들어 국내 유통 산업 보호를 위한 많은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대형 소매점의 영업 시간 규제 등 각종 규제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가맹사업 정책을 ‘진흥’ 위주로 발전시키기 위한 관련 법률이 2008년부터 제정돼 시행 중이다.그러나 이런 대책들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통 사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의 체질 및 인식 개선이다. 격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과거와 같은 사업 관행으로만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아무리 다양한 지원 정책이 제시돼도 백약이 무효다. 실질적인 사업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각종 교육이 활발히 진행돼야 하며 그 기회가 폭넓게 그리고 현실에 맞게 제공돼야만 한다.특히 재래시장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시도되고 있지만 1인 사업자가 대부분인 시장 상인들이 한 장소에 모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 사업자 스스로가 위기 타개책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명의 지도 인원이 점포 200~300개 정도를 전담 관리하는 일본 상공회의 지도 인력 운영 방법은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 재래시장 역시 상인들과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력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유통 업체 퇴직 인력들을 이러한 분야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단기적인 관점에서 효과를 기대한다면 실익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개방 시대는 이제 유통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국회 인준만을 남겨 놓고 있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 온 소용돌이의 여파가 아직 미풍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특히 그동안 개방의 파고에서 한 발 비켜서 있던 서비스업 분야는 발등의 불이다. 의료, 법률 등 고급 서비스 사업 분야는 선진국의 현대화된 시스템으로 무장한 대형 업체들의 공세에 많은 영세 업체들이 곤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시장 개방에 따른 여러 가지 유예 조치 등 안전 대책 마련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대비 상태라면 지난 1994년 직후의 모습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비관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국적 대형 소매점의 공격에서도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 업체 이마트의 사례는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현재의 위기를 위기로만 간주하지 말고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 특히 서비스업 분야는 공산품과 농산품 구매 위주로 이뤄져 있는 유통 분야와는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는 오히려 국내 사업체가 더 잘 개발할 수도 있다. 그동안 현지화 전략에 실패해 사업을 정리한 외국 브랜드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생활 서비스업 분야는 더욱 그러한 현상이 뚜렷할 것이다. 과거의 안면과 정에만 의존하는 마케팅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장 개방은 수요의 확대와 영업 범위의 파괴를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사업이 가지는 구조적인 장단점을 세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핵심적 요소는 연구개발(R&D)에 있다. 소비자 연구, 서비스 연구, 경비 절감 요소 파악 등 사업 구조에 대한 연구가 병행될 때 개방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마련될 것이다. 서정헌·넥스트창업연구소장 nachlass@hanmail.net